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모형의 밤>  /  지은이 : 나카지마 라모  /  옮긴이 : 한희선  /  북스피어



'나카지마 라모'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은 건데, 오, 이 작가 완전 내 취향이네~ㅋ
간단히 말해 기괴하고 으스스한 단편 모음집.

지난 일요일날, 낮에 반 읽고 밤에 자기 전에 나머지 반을 읽었는데 밤에 읽을 때는 꽤 무섭더구만.^^;;;
뭔가 은근하게 오싹오싹한 이야기들.


"현실은 때로 우리의 상상력을 훨씬 넘는 기묘함을 지니고 있다."   p72


한 가지 독특한 점은, 기괴하고 섬찟한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암울한 분위기로만 흐르지는 않는다.
아마도 주인공들이 은근히 낙천적이고 쿨한 면들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듯 한데,
저자인 '나카지마 라모'가 그런 성향의 인물이지 않았나 싶다.
책 뒤쪽 해설에 실린 저자의 이력을 보아도 굉장히 엉뚱하면서도 특이한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고...
(저자 이력 자체가 한 편의 소설임.ㅋ)




전체적인 큰 틀은 한 소년이 버려진 낡은 목저택 안에서 우연히 기묘한 모양의 인체모형을 발견하고,
그 모형의 각 기관으로부터 해당 기관에 연관된 짧은 이야기들을 듣는다는 설정인데,
머, 이건 그닥 큰 의미는 없고 그냥 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다.

눈을 마주치면 반드시 불행이 닥친다는 '사안'에 얽인 이야기인 <사안>,
낙원이라 믿으며 정착한 평화로운 섬이 사실은 지옥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세르피네의 피>,
민감한 후각의 주인공이 새로 이사한 아파트 욕실에서 때때로 풍겨오는 비린내를 맡는 <싸늘해진 코>,
옆집 도청이 취미인 남자가 새로 이사 후 도청 중에 공포스런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는 <굶주린 귀>,
죽은 형의 꿈을 대신 이루려는 동생의 이야기인 <건각 - 국도 43호선의 수수께끼>,
무릎에 생긴 사람 얼굴 모양의 무시무시한 인면종기에 관한 <무릎>,
피라미드 파워를 최대한 높인 거대한 피라미드 안에 들어가는 남자의 이야기인 <피라미드의 배꼽>,
'존 레넌'의 미발표곡의 저주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인 <EIGHT ARMS TO HOLD YOU>,
묘지 판매 일을 하며 소소한 사기를 치던 남자의 말로를 그린 <뼈 먹는 가락>,
죽은 동물을 먹지 않겠다고 채식을 시작한 여학생이 점점 극단으로 치달아가는 <다카코의 위주머니>,
강령회에서 벌어진 신비한 체험을 그린 <유방>,
인간의 성 자체를 혐오하여 무성이 되기 위해 거세 수술을 받은 남자의 이야기인 <날개와 성기>.

이렇게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꿈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일종의 광기에 가까운 것을 가지고 있다.
무찔러도 무찔러도 살아나서 절벽에서 기어 올라오는 호러 영화의 괴물과 같은 집념.
그것이 필요하다."  
p94


개인적으로는 이 중에서 도청 이야기인 <굶주린 귀>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
결말은 좀 뻔하지만 중간에 나오는 주인공의 과거 도청 에피소드들,
그러니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소리를 듣고 혼자 이런저런 추리를 거듭하다가 알아내는
엉뚱한 진실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아주 재미있었다.




흥미로운 소재와 반전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지만,
전개과정 중에도 오컬트적인 이런저런 잡다한 지식들이 잔뜩 녹아들어있어서 읽는 내내 재밌다.

예를 들어, 몸의 한 부분에 생긴다는 사람 얼굴 모양의 인면 종기라든가,
'놋페라보'라는 눈, 코, 입이 없는 키카 큰 귀신이라든가,
피라미드 모형의 꼭대기로부터 삼분의 일 지점에 존재한다는 신비한 피라미드 파워라든가,
강신술에 얽힌 영능력과 사기행각 에피소드라든가, 기타등등...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직업도 퀴즈 문제 출제자, 묘지 판매 영업, 조향사 등 다양한데,
이 직업들에 대한 묘사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고.^^

한마디로, 반전이나 결말에 관계없이 읽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는 책.


"고독은 청결하고 상쾌하다. 고독은 아무도 상처 주지 않는다. 고독은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에 비하면 고독은 얼마나 따뜻한지."  
p47


저자는 알콜중독에 시달리다 결국 술에 취해 계단에서 굴러 사망했다는데,
자신의 알콜중독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 <오늘 밤 모든 바에서>도 읽어보고 싶다.^^




마침 지금 <인체 모형의 밤>과 <오늘 밤 모든 바에서>는 알라딘에서 둘 다 반값할인 중!^^

 

* 2013. 1. 16 현재 <인체 모형의 밤> 절판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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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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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명태랑 짜오기 2011.05.26 2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체 모혐의 밤이 으스스한 단편들의 모임이면
    사람의 으스스한 것을 묘사한 책이군요.
    한번 봐야 겠네요

    • 블랑블랑 2011.05.26 21: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좀 기이한 이야기들인데 잼있더라구요.
      저자에 대해 좀 찾아보니 엄청난 기인이더라구요.
      언제 한 번 '나카지마 라모'에 대한 포스팅을 해봐야겠어요.^^

  2. Hansik's Drink 2011.05.27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서운 내용이 많은가요?? ㅎ

    • 블랑블랑 2011.05.27 12: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반적으로 좀 으스스해요.
      근데 또 막 음울한 분위기는 아닌 것이, 주인공들이 대체로 굉장히 쿨하다고 해야 하나... 암튼 기괴한 일과 맞닥뜨려도 그닥 동요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준다는...ㅎ
      암튼 잼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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