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  지은이 : 기리노 나쓰오  /  옮긴이 : 권일영  /  비채

 

 

 

<얼굴에 흩날리는 비>,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에 이은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3편이다.

 

와, 근데 나 이거 정말 충격과 공포 속에서 읽었다는.... -0-;;;

시리즈의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모든 것들이 이번편에서 완전히 뒤집힌다.

전작들을 통해 이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알고 있던 것, 믿고 있던 것들을

철저하게 배신하고 사정없이 뒤통수를 갈겨댄다는... 헐....ㅠㅠ

 

쇼킹하고 섬뜩하고 우울하고 무섭고 슬프고 추잡한 이야기.

 

저자의 다른 작품인 <아웃>, <그로테스크>, <아임소리마마> 등을 떠올리게 하는데

시리즈의 전작을 읽었던 사람들에게는 그것들보다도 훨씬 더 끔찍...

공포영화에서 친밀한 사람이 귀신으로 변할 때와도 비슷한 그 충격이 더해져서 말이지...ㅜ0ㅜ

 

 

 

* 미로 시리즈 다른 편 리뷰 *

 

1편 <얼굴에 흩날리는 비>

2편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남편의 자살 이후 탐정일을 하며 홀로 사는 '미로'는 이번편에서 38살이 되었다.

1편 <얼굴에 흩날리는 비>에서 제손으로 교도소에 넣었던 '나루세'의 출소를 기다린지 6년.

그가 4년 전에 이미 교도소에서 자살했음을 알게 된 '미로'는

그 사실을 자신에게 숨긴 새아버지 '젠조'에게 분노하여 그를 찾아간다.

 

 

"나는 아버지를 죽이러 간다."   p62

 

 

일단 첫시작부터가 충격.

'나루세'가 죽었다는 것도 충격이라면 충격이지만,

그것보다 나는 나름대로 '미로'와 새아버지 '젠조'의 관계가

겉으로는 맨숭맨숭해보일지 몰라도 기본적인 신뢰가 깔려있는 관계라고 믿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에 대한 증오를 폭발시키며 죽이려 하는 '미로'의 모습에 멍~

게다가 '젠조'마저 '미로'에 대해 지극히 타인의 감정을 갖고 두려워하고 있더란 말이지...-_-;;;

 

 

"너 무슨 일이 있었느냐. 여긴 무엇 하러 왔니.

행복한 생활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예감, 목숨을 빼앗길 것 같은 예감,

히사에와 헤어지게 될 것 같은 예감, 온갖 불길한 예감이 밀려들어

젠조는 앉지 못하고 의자에서 일어서 있었다."   p82

 

 

그리고 보여지는 '미로'의 모습은 그야말로 경악스럽다.

'젠조'를 찾아간 그녀는 죄없는 개를 죽이고,

심장발작을 일으킨 '젠조'의 약을 빼앗고 방치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고,

그가 자신이 죽은 후 홀로 남겨질 맹인 동거녀를 위해 마련해놓은 돈을 들고 도망친다.

 

전작들에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며 나름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던

(혹은 나혼자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미로'의 이 극악스런 패륜행위와 어지러운 심경은 보는 사람마저 혼란에 빠트린다.

과연 '미로'의 본질은 무엇이었는지,,, 또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젠조'를 사랑했던 맹인 동거녀 '히사에'와, '젠조'의 절친이었던 '데이', 

'데이'의 사주를 받은 '도모베' 등이 그녀를 쫒는다.

 

아, 여기서 또 한번의 엄청난 충격!

 

2편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에서 호모였지만 너무나 멋졌던 '도모베' 역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연인(호모니까 연인도 당연히 남자)에게 상처받고 돈에 쪼들리던 그는

이번 편에서 완전히 야비하고 약삭빠르고 찌질한 남자로 거듭난다.

 

도대체 이거 뭐지...-_-

한 사람의 본질이란 이렇게나 믿을 수 없고 쉽게 변하는 것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던 믿음들이란 게 실은 한낱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ㅜㅜ

 

 

"미로가 죽는 것은 안타깝고 슬프다. 신주쿠 2초메에서 쌓아온 오랜 우정의 역사가 있다.

하지만 이 여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속인 교활한 여자다.

그것만으로도 용서할 수 없다. 뜨거운 맛을 봐야 한다. 불행을 바라는 마음.

어쨌든 나는 이 여자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 것이다.

마치 심술 사나운 여자처럼. 그렇다. 난 심술궂은 여자다."   p347-348

 

 

 

 

새로이 등장하는 충격적인 캐릭터도 있는데 우선 '히사에'.

