<맏물 이야기>  /  지은이 : 미야베 미유키  /  옮긴이 : 김소연 

/  북스피어  /  14,000원  /  432쪽

 

 

 

'맏물'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봤는데,

'한 해의 맨 처음에 나는 과일, 푸성귀, 해산물 따위로

이것을 먹으면 수명이 늘어난다고 하여 길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오호,,, 그렇구만~~

 

소설 속에는 각종 맏물을 비롯한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뱅어 어묵, 유부초밥, 두부 산적, 가다랑어 회, 순뭇국 등등...

 

그렇다고 모든 이야기가 음식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고,

인간적이고 마음 따뜻해지는 미스터리에 곁들여져 훌륭한 양념 역할을 하는 정도...?

암튼 그래서 원래도 좋아하는 이 시리즈를 더욱 맛깔나게 읽을 수 있었지.^^

 

 

"세상에는 노점 주인이나 이토키치처럼

뱅어조차 작은 점 같은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어린 아이를 다섯 명이나 죽여 놓고

본인은 태연한 얼굴로 밥을 먹거나 바느질을 배우거나 베개를 높이고 잠들거나 한다.

문득 등골이 오싹해졌다."   p81-82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에서도 등장했던

중년의 오캇피키 '모시치'가 등장하는 연작단편집으로, 총 9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다.

 

강물에서 발견된 처녀의 익사체,

부모없이 저희들끼리 무리를 지어 동네를 부랑하며 사는 꼬마들의 집단 사망 사건,

평범한 생선 행상인에게 거액의 생선값을 제시하는 미스터리한 의뢰,

부모의 손에 죽임을 당해 유채꽃밭에 묻혀있다는 갓난아기,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약혼자,

요릿집에서의 환갑잔치 후 벌어진 식중독이 의심되는 사망 사건 등...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에서처럼,

각각의 이야기는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아주 무거운 사건들로 시작되고,

사건을 쫓아가다 보면 그속에서 인간사의 다양한 사연들이 흘러나온다.

 

큰 덩치의 여자답지 못한 외모로 서른이 넘도록 연애라고는 해보지 못한

가난한 행상 아가씨에게 찾아온 일생의 단 한번뿐이었던 비극적인 사랑,

성장한 뒤 너무 크게 벌어진 격차 탓에 친동생을 증오하게 되는 형,

이유없이 살아있는 생명에게 고통을 주고 죽이는 행위를 즐기는 비뚤어진 마음,

하녀를 건드려 낳은 자신의 아들을 차갑게 대하는 몹쓸 아버지,

사랑하던 남자에게 버림받고 홀로 아기를 낳았다가

 끔찍한 사건으로 정신이 망가져버린 아가씨,

첫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나이 많은 남자에게 다시 시집가지만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젊은 부인 등등....

화나는 것도 있고, 애틋한 것도 있고, 안타까운 것도 있고...

 

읽다보면 삶의 수없이 다양한 모습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뭔가 삶을 대하는 태도나 시각 같은 거랄까...?

 

 

"나리는 가게의 누름돌입니다. 좀 더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야지."

"제게는 무게가 없습니다."

"없어도 무게가 있는 척해 보십시오. 그러다 보면 싫어도 무게가 생길 겁니다.

물건은 형태로 결정되는 법이니까."   p179

 

 

 

 

중심 이야기들 하나하나도 다 재밌었지만,

역시 이 시리즈의 매력은 바로 모든 이야기에 흐르는 특유의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

 

50세가 훌쩍 넘도록 자식이 생기지 않아 부인과 단 둘이 사는 '모시치'는

마음이 따뜻하고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고,

그런 그의 밑에서 일하는 두 명의 부하,

차분한 40대의 '곤조'와 활기찬 20대의 '이토키치'도 좋은 궁합을 이룬다.

그 둘은 늘 '모시치'의 집에 와서 함께 밥을 먹고 집안일을 돕기도 하는데,

이때문인지 자식도 없이 늙은 부부 둘이 사는 '모시치'의 집은 쓸쓸해 보이지가 않아.^^

 

'모시치' 부부와 두 부하 외에도 거의 매 단편마다 등장하는 또 다른 고정인물이 둘 있는데,

신통한 영감능력으로 큰 돈을 버는, 사기꾼인지 뭔지 모를 어린 소년 '니치도'와,

무사출신으로 보이는 유부초밥 노점 주인이다.

 

특히 이 유부초밥 노점 주인이 아주 인상적으로 등장하는데,

그 일대를 휘어잡고 자릿세를 뜯어가는 건달패의 두목조차 손을 대지 않는 미스터리한 인물.

뭔가 대단한 사연이 나올 것 같았는데 나올듯 말듯 하면서 그냥 끝나버려서 아쉽...;;

 

책 말미의 편집 후기에서는 이 작품이 잡지에 연재되다가 잡지가 폐간되는 바람에

오랫동안 중단되어 그렇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중에 쓰려면 전에 못 풀어놓은 이야기는 당연히 마무리해야 되는 거 아닌가?

난 그냥 미미여사가 이 이야기를 더 쓸 예정이라

아직 밝히지 않은 걸로 생각하고 기다리겠음.ㅎ

 

 

 

 

아무튼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굉장히 인간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

 

'모시치'는 사건을 대할 때도 늘 약자의 편에 서서 생각하고 마음 아파하며,

유부초밥 노점 주인은 집집마다 콩을 뿌리며 '도깨비는 밖으로'를 외치는 절분에

오갈데 없을 도깨비들을 위한 작은 자리를 마련해놓기도 한다.

(노점 한쪽에 비어있는 의자 하나와 술을 준비해둠.

쫓겨나올 도깨비들을 위한 자리라니,,,

이런 엉뚱하지만 훈훈한 마음씀씀이를 봤나~ㅎㅎ)

처음엔 '부모의 사기행각에 동참하는 되바라진 꼬마' 정도로 보이던 '니치도' 역시

사실은 그냥 어리고 순진한 소년일 뿐이고,

아직 철없고 천방지축인 것 같은 부하 '이토키치'는

살아있는 채로 초간장을 뿌려 먹는 뱅어를 먹지 못하는 마음 여린 청년이다.

 

 

"저는 다만, 그 작고 새까만 눈을 보면 먹을 수 없게 되는 것뿐입니다.

그놈들은 점 같은 눈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그 눈으로 초간장 속에서 이쪽을 올려다보면 젓가락을 댈 수가 없게 되고 말아요."   p60

 

 

이런 걸 위선적이라며 비웃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이런 감정이야말로 굉장히 인간적이고 소중한 것이라 생각해!^^

 

일본에서는 <모시치의 사건부>라는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단다.

이 드라마 너무 보고 싶어서 좀 찾아봤는데 없네...

아,,, 보고 싶어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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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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