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냥>  /  지은이 : 덴도 아라타  /  옮긴이 : 양억관  /  문학동네

 

 

 

'덴도 아라타'는 <영원의 아이><고독의 노랫소리>를 인상깊게 읽어서 나름 좋아하는 작가.

요 <가족사냥>도 꽤 오래전에 사두었던 건데 이제서야 읽게 됐다.

아무래도 두 권 이상으로 된 책은 분량 때문에 바쁠 때는 선뜻 손이 안 가서 자꾸 미루게 되거든~ㅎ

 

이번에 '비채'에서 새로운 개정판이 나오면서 갑자기 확 땡겨서 펼쳐들게 됐는데,

와~ 역시 '덴도 아라타'~~!!! +_+

두 권 합쳐서 800여 페이지의 분량이 그냥 한 번에 쫙 읽히더라는...ㅎㅎ

 

가정불화, 청소년문제 뭐, 이런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내심 그냥 소재 자체에 비중을 둔, 조금은 무겁고 지루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절대 아님.

물론 그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다루고 있지만

그냥 추리 미스터리 측면으로만 봐도 엄청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마음에 두지 마. 그냥 웃어넘겨.

가족 따위, 자네가 생각하는 그대로 어차피 그렇고 그런 거니까.

이런 엄청난 악취는 사체에서 나는 게 아니야.

하루하루 썩어들어가는 모든 가족들이 풍기는 악취니까 말이야."   上권, p154

 

 

 

 

이야기는 청소년상담전화에 전화를 걸어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며 흥분하는 대화내용과,

어떤 부부를 잔인하게 고문하며 진실로 사랑했는지를 묻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어느 집에서 일가족이 부패된 시체로 발견되는데,

할아버지, 엄마, 아빠는 톱으로 생살이 썰리고, 손에 못이 박히고, 가슴이 도려내진 상태고,

자신의 방에서 목을 칼로 그어 죽어있는 10대 청소년 아들의 옆에는

저세상에서 행복한 가족으로 살자며 용서를 구하는 유서가 놓여있다.

 

정황상 경찰에서는 가정불화를 일으키던 아들이 가족을 모두 죽이고 자살한 사건으로 결론짓지만,

'마미하라' 경부보는 아무리 가정불화가 있었다고 해도 자식이 부모를 그런 식으로 죽일 리는 없다며

 홀로 수사를 계속한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일가족이 비슷하게 끔찍한 모습으로 죽은 채 발견되고,

이 역시 경찰에서는 첫 번째 사건을 보고 자극받은 자녀에 의한 모방범죄라 결론짓는다.

 

그러나 두 집에서 모두 사건이 터지기 바로 직전에 흰개미 구제작업을 했었다는 공통점이 발견되면서

사건의 진상은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내 곁에 앉아. 내 곁에 앉아서 나를 안아줘. 말은 너무 시끄러워.

나를 따뜻하게 안아줘. 거칠게 몸을 흔들어도, 등을 마구 긁어도 좋아.

조금 아픈 것 정도는 괜찮으니까, 제발 그렇게 서 있지 마. 선 채로 나를 보지 마......

보지 마, 씨팔, 개 같은 년......"   上권, p357-358

 

 

 

 

아, 이거 너무 끔찍한 이야기...

특히 고문하며 죽이는 장면이 꽤나 상세히 묘사되는데,

이 부분은 정말이지 그냥 글로만 보는데도 읽기가 좀 힘들더라...ㅠ

 

머리에만 석유를 뿌린 후에 불을 붙였다가 끄고는 다시 석유를 부어서 불을 붙이고,,,

이 행동을 막 얼굴이 다 녹아내려서 죽을 때까지 반복...ㄷㄷㄷ;;;;

 

게다가 이런 쇼킹한 묘사 외에 각각의 가정이 처한 가족간의 불화 사례들도 끔찍하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 편인데 한명한명 모두 사연이 있어....;;

 

아들을 강하고 바른 사람으로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권위적이고 엄하게만 대하다가 결국 자살로 몰아넣은 아버지,

아직 어린 아들에게 묘한 질투심을 느껴 학대하는 아버지,

평생 권위적이고 냉정한 남편에게 복종하며 살다가 정신에 이상이 생긴 어머니,

음식을 미친듯이 먹고는 토하기를 반복하며 부모에게 칼을 휘두르는 딸,

부모를 때리고 집에 불을 지르며 폭주하다가 자신도 괴로워하는 아들을 보다못해

결국 아들을 살해하는 부모 등등....

