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는 봄>  /  지은이 : 양석일  /  옮긴이 : 김응교  /  산책

 



아, 이거 정말 너무너무 무섭고 가슴 아프고 쇼킹한 이야기!
읽는 내내 막 가슴이 벌렁거리고 손이 떨려서 혼났다.
아마 여자분들이라면 어떤 공포물보다도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이야기라는 데 동감할 듯.

'허구이기 전에 '실록'이라 할 정도로 작가가 철저히 각종 자료를 조사하고
실존 인물들을 치밀하게 취재한 후 쓴 것'
이라는데 너무 끔찍해서 믿어지지가 않아...ㅠㅠ
그동안 위안부를 했어야 했던 분들에 대해 그냥 막연한 마음만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고 치떨리는 일이었는지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됐다.


"인간이란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지."   p466


참고로 한국인 작품에 어째서 번역자가 붙어있는지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양석일'은 재일한국인 작가로, 이건 일본독자를 상대로 일본어로 쓰여진 소설.^^;;;

역자의 말에 의하면 '양석일'은 "방 밖에서" 폭력을 상상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방 안에 갇힌" 자가 어떤 폭력을 당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가라고 한다.
그 말처럼 이 작품 <다시 오는 봄>은 차마 읽어낼 수 없을 정도의 처절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산간 벽지 마을, 가난한 소작농의 딸인 여덟살 '순화'에게서 시작된다.
일찍 엄마를 잃고 가난에 쫓겨 어린 나이부터 노동을 해야 했던 '순화'는
열 살이 넘어서부터는 남의 집으로 애보개나 식모살이를 하러 다니고,
그러던 중에 상하이의 방적공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빠져 무서운 길을 떠나게 된다.

화물칸에 짐짝처럼 실려가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때는 늦고,
고생 끝에 드디어 도착한 곳에서 그녀는 끔찍한 위안부 생활을 시작한다.


"세 번째 병사가 덮친 후부터 순화는 저항할 기력조차 없어 포기했다.
복도에선 병사들이 긴 행렬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
계속해서 몰려드는 병사들이 숨 쉴 틈도 없이 순화를 덮쳤다.
병사들은 마치 서서 소변이라도 보는 듯했다.
쉰여섯 명의 병사가 나가자 드디어 끝이 났다. (......)
성기는 빨갛게 붓고 찢어졌으며, 허리에서는 심한 고통이 느껴져 일어설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하루가 끝난 게 아니었다.
이 뒤에는 장교와 긴 밤을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인간인 걸까......? 아니면 뭐지?" "
   p95-96


'순화'는 좁은 방 안에 갇혀서 하루종일 끊임없이 병사들을 상대하는데,
그들은 변태적인 행위를 강요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른다.


"어느 날 술 취한 장교가 왔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바지를 벗고 선 채로 페니스를 입에 넣게 하고는 "오줌 마셔"라고 말했다." 
  p154


때려도 되고 죽여도 별탈없는 위안부들에게 대부분의 병사들은 말할 수 없이 잔혹해서
위안부들은 숱하게 얻어터지고 심지어는 칼에 찔려 중상을 입기도 한다.


"저녀석은 흥분하면 내 목을 졸라. 처음엔 의식을 잃었어.
두 번째부터 저항했지. 저항하면 대검으로 배를 찔렀어.
상처가 얕아서 살았지만 있을 수 없는 변태야." 
  p217-218


그러나 방 밖으로 나올 수 없고 위안부들간에 대화도 금지되어 외로움에 시달리던 순화에게
조금이라도 대화할 수 있는 상대라고는 병사들 뿐이었고,
부실한 식사와 혹독한 시달림으로 인한 만성적인 굶주림까지 겹쳐 
나중에는 병사들에게 아양을 떨고 교태를 부려 먹을 것을 얻어내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아, 너무 비참해....ㅠㅠ




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병사들 탓에 위안부들 사이에는 성병과 임신도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순화' 역시 임신하게 되지만, 임산부와의 성교를 재미있어 하는 병사들로 인해 일은 오히려 많아지고,
그중에는 산도를 만들어주겠다며 자궁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는 자들까지 있다.
결국 출산 직전까지 그들을 상대하다가 성교 중에 진통이 와서 그대로 출산을 하지만
태어난 아기는 얼굴조차 보지 못 한 채로 어딘가로 사라지고,
군의관이 전혀 봐주지 않아서 출산 중 찢어진 곳은 위안소 관리인이 마취도 없이 꿰맨다.
며칠 후 실밥을 풀자마자 바로 병사들을 상대해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병사들과 성교할 때마다 태아가 질식하지는 않을까 생각되었다.
임신한 걸 고려해달라고 부탁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p138


위안부들은 자살하고, 성병에 걸려 죽고, 출산 중에 죽고, 맞아 죽고, 탈출하다 잡혀 끊임없이 죽어나간다.
2층에서 뛰어내린 한 위안부는 겨우 목숨은 건졌으나
뼈가 부러져 움직이지 못 하는 상태로 방에 방치되어 홀로 굶어죽는다.


