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지은이 : 주노 디아스  /  옮긴이 : 권상미  /  문학동네


며칠전 알라딘 반값 행사에서 건진 '주노 디아스'의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정말이지 안 읽었으면 너무너무 섭섭했을 책.
퓰리처상을 비롯한 각종 수상경력과 수많은 호평이 단번에 이해가 가더라구~^^

슬프면서 웃기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내 생각을 말하자면 가능하다. 적어도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에서는 말이지.^^


"당신이 나처럼 자라지 않았다면 알지 못할 것이고,
알지 못하면 함부로 단죄하지 말라."  
p74




이야기는 오스카 와오의 삶에서부터 출발한다.
엄청난 뚱보에, 못생기고 소심한 꼴통 깜둥이 오타쿠. 이게 바로 그의 모습이다.
늘 왕따를 당하는 주제에 여자에는 환장을 해서 늘 누군가에게 반하지만, 키스 한 번 해보지 못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오스카의 누나 롤라에게로 넘어간다.
오스카를 끔찍이 사랑하는 롤라는 늘 기가 쎈 엄마로부터 도망가고 싶어하고,
어느날 가출을 해서 사귄지 얼마 안 된 남자친구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롤라를 향한 남자친구의 사랑은 오래 가지 않는다.

오스카와 롤라의 엄마 벨리.
그녀는 부유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나지만,
그녀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 집안의 비극으로 인해
결국 고아가 되어 끔찍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고모에게 입양되어서야 겨우 안정을 찾는다.
뛰어난 미인으로 자란 벨리는, 나이는 많으나 돈과 힘을 가진 갱스터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의 아내가 당시 악명높은 독재자 트루히요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은 벨리의 비극이었다.

그렇다면 벨리의 아버지 아벨라르는?
그는 부를 소유한 외과의사였으나, 그의 불행은 트루히요가 넘 볼 만한 미모의 딸을 뒀다는 것.
온 나라의 예쁜 여자는 모조리 건드리는 포악한 독재자로부터 사랑스러운 딸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은
결국 그의 집안을 산산조각내고 만다.


소설은 롤라의 남자친구였던 유니오르의 시점으로,
오스카와 롤라의 삶에서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삼대에 걸친 비극적인 가족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가족의 비극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어두운 역사와 맞물려 흐른다.


"사람들은 미쳤고, 그렇게 살았다.
벗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배신당했고, 한마디 말실수 때문에 고발당했다.
오늘 집 앞에서 불알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성실한 준법 국민이
내일은 바로 그 친구 덕택에 콰렌타 교도소에서 불알이 튀겨지곤 했다."  
p268




이야기는 매우 비극적이지만,,, 그래서 읽는 내내 맘 한 쪽이 아프지만,,,
그와 동시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큭큭거리게 된다.
이렇게 비극적인 가족사를 이렇게 웃기게 써놓다니, 주노 디아스, 당신 혹시 변태야? -_-;;;


"그의 풋사랑이, 짝사랑이 살을 빠지게 만들었을까?
불행히도 그 일만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스카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롤라는 권투선수와 헤어졌을 때 9킬로그램이나 빠졌다. 이 유전적인 차별은 대체 뭐란 말인가?
어떤 망할 신이 이런 차별을 하는가 말이다."  
p62


어떤 사랑의 아픔도 오스카의 살을 빼진 못 한다.^^;;;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죽는 것이다. (......)
오스카는 엄마와 누나와 아직 색칠하지 않은 미니어처들을 생각하며 울기 시작했다."  
p347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아직 색칠하지 못 한 미니어처들을 생각하는
우리의 막강 오타쿠 오스카.ㅋ


"모두 잠든 밤늦은 시각에 심드렁한 간수 하나가 불빛이 거의 없는 작은 방으로 그를 데려갔다.
놈들은 움직이지 못하게 그를 의자에 꽉 붙들어 맸다.

