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초 이야기>  /  지은이 : 요시나가 나오  /  옮긴이 : 송수영  /  문학동네




'할머니 탐정의 사건일지'라는 부제가 너무 귀여워서 출간되자마자 찜해서 바로 구입했던 책.
어제 저녁에 읽었는데, 이거 진짜 넘넘 기분 좋아지는 소설이다.^^

할머니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로는 작년에 읽은 '리타 라킨'의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도 있지만,
이 <고운초 이야기>는 그거랑은 전혀 다른 분위기.
'글래디 골드'가 좌충우돌 왁자지껄한 유쾌하고, 조금은 주책맞은 노년을 보여준다면,
<고운초 이야기> 속의 '소우' 할머니는 차분하고 지혜롭고 따뜻한 노년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소우' 할머니 쪽이 훨씬 맘에 들어!ㅎ

<고운초 이야기>는 '소우' 할머니의 활약을 담은 총 다섯 편의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약하다고 인정해버리는 게 편해. 힘을 빼고 조금은 다른 사람에게 기대거나, 도움을 주거나 하면서.
그러면 막히는 일이 없어. 자연스럽게 여러 갈래의 길이 보이지." 
  p163




커피콩과 전통다기를 파는 작은 상점 '고쿠라야'의 주인인 '소우'는
올해 일흔 여섯의 할머니로, 젊어서 이혼한 후 독신생활을 하고 있다.
곱게 쪽진 머리에 늘 꽂아두는 작은 대모갑 빗을 시시때때로 빼서 잔머리를 단정하게 빗어넘기고,
손에는 늘 지팡이 겸용의 검은 박쥐우산을 들고 다닌다. 복장은 기모노 차림.^^

카페처럼 테이블을 갖춰놓고 커피 무료 시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녀의 작은 상점에는
늘 동네 사람들이 와서 공짜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며 편안한 시간들을 보내고,
'소우'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의심쩍은 사건을 알게 되거나, 단서를 얻기도 한다.


"자기가 한 짓은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어.
앞날은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길어."  
p153


타고난 그녀의 따뜻한 마음씨는 다른 사람의 곤란을 모른 척 넘기지 못 해서,
그녀는 골똘히 머리를 굴리고, 노인의 몸으로 여기저기 다니며 여러 사건을 해결한다.
가정폭력의 희생자를 구해내기도 하고,
어릴 적 심술부리던 동급생을 우연히 만나 가족간의 묵은 오해를 풀어주기도 하며,
무고하게 범죄자가 된 남자의 누명을 벗겨주기도 하고.^^


"인간은 생각보다 참 변하지 않아."   p56




하지만 우연에 의지한 부분도 많고, 해결과정 자체가 살짝 시시하기도 한 것이 사실.
하지만 이 소설의 매력은 다른 곳에 있다는 거!ㅋ

든든하고 속깊은 종업원이라든가, 늘 물건을 가져다주는 배달원, '소우'의 절친 '유키노' 할머니 등,
주변의 캐릭터들도 모두 정감가는 인물들이고,
사건의 발단이 되는 불량해보이는 인물들도 사실 알고 보면 속 깊고 의리있는 인물들.ㅎㅎ
여기에 온화하고 지혜로운 '소우' 할머니의 활약이 더해지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좋은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젊어서부터의 꿈인 커피콩과 전통다기 상점의 운영을 늘그막에 시작해서
바지런히 일하는 그녀의 소소한 일상이야기도 어찌나 좋은지...>_<
참 단정하고 예쁜 할머니.^^


"기모노에 맞춰 물들인 가운을 입고 카운터에 선 소우의 뒤쪽 붙박이장에는
시음용 용기(커피잔, 컵, 그중에는 메밀국수 그릇까지 있다)가 죽 진열돼 있다.
소우가 젊은 시절부터 모아왔던 것부터 시판중인 것까지 다양하다.
오늘의 첫 손님에게 소우는 그중에서 하기의 젊은 작가가 만든 커피잔을 골랐다."
   p14




이 소설의 핵심은 '소우' 할머니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호기심'이 아니라,
순전히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라는 점에 있다.
이 때문에 미스터리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하고 푸근한 게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녀는 그야말로 온화하고 사려깊고 지혜롭고 정의로우며 용감하기까지 해서,
이렇게 늙고 싶다기보다는, 주변에 이런 할머니 한 분 계셨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캐릭터다.
그녀가 옆에 조용히 앉아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아주 든든할 것 같애.ㅎ

젊어서 이혼을 겪은 후 어린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홀로 살아오며
이제는 노인이 되어버린 그녀이기에 문득문득 쓸쓸함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그녀라면 아마 다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이거 시리즈로 계속 좀 나와줬음 하는 바램!
역자의 말처럼, 뇌경색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살짝 치매끼도 보이기 시작하는
'소우'의 절친 '유키노' 할머니의 건강이 그 뒤로 어찌 되는지도 걱정된다구!! ㅠ


"소우는 유키노가 탄 배의 뱃머리가 조금씩 각도를 바꿔가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껏 함께 흘러왔던 여러 사람들이 이렇게 서서히 돌아서 결국엔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지고,
결국 상대도 자신도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전사한 오빠의 군복 입은 모습을 처음 보던 날,
열일곱에 죽은 여동생이 병상에서 어른스런 표정을 보여주었던 저녁 무렴,
결국 이혼하게 된 남편을 잠도 자지 않고 기다리던 수많은 밤에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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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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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iver 2011.06.01 2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머니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은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읽어 보고 싶어요. ^^

    • 블랑블랑 2011.06.02 16: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할머니 탐정 소설은 대체로 여성취향이 강한 편이라 리버님 읽으시기에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요즘 바쁘신가 봐요.
      블로그 종종 놀러가는데 포스팅이 좀 뜸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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