"우리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매일 이삼십 명의 손님을 받고 휴일에는 오십 명 넘게 받잖아.
몸이 견딜 수 없어. 나는 이미 한계야.
매일매일 죽고 싶어. 오로지 죽는 것만 생각해."  
p194


'종군 위안부'라는 명칭처럼 위안부들은 군대의 이동에 따라 여기저기 이동하는데
그래도 '순화'는 운이 좋은 편.

작 중 오지로 끌려간 '복미'는 아침부터 밤까지 백명이 넘는 병사들을 상대하느라
소변도 보지 못 하고 성교 중에 주먹밥과 단무지로 겨우 끼니를 때우고,
굶주린 몸으로 끊임없이 시달리다가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몸에 탈이 난다.
누운 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 하는 그녀를 병사들은 끊임없이 덮쳐오고,
전혀 치료해주지 않은 탓에 상처가 곪고 썩어 살아있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구더기가 끓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그녀는 숨이 붙어있는 채로 구덩이에 생매장당한다.




500페이지 넘는 분량 속에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하고 잔혹한 일들이 얼마나 빼곡한지,
읽는 내내 막 욕이 나오고 가슴에서 불덩이 같은 게 솟는 느낌이었다.
이정도 잔혹한 행위는 동물에게 해도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데 하물며 어찌 인간에게...ㅠ

전쟁으로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군인들은 잔혹하고 광포하기 짝이 없어서,
인간이란 존재는 극한 상황에 처하면 이토록이나 무자비해지는 것인지 환멸이 느껴진다.
자신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잔혹함도 아니고, 그냥 인간이기를 포기한 존재들.
어째서 자신의 두려움과 초조함을 다른 약한 생명에 대한 더 잔혹한 행위로 잊으려고 하는 건지...

사실 앞부분에서는 그저 반일감정이 강해지지만 더 읽어나갈 수록 그냥 인간이 싫어져!

심지어 '남자'라는 족속들도 다 싫어지더라.
작품 속 추악한 남성들을 보며 과연 이걸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자신의 성욕을 충족시키기에만 급급한 이 하등한 것들은 대체 뭐지?'라는 말이 절로....;;;

암튼 부디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더럽고 추하고 끔찍한 이야기지만, 우리 중 누군가가 떠안아야 했던 일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것이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것이고,
그것이 그녀들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미약하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노파심에서 한 마디 하자면, 소설의 특성상 선정적인 장면이나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혹시라도 흥미위주로 읽으시는 분이 없기를....
그건 그 잔혹한 세월을 견뎌내야 했던 분들께 또 다른 죄를 짓는 게 될 테니 말이다.


"지옥에 끝은 있는 걸까. 지옥에 끝은 없다는 것을 순화는 다시금 알게 되었다."   p150





참고로 '양석일'의 다른 작품 <어둠의 아이들>은
타이를 무대로 아동매매와 아동매춘, 장기밀매의 실상을 폭로한 작품이란다. 당근 19금;;
왠지 그것도 읽어봐야 할 것 같지만 무서워서 못 읽겠어...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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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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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y아자 2012.02.21 1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만 읽어도 가슴 먹먹하네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2. 아레아디 2012.02.22 0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늦은 저녁,
    책한권 읽고 잡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3. 아유위 2012.02.22 0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상하게 오늘은 아침부터 컨디션이 영~ 꽝이네요.ㅠ
    이런날은 집에 일찍들어가서 따땃한데 배깔고 푹 자야 하는데..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달려가야겠어요.
    좋은날 되셔요.

  4. 미카엘 2012.02.23 2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런 책은 읽어두면 좋은데 후폭풍이...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요..ㅠ
    읽기도 전부터 속이 꽉 막혀 오는게... 화병이 날것 같은데.. ㅠㅠ
    읽으면 많이 괴롭겠죠?? ㅠ

    • 블랑블랑 2012.02.24 08: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읽어봤음 싶은 책이에요.
      막연히 알고 있는 거랑 실상을 제대로 아는 거랑은
      문제를 바라보는 마음가짐 자체가 틀릴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읽기 힘든 이야기이긴 하지만 기회되면 꼭 한번 읽어보세요~^^

  5. 엠코 2012.04.10 17: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비슷한 내용의 만화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나 싶은데
    그 때도 정말 반일감정 뭐 이런거 제쳐두고라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차마 믿어지지가 않았었죠..
    책도 읽어보고 싶기는 한데 솔직히 조금 겁이 나네요.

    • 블랑블랑 2012.04.11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아,,, 이 책 정말 충격이었어요!!
      남성분이 느끼는 감정은 또 조금 다를 거 같은데,
      여성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호러소설...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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