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메이어>  /  지은이 : 앤드류 니콜  /  옮긴이 : 박미영  /  북폴리오


'북폴리오' 리뷰 블로거가 되고 처음으로 받아 읽은 책이다.
원하는 사람에게만 지급된 책인데, 사실 난 이거 신청 안 했었지.ㅎ^^;;
로맨스 소설은 별로 내 취향이 아니었거든~
신청받는 책이 두 권이라 난 다른 한 권만 보내달라고 했었는데 헛갈리셨는지 두 권 다 보내주셨다는...
암튼 받았으니 리뷰를 올려야겠어서 반쯤은 억지로 읽게 된 건데,
오, 다 읽고 난 지금은 잘못 보내주신 거에 진짜 감사하는 심정!ㅋ

그냥 약간 판타지스럽고 달달한 로맨스 소설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단순히 그정도가 아냐~
사랑, 더 나아가 삶에 대한 통찰까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의미심장한 문장들도 많고, 전체적으로 어딘지 몽환적인 느낌도 아주 인상적!

저자는 지극히 통속적이고 어쩌면 하찮고 구질구질할, 뻔하디 뻔한 한 남녀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반짝이는 수많은 순간들과 인간의 모든 인생을 아우를 만한 의미들을 포착해서
아주 아름답고 인상적인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오호~~!!!ㅎ




가상의 도시 '도트'의 시장인 '선량한 티보 크로빅'은 자신의 비서 '아가테'를 사랑한다.

늘 아침이면 자신의 집무실에서 그녀가 출근하기를 기다렸다가
그녀가 신발을 갈아신는 모습을 문 아래 틈으로 엿보고,
점심시간에 그녀가 집에서 싸온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 건물 앞 공원으로 나갈 때면
부리나케 건물 옥상으로 달려가 그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반면 '아가테'는 어린 자식이 죽은 뒤 자신에게 싸늘해진 남편과의 불화로 늘 외롭다.
그녀는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녀는 혼자 바쁘게 지내며 슬퍼했으니
세상에 누구 하나 그녀를 아끼거나 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바로 문 건너편, 바로 벽 저쪽에서는 선량한 티보 크로빅이 비참해하고 있었다.
세상에 스토팍 부인 외에는 누구 하나, 무엇 하나 원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p132-133


그러던 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티보'는 '아가테'에게 점심을 함께 먹자고 제안하고,
그녀가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매일 이어지는 둘만의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급속도로 가까워져 '아가테' 역시 '티보'를 사랑하게 되지만,
선량하고 소심하며 올바른 '티보'는 그 이상 다가가지 못 하고, '아가테'는 기다림에 지친다.

그리고 기다림에 지친 '아가테'가 잘생긴 난봉꾼 '헥토르'와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보내면서
둘의 사이는 파국을 맞는다.


"티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잔혹할 수 있다는 것을,
때리거나 소리 지르거나 하지 않고
단지 친절할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p247


본능에 의한 하룻밤의 쾌락을 용납할 수 없었던 '아가테'는 '헥토르'와의 관계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고,
남편과 헤어져 '헥토르'와 함께 살기 시작한 그날부터 그의 난봉질은 시작된다.
'아가테'는 자신이 '헥토르'를 사랑한다고 끊임없이 자기암시를 걸며 그 모든 것을 참아내려 하지만,
'헥토르'의 난봉질은 급기야 극에 달해 끔찍한 비극을 초래한다.


"인간은 자신을 기만하는 데 거의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다.
불 보듯 뻔한 것을 부정할 수 있는 끈질긴 능력,
눈앞에 훤히 드러난 진실보다는 뭔가 더 근사한 것을 믿고 싶어 하는 가슴 아프리만큼 멋진 재능.
그리고 그것은 대단한 축복이기도 하다." 
  p285-286




사실 '티보'와 '아가테'의 수줍고 귀여운 관계가 이어지는 소설 중간부분까지는 살짝 지루할 수도 있는데,
나는 중년의 남녀가 보여주는, 흡사 소년소녀와도 같은 그 설레이는 감정들을 보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나조차 이미 잊은 지 오래인 그 풋풋한 감정들에 막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ㅎ

중반 이후에 '아가테'가 난봉꾼 '헥토르'와 관계를 맺으면서부터는
전반부와 달리 이야기 전개가 폭풍처럼 빠르게 진행되서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좀 더 기다리지 못 한 '아가테'를 욕하다가, '티보'를 불쌍해하다가,
'헥토르'의 난봉질에 쌤통이라는 심정이 됐다가, 다시 '아가테'가 가엾어졌다가 막 감정이 왔다갔다~ㅋ


"사람들은 그래. 가끔은 문을 잠그고 모르는 척하지."   p338


그리고 줄거리 자체도 재미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도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다.

