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  지은이 : 김언수  /  문학동네

 

 

 

요즘 어쩌다보니 국내작가의 소설들을 연달아 읽고 있는데

읽은 작품들이 대부분 꽤 맘에 들어서 그간 내가 국내소설에 얼마나 소홀했나 반성중.^^;;;

근데 이번에 읽은 '김언수'의 <캐비닛>은 그중에서도 가장 맘에 든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사실 나 이거 제목이랑 표지만 보고 별 기대 안 하고 읽었다가 정말 깜짝 놀랬잖아!!ㅋㅋ

 

황당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가장한 무섭고 슬픈 이야기...ㅜㅜ

 

 

"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시고요?"

 

"아뇨, 저는 사실 그 반대 입장입니다. (......)

우리는 사실 서로를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별 도리가 없는 겁니다. 그건 이런 말이죠.

당신 외로운 것 알아. 당신도 나만큼은 외롭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우리는 외로워지는 거죠. 결국 같은 말이지만."

 

 

주인공 공대리는 운좋게 들어간 할 일 없는 연구소에서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다가

어느날 우연히 회사 한쪽에 잠겨져있는 13호 캐비닛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때문에 권박사라는 정체모를 박사의 조수가 되어 13호 캐비닛의 자료정리일을 하게 된다.

캐비닛 안의 자료들은 일명 '심토머'들에 관한 보고서들.

 

'심토머'란 보통의 인간들과 다른 일종의 변종들을 가리키는 말로,

한 번씩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수면상태에 빠졌다가 멀쩡하게 일어나는 사람,

새끼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입 속에 도마뱀을 키워 결국 그 도마뱀이 혀를 대신하게 된 사람,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모두 가지고 스스로 임신까지도 가능한 사람 등의 에피들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옛날 삼류잡지에 '세계의 불가사의한 사건 모음' 같은 특집기사로나 나왔을 법한

황당무계한 에피소드들이 줄줄 이어지는데

이게 묘하게 현실의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어서 읽다보면 마음이 짠...ㅜㅜ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

 

 

심토머들의 다양한 삶의 형태는

흡사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이 궁지에 몰려 취하는 여러가지 생존의 방식 같기도 하다.

 

손가락에 자라는 은행나무에게 몸의 양분을 다 빼앗겨 죽어가면서도

나무의 성장에 삶의 모든 보람을 거는 방식으로,

어릴적 분리수술 때 죽은 샴쌍둥이를 다시 만나 주기적으로 죽는 그녀를 매번 화장하는 방식으로,

도마뱀으로 혀를 대신해 일체 입을 닫아버리는 방식으로,

최악의 상황에서 모든걸 놓고 몇달 몇년씩 잠을 자버리는 방식으로..... 등등....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삶의 방식 이외에도

 아주 많은 삶의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무리 얼토당토않고 무모해 보여도

그것은 그들이 이 세계를 견디기 위해 나름대로 고안한 필연적인 질서라는 것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살아갈 용기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삶을 아예 끝내버리기도 한다.

 

주인공 공대리 역시 결말에 이르러 그 캐비닛 때문에 아주 끔찍한 일을 당하는데,

결국 철저하게 상처받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되는 그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얼마나 우연한 기회에, 얼마나 사소한 이유로

심토머가 될 수 있는지를 무섭고도 슬프게 보여준다.

 

 

" "저도 심토머인가요?"

 

"아뇨, 당신은 심토머가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당신은 아직 이 도시에서 견딜 만합니다." "

 

 

아, 삶이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부비트랩의 인계철선을 무심코 건드리는 순간

부비트랩에 연결된 폭탄들이 연달아 터지듯이 불행은 그렇게 갑자기 도처에서 터진다.

 

 

 "불행은 결코 할부로 오지 않아. 불행은 반드시 일시불로 오지.

그래서 항상 처리하기가 곤란한 거야."

 

 

황당하고 어이없지만, 읽다보면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야기.

 

세상의 모든 심토머들을 위해,

언제 어떻게 심토머가 될 지 모르는 우리 모두를 위해,,,,

부디 화이팅!!!!!!!!

 

 

" "글쎄, 꼭 뭘 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냥 자네의 시간을 견뎌봐.

인생이란 그저 시간을 잠시 담아두는 그릇에 불과한 거니까."

 

"캐비닛처럼요?"

 

"그래, 마치 캐비닛처럼." "

 

 

 

 

덧.

인상적인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몇 부분 더 발췌해둔다.

이야기 흐름 속에서 읽으면 진짜 더 팍팍 꽂힘.ㅎ

 

 

 

"화장터 소각로에 엄마를 넣은 후 나는 외삼촌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고아가 되었어요"

그러자 외삼촌은 바닥에 담배를 비벼끄며 말했다.

"누구나 결국엔 고아가 되지." "

 

 

"나는 죽음이 뭔지 알아요.

그것은 시간을 입금해놓은 자신의 통장에 잔고가 하나도 안 남아 있는 상태죠.

이미 다 써버렸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차압당했거나.

별다른 건 없어요.

그저 파산한 삶을 복구할 잔고가 없는 거죠."

 

 

"시간을 저축하는 유일한 방법은 헐렁헐렁하게 사는 겁니다."

 

 

" "사람들 말로는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큰 폭탄을 만드다는데 그게 사실이에요?" (......)

 

"그래, 아빠는 날마다 거대한 불행을 제작하지.

하지만 아빠가 지구 반대편에서 터질 불행을 제작하지 않는다면

그 불행은 우리집 응접실이나 너의 예금통장 같은 데서 터지겠지." "

 

 

"하지만 어떻게든 될 것이다. 죽음은 낙엽처럼 흔한 것이다."

 

 

"자고 일어났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통장도 사라지고,

주식도 사라지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마누라도 떠나갔어요.

제 삶은 완전히 황폐함 그 자체입니다.

저는 이제 어떡하죠?

 

다시 한잠 푹 주무십시오.

그러면 새 삶이 시작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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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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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꿍알 2013.10.04 10: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좋은책에 대한 줄거리와 좋은 문장들 소개 잘 보고 갑니다~
    블랑님의 책 리뷰를 보면 다 읽고 싶어지는데 책 읽는 속도도 느리고 요즘은 게을러지기까지 해서 언제쯤 읽어볼 수 있을지...^^;;;

  2. August.Han 2013.10.06 2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정말 공감되는 문장 많네요.

    특히나 불행은 일시불로 찾아온다는 거에선 소름돋을 정도로 공감되던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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