잡힌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는 포기하지 않고 요구했다.
무슨 오해가 있는 게 틀림없소 나는 점잖은 집안 사람이오 (......)
할 말을 다 하려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간수들이 구석에서 만지작거리고 있는 게 전기장치라는 걸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아벨라르는 끔찍한 공포감으로 그걸 노려보았고,
사물의 이름을 알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평소 버릇대로 물었다.
저건 도대체 뭐라고 하는 물건이오?
우린 풀포(문어)라고 부르지. 간수 하나가 대답했다.

그들은 밤새도록 아벨라르에게 그것이 어떻게 쓰이는 물건인지 보여주었다."  
p284


억울하게 모진 고문을 당하는 아벨라르의 이야기는 물론 마음 아팠지만,
공포 속에서도 고문기계의 이름을 궁금해하는 순박한(?) 모습에는 어쩔 수 없이 웃음이...ㅠㅠ


"아수아 외곽은 도미니카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
주민마저도 얼마 전에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자들 같았다. (......)
이 사람들 틈에 <혹성 탈출>의 우주비행사 테일러를 데려다놓으면 그는 소리칠 것이다.
"끝내 지구를 파괴했군!"
(어, 찰턴, 아냐. 지구가 멸망한 게 아니고 그냥 아수아 외곽일 뿐이야.)"  
p410


심지어 각주까지 이렇게 재치만점이다.
이러니 귀찮아도 각주까지 다 읽을 수 밖에....-_-;;;




한마디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고, 슬프고, 감동적이며, 우습고, 기가 막힌 소설이다.
번역자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대충 짐작이 가는 재치 가득한 문장들.
아, 주노 디아스는 아무래도 천재인 듯....^^;;;

이 책 읽고 났더니, 도미니카 공화국의 암울한 역사라던가,
20세기의 가장 악명높은 독재자 중 하나라는 트루히요에 대해서도 관심이 간다.
언제 시간 되면 자세히 한 번 알아보고 싶어.^^


암튼 이야기는, 가슴 아픈 비극이 우스꽝스럽게 펼쳐지다가, 나름 훈훈한 장면으로 끝난다.
하지만 그것은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끝냈기 때문일 뿐,
비극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휩쓸고 갔고, 또 다시 도처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굳이 '저주(소설 속에서 말하는 '푸쿠')'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냥 원래 삶이란 것 자체가 그런 거니까...
그 안에 늘 비극을 숨기고 있는 것이 바로 삶일 테니까 말이다.


"인생이란 그런거다.
아무리 열심히 행복을 모아봤자 아무것도 아닌 듯 쓸려가버린다.
누군가 나한테 묻는다면, 난 세상에 저주 따윈 없다고 대답하겠다. 삶이 있을 뿐.
그걸로 충분하다고."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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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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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희민 2010.07.29 1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않그래도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던찰나에 감사합니다 ㅋㅋ
    그리고 미치오 슈스케 신간 나왔더라고요~
    블랑님한테 유용한정보 아닌가요?? ㅋㅋ

    • 블랑블랑 2010.07.29 13: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거 잼있어요~ 지금 반값할인 중이라 가격도 싸공~^^
      글구 미치오 슈스케 신간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건 저번주 신간포스팅 때 소개했어요~
      출간 전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2. 가리 2011.02.16 17: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얼마전에야 이 책을 읽었어요
    잔뜩 기대했는데,,그 수많은 찬사를 받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왜!저에겐..그닥...인 소설이었을까요..내가 이상한가봐요 ㅜㅜ
    몰입은 잘 되었으나 그닥 재미는 없는...ㅜㅜ

    • 블랑블랑 2011.02.16 20: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전 이거 참 잼있게 읽었었는데...ㅠㅠ
      이거 읽고 도미니카 공화국의 역사에까지 흥미가 생겨서 막 검색질하고 그랬었거든요~ㅎㅎ
      별로셨다니 안타깝네요...ㅠㅠ
      그치만 머, 책이란 게 원래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른 거니깐요~
      가리님 전혀 이상하신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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