'마마 체사레'라든가 '옘코' 변호사라든가 하는 어딘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들과,
기묘한 서커스단의 등장 같은 현실인지 환각인지 알 수 없는 장면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특히 작품에 판타지적인 느낌을 부여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화자에 있다.

소설은 가상의 도시 '도트'의 수호신 격인 수염난 성녀 '발푸르니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도트시의 어디에나 존재하고 무엇이든 볼 수 있는 그녀의 이야기는
작품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살짝 동화같은 느낌까지 얹어준다.

그녀는 대체로 철저한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나가지만,
딱 한 번,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알 수 있지만,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이 대목도 굉장히 인상적이고 슬펐다는....


"그게 내가 도트에서 1200년을 보낸 대가이다.
나는 끔찍한 일들을 많이 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는 도울 수 없다.

무너진 굴뚝에서 거리로 굴러떨어지는 벽돌을 막을 수 없다.
손에서 놓쳐 비탈길을 굴러 내려가 사거리로 향하는 유모차를 잡을 수 없다.
쥐약 든 파이를 만들어 저녁에 아이들에게 먹이는 여자를 막을 수 없다.
외로운 늙은이에게 마치 그를 사랑하는 듯이 입 맞추는 예쁜 여자를 막을 수 없다.
그저 지켜보거나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의 유일한 위안은 아무것도 영원히 계속되지 않고
도트의 그 어느 것도 겉보기와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아무것도."  
p398


정말 신이 이런 존재라면, 신은 정말 고통스러울 것 같애...^^;;




암튼 우리 인생의 모든 행복한 순간들과 고통스러운 현실들 속에 숨겨져있는 판타지를 보여주고,
인간이 결국 구원받을 곳은 어디인지를 알려주는 멋진 작품이다.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또 그 한 사람 역시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야말로 '기적'이라고 한다.
이 기적같은 사랑을 시작했다면,,, 부디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고 아낌없이 사랑하기를...


"제가 인생에 대해 배운 건 이겁니다.
저는 세상에 우리가 낭비해도 될 만큼의 사랑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한 방울의 여유도 없지요.
그 사랑을 찾는다면, 어디에서 찾았든 소중히 보관하고
여력이 닿는 한 오래도록, 마지막 입맞춤까지 누려야 합니다."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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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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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토 2012.02.01 0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소하고 흔한 소재에 남들과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거야말로 진짜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돼요.
    참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네요..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2. 아유위 2012.02.01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끌리는 책이군요..
    어구가..

  3. 생기마루 2012.02.01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왕 리뷰 써놓으신거 보니까 한번 보고 싶네요! 책 표지도 맘에 들구요~ 저도 로맨스 취향은 아닌데 가끔 하나씩 맘에 드는 소설들이 있더라구요. 금욜에 서점 갈 때 한번 살펴보고 와야겠어요 ㅎㅎ 좋은 책 알아가는 기분이네요~

  4. +요롱이+ 2012.02.01 1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구 갑니다..!!
    계속 날이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구~
    오늘하루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

  5. BAEGOON 2012.02.01 1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너무 건조한 일상이였는데 이책이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오늘도 유익한 책소개 잘 보고 갑니다~^^

  6. 두려움 너머로 2012.02.02 0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항상 블랑블랑님 블로그를 더이유없이 자주들르게 되는 이유를 찾게된거같아요...
    뭐랄까 블랑블랑님의 리뷰는 친근하게 다가오는 말투랑 중간중간에 책사진있는것. 뭔가 쓸데없어 보이지만 글만있으면 삭막해보일수도있는 포스트를 지루하지 않게해주는것같음 ㅋㅋ
    그리고 가장중요한건 항상 전혀 알지못한 책을 소개해주시거든요...
    다른블로그들은 다 아는 책,혹은 그냥 유명한 신간만 리뷰해주니까 이미 다알아서 들어가보고싶지않죠...
    블랑블랑님 이런 잘 알려지지 못하거나 재밌는책들 앞으로도 더 많이 리뷰해주세용~ㅋㅋ

    • 블랑블랑 2012.02.02 18: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감솨합니당~
      친근한 말투는 그냥 제 기분 내키는대로 주절주절 떠들다보니 그런 거 같구요,
      워낙에 글재주가 없다 보니 사진이라도 끼워넣으면 좀 나을까 해서리...ㅎㅎ
      항상 좋은 말씀만 해주셔서 넘 감솨해요~
      리뷰 올리기 디게 귀찮을 때가 많은데 두려움님 댓글 읽으니 의욕이 부쩍부쩍 생기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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