'미로'와 동갑의 나이로 아버지뻘인 '젠조'와 동거하던 그녀는 덩치가 큰 맹인안마사로,

그녀는 사랑하던 '젠조'를 잃고 '미로'에 대한 증오로 폭주하는데,

남자들에게 온갖 굴욕과 무시를 당해도 굴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복수에 집착하는 모습은

 동정보다는 묘한 혐오를 일으킨다.

 

 

"어차피 난 아무것도 잃을 게 없는걸.

내 목적은 딱 하나야. 파파린과 내 개의 복수를 하는 것.

내 목숨, 내 생활, 모두를 앗아간 미로를 죽이는 것뿐이야. 그년은 내 원수야."   p344

 

 

 그리고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 '진호'

'미로'는 우연히 불법명품카피제품장사를 '진호'를 만나 그를 통해 여권을 위조해 한국으로 도망치고,

처음에는 계약으로 이루어졌던 이들의 추잡한 내연관계는 점차 지독한 사랑으로 변해간다.

어째 '미로'의 사랑은 늘 비뚤어진 모습으로 시작하는 듯.;;;

 

 

"끝이야. 혼자서 살아가. 나는 아마 교도소에서 한동안 나올 수 없겠지.

하지만 자살은 하지 않겠어. 너를 또다시 슬프게 하지는 않을 테야."   p465

 

 

소설의 절반 이상이 한국을 배경으로 진행되고

'진호'의 과거 이야기로 그가 10대 시절 경험한 광주사태 이야기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

국내 독자들에게는 아마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될 듯.

 

 끝없이 추락하는 '미로' 곁에서 '진호'의 인생 역시 한덩어리로 추락하고,

그녀를 둘러싼 다른 인물들도 함께 낭떠러지로 구르기 시작한다.

 

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이것은 그야말로 지옥도.....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들이 대부분 어둡고 처참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더 끔찍한 이야기다.

 

집단강간을 당한 직후에 동행인에게 바로 또 강간을 당하고,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살해한 후 그 남자의 아이를 낳고,,

그런 상황들 속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고 좀비처럼 일어나는 여자들...

그녀들의 그 질긴 생명력은 어쩐지 무섭기까지 해...ㅠㅠ

 

이거 읽기 전에는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후속작이 더 안 나올까 기대했었는데

확실히 이 시리즈는 더 이상 안 나오는 것이 좋겠다.

재미가 없어져서가 아니라(오히려 엄청난 몰입도를 보이며 두꺼운 분량이 단번에 읽힌다.)

이걸로 '미로'의 이야기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이번편에서 그녀는 내부의 무언가가 끊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줬고,

이제 다시는 이전의 그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을 테니...

뭐, 저자도 이 작품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 같고...^^;;;

 

하지만 '미로'와 '젠조'의 과거 이야기인 외전 <로즈 가든>이랑 <물의 잠 재의 꿈>은 읽어야지.

어쩐지 그들의 과거 모습이 엄청 그리워졌거든...^^;;;

 

아아아,,,, 암튼 이거 읽고 났더니 뭔가 마음이 무지하게 황폐해져서

추스릴려면 귀엽고 유쾌한 이야기를 10개쯤은 읽어야 될 듯...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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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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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롱이+ 2013.01.23 1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 리뷰 흥미롭게 잘 보고 갑니다.
    아무쪼록 행복하고 즐건 하루 되시기 바래요^^

  2. S매니저 2013.01.23 11: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 너무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3. Hansik's Drink 2013.01.23 1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 ^^
    좋은 하루를 보내세요~

  4. 퐁고 2013.01.26 18: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다크네요. 전에 미스터리 삼매경에 빠졌을 때 읽어본 적 있는데... 한국이 배경으로 나오는 것이
    반갑기도 하면서도... 이토록 인간이란 존재가 처절해질 수가 있다는 사실이 또 우울해지네요. 정작
    추리랄까 트릭 같은 요소는 없어서 미스터리로서는 별로 느낌이 없었던 소설이었습니다.

  5. DARK나쁜책 2013.02.05 1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DARK 책 리뷰 쓰신걸 보니까 아주 나쁜 책이네요.
    강간 당한 불쌍한 남자를 살해하다니 ㅠㅠ
    정말 리뷰를 보면서도 살해당한 남자의 원통함에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남자로서 강간 당한것도 치욕인데 살해 당하기까지 하다니 ㅜㅜ
    정말 강간 당한 후에 살해당한 남자 이름을 알고 싶네요
    강간 당한 후 살해 당한 불쌍한 남자의 명복을 빕니다.

    • 블랑블랑 2013.02.05 15: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제가 문장을 오해의 소지가 있게 잘못 썼네요...
      강간당한 후 그 남자를 살해했다는 뜻이었어요....ㅎ^^;;;
      덕분에 수정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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