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역열차>  /  지은이 : 니시무라 겐타  /  옮긴이 : 양억관  /  다산책방



처음 이 작품을 알게 된 건 어느님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게 된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소개에서였는데
아직 국내번역출간 전이라 그저 아무 출판사에서나 나와주길 기다릴 뿐이었다.

그때 소개 중에 가장 나의 호기심을 잡아끌었던 것은 바로 저자 이력.


 
1967년 7월, 도쿄 에도가와 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범죄를 일으켜 수감된 뒤에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나,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가 성범죄였다는 사실을 처음 전해듣고
등교를 거부하면서 세상과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집을 나와 부두 하역 노동이나 경비원,
주류판매점 배달원, 식당 거주 종업원 등 육체노동으로 밥벌이를 시작했다.
폭행 사건으로 두 차례 체포되기도 했다.

스물세 살에
그와 흡사한 삶을 살았던 1920년대 소설가 후지사와 세이조의 소설을 읽고 마음이 움직였고,
그가 추구했던 일본 사소설私小說의 세계에 매료된다.
이후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면서 한 문학동인지에 기고를 하기 시작했고,
2003년에 상업잡지에 처음으로 글을 실으며 데뷔했다.
이후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세 차례에 걸쳐 후보에 올랐던『고역열차』로
144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그는 “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으로 가려고 했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라는 수상 소감으로 화제를 남기기도 했다.

- 알라딘 -



중졸에 제대로 된 문학수업도 받지 못 하고 육체노동을 전전하던 사람이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궁금하던가 말이지...
개인적으로 뭔가 풍파를 헤치고 살아왔거나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작가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고역열차>라니... 제목에서부터 심금을 울리잖아?ㅋ


"간타는 딱 열흘 전에 만 열아홉이 되었는데, 아직도 변함없이 일용 항만노동일로 생계를 꾸린다.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지금까지 도무지 진보도 발전도 없이
일당 5천 5백 엔에 매달려 살아가는 서글픈 하루살이 인생이다."  
p10




저자의 인생을 토대로 한 <고역열차>는 열아홉 살의 주인공 '간타'가
성범죄를 일으킨 아버지 때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한 뒤
줄곧 노동일용직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나가는 이야기로,
딱히 복잡한 사건도 없고 분량도 적은 편이라 한 두 시간이면 뚝딱 읽을 수 있는 중편 정도의 소설이다.

나도 펼쳐들자 마자 후루룩 읽어치웠는데, 음,,, 내가 예상했던 거랑은 좀 많이 다른 캐릭터에 당황...^^;;;
열심히 일을 해도 여전히 고단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런
고단하지만 정상적인(?) 주인공의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버렸어.ㅋ


"아무튼 거기로 가서 몇 시간 소나 말처럼 일을 하면 저녁에 일당을 받을 테고,
그 가운데 1천 엔을 싸구려 안마시술소에 갈 자금으로 남겨두어도
나머지로 맛있는 밥을 배불리 먹고 술도 마실 수 있다.
그러나 중세시대의 노예처럼 오로지 무거운 짐을 졌다가 옮기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지겨운 노동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참으로 견디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 150엔으로 어머니 가쓰코가 근무하는 요코하마에 전화를 걸어
몇 푼이라도 뜯어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p18


'간타'는 일당을 받으면 그걸 다 쓸 때까지 놀고,
일 나갈 교통비만 남았을 때에야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기적어기적 다시 일을 나가는 인간이다.
일당을 받으면 그걸로 술을 퍼마시고, 마사지샵이나 매춘업소에 가서 여자를 사고,
정작 방세는 밀리기 일쑤라 쫓겨나거나 떼어먹고 도망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심지어 마켓의 아동복매장에서 일하며 혼자 사는 엄마에게도 늘 돈을 뜯어낸다.
그런 주제에 또 자존심은 강해서 어디서 조금 무시받거나 기분상하는 일이 있으면
급흥분해서 술먹고 추태를 부리는 일도 다반사다.

그야말로 게으르고, 의지력 바닥에, 성질 급하고, 무책임하고, 엄청난 열등감의 소유자.

