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  지은이 : 마를렌 하우스호퍼  /  옮긴이 : 박광자  /  문학동네

 

(* 알라딘 추가적립금 받고 구매하기는 하단의 링크 모음 클릭!!)

 

 

 

 

40대 여성인 주인공은 사촌 부부를 따라 그들의 별장에 놀러갔다가,

다음날 아침 세상의 모든것이 정지해버리고

근처 숲 일대는 보이지 않는 벽으로 외부세계와 단절된 것을 알게 된다.

투명한 벽 밖으로는 막 세수를 시작하거나 한가로이 앉아있는 노인과 동물이

화석처럼 그대로 멈춘 채 죽어있는 것이 보이고

그녀의 곁에는 사촌 부부의 사냥개였던 '룩스'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마침 풀을 뜯으러 숲에 왔다가 벽에 갇혀 돌아가지 못한 젖소와

굶주리던 고양이 한마리를 더 거둬 한 여자와 세 마리 동물의 생존기가 펼쳐진다.

(젖소와 고양이는 곧 새끼를 출산해서 이 수는 더 늘어난다.)

 

 

"나는 내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더러운 냄새를 풍기면서 기어 다니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 같다.

동물이 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결코 동물이 될 수 없다.

인간은 동물 이하로 전락한다."   p54

 

 

사촌이 별장에 비축해놓은 각종 물품들로 생존해나가지만 모든 것은 유한하고,

그녀는 자신과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쉼없이

땅을 일구어 감자와 콩을 심고, 수확하고, 장작을 패고, 집을 수리하고, 

건초를 나르고, 숲 속 나무열매를 따고, 사냥을 한다.

 

바깥 세상에서 남편과 자식, 모든 인간관계에 따르는 짐에 힘겹던 그녀는

이곳에서도 자신의 동물들을 돌보고 지키기 위해 많은 수고를 겪지만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사실은 그녀가 자살하지 않고 삶을 지탱해나갈 힘이 되기도 한다.

 

 

"나는 고양이들에게 무심하기로 작정했다가 결국은 그들을 또 사랑하게 될 것이고,

그들을 다시 잃게 될 것이다.

마음을 줄 대상이 남김없이 사라진 데 대해 안도감이 드는 때가 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에 지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망갈 길은 없다.

이 산속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살아 있는 한 나는 사랑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말로 아무것도 찾을 수 없게 되는 날,

나는 삶을 멈출 것이다."   p210-211

 

 

 

 

세상의 멸망이나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홀로, 혹은 소수가 살아남는 이야기는 많지만,

그것들에 비해 이 작품은 고단하고 불안한 상황속에서도 나름 평온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그것은 유일한 생존자가 바로 '여성'이기 때문인 것으로 느껴진다.

주인공과 동물들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는데,

이속에서 저자는 불안하지만 여성 특유의 모성이 바탕이 된 신뢰와 애정이 가득한 세계를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과 함께 사는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살기 위해 사냥을 할 때도 마음 아파하며 꼭 필요할 때 이외에는 오히려 짐승들을 돕는다.

숲 전체가 눈으로 덮힌 한겨울, 굶주리는 산짐승들을 위해 자신의 식량인 열매 자루를 끌고나가고,

흰색 돌연변이로 태어나 무리에게 따돌림 당하는 외톨이 까마귀의 먹이를 챙긴다.

 

 

"어쨌든 나는 기근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 산짐승들을 일주일 정도 먹일 만큼의 건초를 마련해놓았다.

어쩌면 그들에게 건초를 주지 않는 편이 현명할지 모른다.

그러지 않아도 산짐승들은 얼마든지 늘어난다.

하지만 나는 산짐승들이 비참하게 굶어 죽는 것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   p181

 

 

"내 몸이 아픈 것은 내가 끊임없이 짐승들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죽이는 일이 즐겁다고 느끼는 인간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생각해보았다.