 

소설 속에서는 이런 가정불화에 대응하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을 보여준다.

가족이 최고의 가치라 여기며 그것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아야 한다며 신성시하는 사람들과,

가족이라는 이유로 고통받아야 한다면 단호히 그 연을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사람...

 

과연 어느쪽이 더 옳은 선택인지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겠지만

"95년 판을 집필하던 당시는 요즘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사회문제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가족으로 돌아가자’라는 풍조를

미디어나 대중 예술에서 많이 볼 수 있었고, 저는 그런 동향을 의심쩍게 바라보았습니다.

가족이 무너져서 생긴 문제들인데, 그걸 해결하지 않은 채 일단 가족으로 돌아가자고 한다면

결국은 가족 중에 가장 약한 구성원에게 인내를 강요하게 될 것이고,

특히 아이들에게 큰 부하가 걸릴 것이 명백했기 때문입니다."라는 저자의 인터뷰를 보면,

이 소설 속에서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사회 같은 건 몰라요.

위험에 빠진 어린애를 구해주면 이 사회는 어떻게든 돌아갈 거예요.

가족을 그리 과장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

 

난 가족이 지금 이상으로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가족이 있어야만 아이가 행복하다는 사고방식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고통에 빠뜨렸는지 아세요?

아이를 건전하게 길러줄 안정된 조직이 있고,

가족이란 것도 그런 조직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쪽으로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에요.

가족이 무너졌다 해도 다른 안정된 조직이 받쳐줄 수 있으니 그게 좋지 않을까요."   下권, p113-114

 

 

가족을 구원한다는 미명 아래 폭발하는 광기를 보여주는 쇼킹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새로 나온 개정판은 책모양만 바뀐 게 아니라

저자가 아예 새로 쓰면서 너무 혐오스러운 부분도 좀 줄였다는 것 같던데 얼마나 바뀐 건진 모르겠다.

휴, 확실히 이전판은 넘 잔인한 장면이 많아서 읽으면서 좀 거부감이 들긴 했어...

 

아, 개정판도 읽어보고 싶다앙~~~ -0-

 

 

 

 

요것이 새로 나온 개정판.

표지도 훨씬 깔끔하고 책도 양장으로 아주 이쁘게 잘 나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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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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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핀☆ 2012.08.15 19: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윽; 잔인한 건 싫어요 ㅠㅠ

  2. 퐁고 2012.08.15 2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도 여러 자녀성폭행, 부모살해 등 끔찍한 범죄들도 많은데 저게 95년에 나왔던 거라니 신기하네요.
    그때는 그래도 조금 나았던 거 같은데...

  3. 유쾌통쾌 2012.08.15 22: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끔찍한 장면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ㅠㅠ
    관심은 가지만요....ㅎㅎ;;

  4. 생기마루 2012.08.16 1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제목이 정말 자극적이네요.
    옛날에 나온 책인데 참 여러가지 요소를 담고 있군요!

  5. 언제나티스토리 2012.08.16 15: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도 표지 디자인도 무시무시하네요 ㅠㅠ

  6. coolpoem 2012.08.16 1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서운 건 싫어욧! 갑자기 블랑블랑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해졌어요~ㅎㅎ

  7. 나이트세이버즈 2012.08.18 2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정 전을 읽고 싶군요.

  8. 슬림헬스 2012.08.24 2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소설 보면 보고싶어서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할수없겠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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