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시체의 밤>  /  지은이 : 사쿠라바 카즈키  /  옮긴이 : 박재현  /  21세기북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에 비교되길래, 막 출간됐을 때부터 읽어보고 싶었던 책.

이번에 책 몇 권을 주문하면서 함께 구입했고, 구입한 책들 중에 가장 먼저 골라들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금융으로 인해 허덕이고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소설인데,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과는 아주 살짝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인 거야 당연하고,

그 외에도 어딘지 몽롱하고 나른한 분위기가 있다.

자신의 힘을 뛰어넘는 엄청난 격랑에 휩싸여 정신이 혼미해진,

바로 그 순간의 묘한 나른함이랄까........

 

 

"사회의 밑바닥으로, 밑바닥으로, 어쩔 수 없이 추락하는 건 어떤 기분이야?"   p39

 

 

 

 

 

이야기는 시작 부분에서 이미 막 살인을 끝낸 어떤 한 장면을 보여준다.

누군가가 사람을 죽인 뒤 사체를 토막내는 장면...

그리고 과연 누가 누구를 왜 죽였는지에 대해,

이야기는 다시 그로부터 얼마전으로 거슬러 올라 흘러간다.

 

 

"그날 밤, 달의 오두막에서 나는 대체 누구를 죽인 것일까."   p299

 

 

아내와 어린 딸을 둔, 42살의 '사토루'는 대학강사와 번역일을 하고 있지만 수입은 대단하지 않다.

대신 부잣집 딸인 아내 덕분에 좋은 집에서 생활비 걱정 없이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이 고학생 시절 하숙했던 고서점에 갔다가

과거의 자신처럼 그곳 2층의 허름한 방에서 하숙을 하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 '사바쿠'를 만난다.

'사토루'는 그녀에게 참을 수 없는 욕망을 느끼게 되고, 둘은 곧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한다.

 

돈에 쪼들리던 '사바쿠'는 넉넉해 보이는 '사토루'에게 돈을 융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느 밤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해 둘의 정사 장면을 촬영한 뒤, 그걸 빌미로 3백만 엔의 거액을 요구한다.

 

 

"돈이라는 것은 세상에 한정되어 있는 자산으로,

조금이라도 넉넉한 곳에서 약삭빠르게 빼앗지 않으면, 평생 손에 넣을 수 없다.

돈이 든 지갑은, 결국은 의자 뺏기 게임의 의자 같은 거다."   p220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사토루' 역시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상은 빚에 허덕이고 있는 상태.

고학생 시절 학자금과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받았던 대출금이 아직 처리되지 못 했고,

처가에서 반대하던 결혼을 어렵게 한 그로써는 아내에게 차마 그 이야기를 하지 못 한다.

생활비는 처가에서 주므로 그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자신의 알량한 수입으로는 이자나 근근히 갚아나갈 뿐 원금을 해결할 수가 없다.

 

전혀 다르지만 닮은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돈 때문에 점점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본래 돈이라는 것에는 폭력성이 있어. (......)

돈이란 말이지, 없으면 사람을 곤궁하게 만들고, 있으면 있는 대로 질투나 원망을 사게 만드는,

굉장히 성가신 물건이야."   p87

 

 

 

 

등장인물들의 시점이 변화하며 이어지는 구성인데,

딱히 독특하달 건 없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성이다.ㅎ

게다가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토루'와 '사바쿠'는 물론이고,

앞부분에서 별 의미없어 보이던 인물의 시점까지 하나씩 나와서 더욱 흥미롭다.

그래, 주인공이든 아니든, 모두에게는 그만의 인생이 있는 거겠지,,,랄까....^^;;;

 

 

"......누구나 평범한 인생을 견뎌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때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가슴을 아프게 한다.

신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인간이 아니라니, 얼마나 희비극인가."   p301

 

 

결말은 조금 씁쓸하면서도 왠지 안심이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찜찜하다.

뭐, 이 부분은 스포가 될 테니 더 이상 부연설명은 생략하기로 하고....^^;;;

 

암튼 읽고 나면 뭔가 답답하고 가슴 한쪽이 쿵-하고 무거워지는 소설이다.

그렇게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든 행태가 한심스럽다가도

그래도 인간으로써 그 욕망들을 전혀 이해 못 할 바가 아니기에 마냥 욕할 수만은 없게 된다.

 

"소비자로밖에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p302) 인생들에 관한 쓸쓸한 이야기.

 

우리는, 나는, 이 세상에서 소비 외에 다른 어떤 존재 의미들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그 의미들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어렴풋이 밀려드는 이 불안감을 쉽게 떨쳐낼 수가 없어서,,, 조금... 뒷맛이 씁쓸하다.

 

 

"얼핏 모두 평범한 여자로 보였다.

하지만 어느 날 거리에 움푹 파인 구덩이에 빠져 다중 채무자로 전락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모두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빌린다. 이 정도라면 갚을 수 있다고.

그렇게 고금리의 함정에 빠져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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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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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butter 2012.11.16 16: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쿠 무서운 소설이네요. 저는 수원 여대생 살인사건 이후로 중국인들의 식인문화에 기겁하고, 또 저희 동네에 중국인이 많아서 또 기겁하고 있어요. 후덜덜 무서운 세상이에욤. 저도 책 읽는 거 무지 좋아하는데 저 알라딘 광고에 뜬 죽음의 밥상도 읽어봤답니당...

    • 블랑블랑 2012.11.17 16: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죽음의 밥상 읽으셨군요!
      저도 그거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서워서 못 읽고 있어요...
      읽고 나면 가슴이 너무 아플 거 같애서...ㅠㅠ

  2. +요롱이+ 2012.11.17 1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 리뷰 덕분에 흥미롭게 잘 보구 갑니다^^

  3. 아레아디 2012.11.17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언제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ㅎ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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