나는 그렇게 될 수 없었다."   p182

 

 

얼핏 심심하고 너무 정적일 것 같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 꽤나 스릴넘치고 흥미진진하다.

주인공이 수많은 문제를 하나씩 클리어하며 생존해나가는 서바이벌 과정도 그렇지만,

뭣보다 필연적으로 닥쳐올 상실과 절망 때문에 읽는내내 불안하고 조마조마...ㅜ

 

 

"상상력은 사람을 과민하게 만들고 상처받기 쉽게, 무기력하게 만든다.

상상력은 어쩌면 퇴화의 증상일지도 모른다."   p56

 

 

소설은 여주인공이 종말 이후 2년 반을 살아내고 그 이야기를 넉달에 걸쳐 쓰는 수기형식인데

초반에 이미 몇몇 동물들이 지금은 죽고 없음을 알려주기 때문에 계속 마음을 졸이면서 읽게 된다.

언제 갑자기 죽는 장면이 튀어나올지 몰라 불안불안...

특히 그녀에게 가장 큰 의지가 되었던 개 '룩스'...ㅜㅜ

 

"룩스는 나의 여섯번째 감각이었다.

룩스가 죽고 난 뒤 나는 불구가 된 것 같다."   p194

 

 

성냥 같은 유한한 물자와(그녀는 혼자 불을 만들지 못한다.)

치료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치통 같은 것들은 끊임없이 그녀의 앞날을 절망적으로 만들고,

 

 

"그날 나는 나의 목숨이 남아 있는 성냥의 개수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서롭지 못한 생각들이 으레 그렇듯 이 깨달음은 새벽 네시에 불현듯 찾아왔다.

(......)

이 년 반은 서서히 흘러갈 것이다.

그러면 나의 불은 꺼질 것이고 주변에 땔감이 아무리 많아도

내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꽁꽁 얼어 죽어가는 것을 막아주지는 못할 것이다."   p96-97

 

 

"어쩌다 새벽 세시에 잠이 깨는 날이 있다.

그러면 스물여섯 개의 이에 대한 생각이 나를 무서운 절망감으로 휘감는다.

마치 시한폭탄처럼 내 잇몸에 박혀 있는 이들."   p86-87

 

 

언젠가 닥칠 그녀의 죽음 이후에 남게 될 동물들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나는 벨라가 나보다 먼저 죽기를 바란다.

내가 없으면 벨라는 겨울을 나지 못하고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 (......)

나는 낮이고 밤이고 이런 걱정을 하면서 살고 있다.

아무리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걱정은 내가 쓰고 있는 글에서도 자꾸 튀어나온다."   p244

 

 

 

 

그리고 마지막에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

그녀와 동물들의 그럭저럭 안온한 삶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바로 인간, 그것도 '남성'인 것이다!!!

(앞으로 읽을 분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

 

페미니즘 소설로 높이 평가되는 작품이니만큼,

옮긴이의 말에서는 결말에 여주인공과 암소와 암고양이 한 마리씩만이 살아남는다는 설정이

하우스호퍼가 생각하는 유토피아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암시한다고 했는데,

그거 말고도 작품의 마지막 구절에서 주인공이 매일 먹이를 챙겨주던 외톨이 까마귀를

'그녀'라고 지칭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 까마귀가 암컷인지 수컷인지 알 수 있을만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그녀'라고 지칭하는 마지막 문장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암튼 나는 의미 따위 무시하고서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남은 여성의 투쟁과 성찰이 아주 흥미롭게 담긴 작품.

특히 여성이라면, 더구나 동물을 좋아한다면, 강추 백만번!!!ㅎㅎ

 



* 아래 링크를 통해 구매하시면 1%의 알라딘 추가적립금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익월 15일 자동지급, 링크 도서를 포함한 해당 주문도서 전체에 대한 1%)



Posted by 블랑블랑

댓글을 달아 주세요


Statistics Graph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  » 2019.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