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그리고 좀비>  /  지은이 : 백상준 외 4인  /  황금가지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좀비에 관한 영화나 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원래는 영화 쪽으로만 관심이 있다가(좀비물은 비쥬얼이 생명이라고 생각했더랬지.ㅋ),
처음 소설로 읽어본 건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였고,
그때 이후로 쭈욱 소설 쪽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관련포스팅 --> 이 무더위에 딱~! 오싹한 좀비소설 모음)

'밀리언셀러 클럽'에서 나온 <섬, 그리고 좀비>
독특하게도 좀비문학을 대상으로 하는 'ZA 문학 공모전'의 수상작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좀비 단편을 다섯 편이나 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흥미진진해서 진작부터 찜해뒀던 책이지.^^

기대했던 대로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솔직히 한 편씩 따로 읽었더라면 또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요렇게 모아놓으니 '좀비'라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지가 바로 비교되어서 더 잼있더라구~
작가마다 주목하는 부분도 다르고 말이지.^^

좀비 소설을 좋아한다면 읽어볼 만한 단편집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는 것도 한 가지 장점.^^*


"우리가 여태 살아온 시간들 역시 살기 위해 타인을 죽여야 했던 시대가 아니었던가.
겉으로 드러난 상황이 다를 뿐 지금과 그때가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겠다.
종말이라니, 종말 따윈 없어.
단지 새로운 시대가 도래 하고 있을 뿐이야."  
p108 ('잿빛 도시를 걷다' 中)




(백상준)


온 세상이 좀비로 뒤덮인 뒤, 15층 자신의 아파트에 몸을 숨기고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
남자는 좀비로 변장하여 바깥에 몰래 나가 식량을 조달하지만,
동네 마트에도 점점 먹을거리가 동이 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와중에 그는 거리에서 자신처럼 좀비로 변장한 인간을 마주치기도 하고,
맞은 편 건물에 생존해있는 한 여고생을 만나기도 하지만 모두 좀비에게 희생당하고 만다.

그리고 외로움 속에서 홀로 살아가던 그는 마지막 선택을 한다.


혼자 생존해나가는 일상의 묘사가 두드러지는데, 이게 꽤나 재밌다.

글고 이건 여담인데, 15층 아파트에 고립된 상태에서 먹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싸는 것의 문제는
얼핏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에 등장했던 지하생활자 청년을 떠올리게 하면서,
역시 제대로 싸는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했다.^^;;


"이제 물도 끊겼다. 가장 큰 문제는 똥이다.
살아있으니 먹는 거고, 먹은 게 있으니 싸는 건 당연하다.
근데 치울 곳이 마땅찮다.
흙이라도 있으면 덮기라도 할 텐데 아파트 15층이라 흙 같은 건 없다."  
p18


어둠의 맛 (펭귄)


좀비로 변한 청년이 주인공으로,
이 단편에서는 좀비로 변하면 신체가 손상되기는 하지만, 정신은 그대로고 체력은 오히려 강해진다.
하지만 전염되는 문제 때문에 사람들은 좀비병에 걸린 사람들을 격리수용시키려 안달을 하고,
주인공은 자신이 좀비란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러다가 보궐선거에서 한 후보자가 '좀비 없는 깨끗한 지역을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인기몰이를 하자,
주인공은 그를 물어 좀비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좀비를 사회의 최하위 계층으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부분이 아주 흥미롭다.
실제로 이야기 속에서 좀비들은 강해진 체력을 바탕으로 농사나 막일을 주로 하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월급이 밀려도 신고당할까 봐 항의하지 못 한다.


