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  지은이 : 에릭 파이  /  옮긴이 : 백선희  /  21세기북스  /  2011년  /  10,000원

 

 

 

금년 들어 처음 읽은 책이다.

거의 한 달 가까이 책을 통 안 읽었네. 헐...-_-;;;

<혼자 사는 여자>를 이달 초에 보고 리뷰 올렸지만 그건 글보다 그림이 더 많은 거라...

 

사실 이것도 딱히 읽으려고 읽은 게 아니고

자기 전에 그냥 별생각없이 몇 페이지 넘겨보다가 의도치 않게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거다.

줄거리가 흥미진진해서라기보다는 워낙에 분량이 적어서인 덕이 큰데,

120페이지 정도에 편집도 빽뺵하지 않아서 한 시간도 안 걸려 다 읽은 듯.

 

근데 난 사실 이거 일본소설인 줄 알았었지.ㅎ

일본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 소설이었네.^^;;;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혼자 사는 남자의 집에 몰래 숨어서 일년을 산 여자의 이야기인데,

믿기지 않지만 이거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이란다.

쇼킹, 쇼킹~~

 

 

 

 

"뿌리가 같은 대나무는

제아무리 세상 멀리 떨어진 곳에 심어도

똑같은 날에 꽃을 피우고

똑같은 날에 죽는다고 한다."

 

- 파스칼 키냐르  (p7)

 

 

56세의 독신남.

기상관측사가 직업이며, 가족은 결혼한 여동생이 하나 있지만 거의 왕래가 없다.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도 하지 않으며 점심도 혼자 먹는, 고독이 익숙한 남자다.

 

그러던 그의 조용한 삶이 어느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냉장고에 넣어둔 요구르트가 없어지고 쥬스가 줄어드는 일이 몇 번 반복된 후,

그는 결국 부엌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자신의 부엌에 있는 한 여자를 보게 된다.

 

 

"음료는 8센티미터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아침에 나갈 때는 15센티미터였는데......

누군가 마셨다.

그런데 난 혼자 산다."   p15

 

 

여자는 58세.

실직 후 생활고로 살던 집까지 처분한 뒤 갈곳이 없어졌다.

노숙도 하고 빈 집에서 자기도 하면서 지쳐가던 여자는 남자의 집에서 평안을 찾는다.

그녀는 그곳에 1년 가까이 머물면서

잘 쓰지 않는 손님방의 벽장에 숨어 잠을 자고

그가 출근한 뒤 밖으로 나와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쬔다.

 

 

"가장 큰 두려움은 악몽을 꾸다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만약 그 사람이 자기 벽장에서 나는 비명 소리를 들었다면

아마 평생 최고로 겁에 질렸을 것이다.

나 자신의 배반 때문에 나는 해명을 해야 했을 테고, 그는 나를 한밤중에 밖으로 내쫓았을 것이다.

아니면 묶어서 경찰에 신고했거나.

처음에는 잠을 자지 못했다.

나를 다시 일으키고 살면서 생긴 혹과 멍들을 낫게 해준 이 안식처를 잃을까 봐

너무도 겁이 났던 것이다."   p84-85

 

 

남자는 자신의 '고독을 차가운 파노라마로 펼치(p26)'는 모니터 속에서

평화롭게 움직이는 그녀를 본 후 혼란을 느낀다.

바로 경찰서에 신고해놓고는 모니터 속의 그녀를 계속 보다가

다시 그녀에게 도망가라고 알려주기 위해 집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여자는 곧 구름이 닥치기 전에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서둘러요, 그러지 않으면 곧 그 태양을 다시는 보지 못할 거란 말이에요,

하고 외치고 싶었다."   p45

 

 

 

 

설정만 보면 두 주인공 사이에 뭔가 사건이 더 있을 것 같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그저 벽장 문틈 사이로, 컴퓨터 화면으로 서로의 모습을 얼핏 보고,

재판 중 딱 한번 눈을 마주칠 뿐이다.

 

소설은 남자의 시점으로 사건이 이야기되고, 다시 여자의 시점이 나온 후,

마지막에 교도소에서 풀려난 여자가 남자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나마 이 편지 안에 언급되는 여자의 숨겨진 사연 하나가 나름 작은 반전이랄까...

 

쇼킹한 설정에 비해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담담하고 고요한 건 아주 의외였지만

이 짧은 이야기는 뭔가 깊은 울림을 준다.

두 주인공의 고독과 절망을 태연하게 보여주는 문장들도 인상적이고...

 

 

"죽고 나면 그는 나만큼이나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남자와 나의 공통점이다.

자부심을 가질 일도, 화낼 일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

이것 말고 우리를 근접시키는 건 없다."   p91

 

 

 

 

'세상을 피해 혼자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저녁, 모든 밤들(p55)'

사실은 누군가와 함께 있던 시간들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남자와,

'정혜윤'의 추천사에서처럼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되찾고 싶은 옛 왕국'

잠시나마 되찾았다가 다시 상실한 여자...

 

철저히 혼자였던 두 고독이 만나 한 공간을 공유했던 이 사건 이후에도

그들의 삶은 아마 똑같이 이어질 것이다.

변화는 그저 그들의 내면에서 일어날 것이다.

 

어쩌면 이전보다 더욱, 혹은 진심으로 외롭고 참담해지지는 않을까...

 

 

"이 여자의 존재가 열어젖힌 일종의 '환기창'을 통해

나는 조금 더 명료하게 내 의식을 들여다보았다.

비록 그녀가 나를 알지 못하고 내가 그녀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을지라도

그녀와 내가 함께 보낸 이해가 나를 바꿔놓을 것이고,

이미 나는 예전과 똑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p60

 

 

설정이 줄거리의 거의 모든 것이라,

특유의 일본 미스터리인 줄 알고 읽었던 내 예상에는 어긋난 작품이었지만 마음에 든다.

 

소설의 마지막은 마치 중간에 끊긴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뭐,, 그걸로 됐지 않은가.

 

 

 

 

덧.

이 사진 쫌 무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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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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