성질이 그렇다보니 주변에 변변한 친구도 하나 없는데,
어느날 우연히 노동현장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사귀어 어울리면서 소박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전문학교를 다니며 알바로 일하는 성실한 그 친구를 따라 한동안 그도 성실하게 일을 나가지만,
결국 이 관계도 '간타'의 민폐와 추태로 끝나게 된다.
아, 좀 불쌍하긴 하지만,
밀린 방세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게 되자 와서 얹히려고 하고, 새로 방 얻을 돈을 꿔달라고 하고,
학교친구들과의 미팅에 눈치없이 낄려고 하고, 여친까지 동석한 자리에서 술꼬장 부리고,,,,
진짜 나같아도 그런 친구는 사절이겠어....-_-;;;;

한마디로, 현실에서 내가 정말정말 싫어하는 타입의 인물.;;;

하지만 아예 생각이 없는 인물은 아닌지라,
그 역시 그러한 생활 속에서 불안과 염증을 느끼며 고뇌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활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렇게 느슨한 삶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되는 대로 흘러가는 계획도 목적도 희망도 없는 삶의 행태가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커다란 불안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끌어안고만 있어도 번거롭기 그지없는 무지막지한 열등의식에서 오는
비열한 시기와 질투 때문에 너덜너덜해진 자아로 인생의 종착점까지 달려갈 생각을 하니,
간타는 이 세상이 숨이 턱 막힐 만큼 무미건조한 고역과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p122-123




책 뒤에는 '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라는 단편이 하나 더 실려있는데
요건 '간타'가 마흔 살의 중년이 된 후의 이야기다.
중간과정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는 소설가가 되어있고,
큰 인기는 없지만 가와바타 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올랐을 정도...
이 단편에서는 어느날 청소 중에 허리를 삐끗해서 며칠 동안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 하게 된 '간타'가,
가족도 없고 변변한 저축도 없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가와바타 상 수상에 대한 열망에 대해 넋두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똥이 마려워도 일단 화장실까지 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설령 고생해서 화장실에 이르렀다 해도 변기에 엉덩이를 내린 다음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의 아픔을 감수하며 똥을 눠야 한다.
애당초 허리를 구부릴 수 없으니 항문을 닦을 수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평소 대식가에다 아무리 음식 욕심이 남다른 간타이지만
음식물 섭취를 억제해서라도 똥을 만들지 말아야 했다." 
  p140


머, 일용노동직에서 벗어나 작가가 되어있긴 하지만,
무책임하고 소심하고 급한 성질 등은 여전....^^;;;;

책을 덮고 나니, 그 전에 작가에게 품었던 어렴풋한 경이와 존경이 거의 사라져버렸지만,
그래도 작품은 나쁘지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꽤나 재밌게 읽었지.
주인공이 넘 한심해서 짜증도 나고 답답했지만,
너무 어이없어서 그런지 전혀 지루하지 않고 술술 읽히더라구~ㅋ

이러니저러니 해도 저런 인생을 살다가 소설을 쓰게 되고
결국 아쿠타가와 상까지 수상했다니 역시 놀라운 인물이긴 해.

저자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는데
확실히 이 찌질하고 한심하고 막막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자신의 인생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ㅎ



* 아래 링크를 통해 구매하시면 1%의 알라딘 추가적립금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익월 15일 자동지급, 링크 도서가 1권이라도 포함된 해당 주문건 전체에 대한 1%)



--바쁘지 않으시면 추천 한방 꾹! 눌러주세요~ 블로거에게 큰 격려가 된답니다~^^*--

Posted by 블랑블랑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레아디 2011.10.20 2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역열차라는 제목이 왠지 저를 끌리게 만드네요..ㅎ
    한번 읽어보고 싶어요.ㅎ

  2. 별이~ 2011.10.21 0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소개 감사해요^^
    오늘도 행복한 저녁 되세요^^

  3. 당당한 삶 2011.10.21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저자의 이력이 다소 색다르네요.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위안를 얻기를 바란다..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힘들게 산 작가였기에 더 마음이 갑니다.


Statistics Graph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  » 2019.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