"좀비는 새로운 계급의 출현보다는 발현의 의미가 더 크다.
그 전에는 좀비가 없었을까? 외모만 좀비가 아니었을 뿐이지 늘 있었다.
다만, 이번 좀비 사태가 벌어지면서 암묵적인 계급이 드러났다."  
p66


잿빛 도시를 걷다 (황희)


이혼 후 홀로 살고 있는 지원은 자칭 '사회부적응자'로,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연락하며 지내던 지인조차 없던 그녀는 세상이 온통 좀비로 뒤덮일 때까지 그 사실을 모르다가,
어느날 아침, 창을 두드리며 "원아. 엄마."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흉측한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죽인 지원은
헤어진 남편이 맡았던 자신의 7살난 딸을 구하기 위해 밖으로 나선다.


이거 결말이 조금 섬찟했던 단편.
지원의 엄마가 좀비가 되어 "원아. 엄마'를 되뇌이며 지원에게 덤벼들던 이미지와 겹치면서
묘하게 섬뜩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더라~


도도 사피엔스 (안치우)


법의관인 '나'는 겉은 멀쩡한데 내장이 심하게 부패되어 있는 시체들을 연달아 접하게 되고,
그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모기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환경오염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바이러스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쳐 인간 대 인간으로 감염되도록 진화하고,
주인공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급급한 정부에 항의한다.


독특하게 '전염병'이라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로, 꽤 의학적으로 접근한다.

정말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대중에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데,
이 단편 속에서는 정부가 진실을 밝힌 뒤, 해외 모든 나라에게서도 배척당하면서
나라 자체가 완전히 고립되고 약해진다.


"국민들 속이는 게 우리라고 좋겠어요? 그냥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거예요.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건 진실을 안 대중입니다. 진실을 감당 못하고 폭도로 변할 테니까요."  
p164


세상 끝 어느 고군분투의 기록 (박해로)


35세의 독신 교도관이 주인공으로, 역시 좀비로 뒤덮인 세상에서 홀로 생존해나간다는 설정인데,
독특한 점이라면 그가 주거지로 삼은 장소가 교도소라는 것.
그곳에는 자가발전장치와 넉넉한 식료품, 책, DVD, TV등 문화생활을 위한 것들까지 갖춰져있지만,
철문 밖에는 좀비들이 우글거리고, 주인공은 혼자라는 외로움에 절망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멀리 떨어진 어느 건물에서 걸음도 채 못 뗀 아기가 움직이는 장면을 보게 된다.
바싼 마른 아기는 피와 오물로 뒤덮인 옷을 입고 베란다 바닥을 기어다니며 울고,
주인공은 드디어 그 아기를 위해 교도소를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닥 특이할 만한 점은 없었지만, 그래도 요것도  꽤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
우글거리는 좀비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아기의 이미지가 강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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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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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이 2010.09.09 2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좀비영화는 좋아라하는데, 좀비소설은 어떨는지.. 궁금하네요. ^^
    아직까진 '좀비'는 비쥬얼이 아닐까 생각된다는.. ㅎ
    최근에 밀라 요보비치 나와주시는 '레지던트 이블4' 개봉했다던데, 재밌을 것 같아요 ^^

    • 블랑블랑 2010.09.09 2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확실히 비쥬얼이 강력한 효과를 내는 장르긴 해요.
      근데 저같은 경우는 소설로 읽는 것도 또 다른 맛이 있더라구요.^^
      레지던트 이블은 저도 좋아해요. 2편까지밖에 못 봤지만...ㅎ
      4편이 나왔군요. 언제 3편이랑 같이 봐야겠어요.^^

  2. 철이 2010.09.10 0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레지던트 이블, 1~3편 다 봤지 싶은데.. 1편보다는 2,3편이 더 재밌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 ^^;
    어쨌든 나름 깔끔한 액션인 것 같아요~ ^^

    • 블랑블랑 2010.09.10 0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그래여?
      3편부터 언능 챙겨봐야겠네요.^^
      근데 공포영화는 깜짝깜짝 놀래키는 장면들 때메 좀 꺼려져요.
      나이드니 심장이 약해져서리...ㅋ^^;;;

  3. 가리 2010.09.10 1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꾸 봐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세요 ^^

  4. 좀비마니아 2010.09.10 15: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가 참 좋아요.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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