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  지은이 : 시마다 소지  /  옮긴이 : 한희선  /  시공사



사실 '시마다 소지'는 <점성술 살인사건> 하나밖에 읽어보지 못 했고,
(아, 그러고 보니 <마신유희>를 사놓고 아직도 안 읽었구만.-_-)
딱히 막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작가인데,
이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워낙 좋은 평을 많이 봐서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확실히 우리의 비극을 다룬 이야기라, 한국인에게 더 어필할 만한 소설.

전쟁 중 일본에 의해 중국으로 강제징용되어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한국인들과,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흉악범죄의 표면적 해결을 위해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써야 했던 힘없는 사람들....
작가는 그렇게 죄없이 고단한 인생 속으로 내몰려야 했던 한 인간이 저지른 사건을 통해,
과연 누가 피해자이고 가해자인 지를 묻는다.

일본인으로써는 눈감아 버리기 쉬운 이야기를 이렇게 진지하게 풀어낸 작가에게 급호감!ㅋ


"사할린에는 지금도 일본인이 강제로 보내 노동을 시킨 조선인이 4만 명 이상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 일본인은 모르는 척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쟁 탓이라고 해도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도리에 어긋난 일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은 진정한 일등 국가가 못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화를 내는 일본인도 있지만
저는 정말로 일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p381




어느 날, 치매로 보이는 듯한 부랑자 노인 하나가 상점에서 400엔짜리 빵을 사고는
소비세 12엔을 더 내라며 쫓아나온 여주인을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노인은 이미 과거에 유괴살해 혐의로 30년 가까이 교도소에 복역하고 2년 전쯤 출소한 상태이며,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단순한 사건으로 치부되지만,
노인을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가 당하면 당했지 누구에게 해꼬지를 할 인물이 아니라는 증언을 하고,
담당경찰 '요시키'는 이것이 그저 12엔 때문에 벌어진 살인이 아니라는 예감에 수사를 계속해나간다.

그리고 문맹이었던 노인이 교도소에서 글을 배운 후 썼다는 네 편의 단편을 접하게 되는데,
열차 화장실에서 발견됐다가 몇 십초 사이에 사라져버린 피에로 복장의 남자 시체 이야기와
목 메달린 시체 옆에서 술과 만주를 먹는 남자 이야기,
같은 단원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서커스단의 가엾은 피에로 이야기,
하얀 거인에 의해 한 열차에서 다른 열차로 옮겨지는 남자 이야기 등,
하나같이 기괴하고 모호한 이야기들.

그러나 '요시키'는 수사 중에 노인의 기괴한 단편들 속 이야기가
오랜 세월 전에 실제로 벌어진 사건과 비슷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낸다.

실제로 30년도 넘는 과거에 한 열차 화장실에서 피에로 복장의 남자가 발견됐다가 사라졌으며,
열차 앞에 투신해서 몸이 절단된 시체를 열차에 실어놨었는데,
이 시체가 목없는 상태로 걸어나와 승객들을 공포에 빠트리고,
동시에 열차가 탈선하여 마치 무언가가 하늘로 열차를 들어올린 듯한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 직후 하얀 거인같은 형체를 목격한 승무원이 있었다는 것.

도대체 이 기괴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며,
그 사건과 노인은 과연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요시키'의 집요한 수사 속에서 노인의 과거에 얽힌 가슴아픈 사연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누명이란 무리한 질서 유지 혹은 치안 유지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범인이 나오지 않으면 주민에게 사회 불안이 싹트고 나아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치솟는다.

이런 것은 모두 돈벌이에 열중하던 그 시대에는 지극히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일본인 모두가 기업의 전사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때에,
세상에 알려진 흉악한 사건에는 반드시 결말을 지어둘 필요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p152




과거의 사건이 너무 황당한 지라, 이게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이 될까 싶었는데,,, 되더라!ㅋ
머, 역시 좀 작위적이긴 한데,
그래도 이런 기괴한 사건을 만들어 이정도의 논리적인 설명을 붙였다는 것만으로도 대단!!

그야말로 '본격'과 '사회파' 어느 한 쪽도 소홀하지 않은 의미있고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다.

사건의 전모, 노인의 일생은 너무나도 가슴 아프다.
마지막 쯔음, '요시키'가 노인 앞에서 그에 대한 연민을 가득 담아 읊조리는 이야기와,
'요시키'의 쓸데없는(;;;) 수사를 계속 빈정거리던 상사에게 대들며 내뱉는 이야기에는
왠지 코끝이 찡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가 울컥울컥...ㅠ

이 가련한 노인의 일생에 운이라고는 일체 존재하지 않는 듯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노인은 기발한 발상을 해내고,
그 발상에 하늘이 움직인 것인지 모든 상황이 그의 완전범죄를 도와 준다.
그리고 그것은 소설 속에서 '요시키'의 마음을 움직이고, 독자들의 마음 역시 움직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안타까움은 여전히 무겁게 남는다.
이미 지나버린 노인의 고단하고 억울한 일생을
그저 운이 없었다는 걸로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도 서글프지 않은가...ㅠㅠ


"도대체 누가 심판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오래되고 고된 여행 끝의 살인을."
   p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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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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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귀국자 2011.08.10 1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 잘봤어요~
    않그래도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빨리 보고싶어지네요...ㅋㅋ
    근데 궁금한게 몇가지 있는데요 리뷰단신청하면 어떤점이 좋은거죠? 리뷰단해서 리뷰쓰는거랑 그냥 쓰는거랑 별로 달라보이지않는데...

    • 블랑블랑 2011.08.10 16: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모집하는 곳에 따라 조건과 혜택이 다르지만,
      보통은 그냥 책 꽁짜로 받는 거죠, 머~
      리뷰는 원래대로 똑같이 쓰면 되구요~
      대신 블로그 외에 인터넷 서점 한 두 곳에도 함께 올려야 하는 게 조건인 경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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