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  지은이 : 코맥 매카시  /  옮긴이 : 정영목  /  문학동네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어젯밤에 드뎌 읽었는데,
이거 실은 올초에 영화 개봉하면서 한참 떠들어댈 때 구입했던 거.
'감히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는 과대문구에 혹해서 낼름 구입했었지만,
왠지 좀 지루할 것 같아서 읽기를 미루고 있다가 어젯밤에 잠깐 펴들었는데,
오오! 이거 중간에 놓을 수가 없는 거다.ㅋㅋ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에 페이지당 글자수도 널럴한 편이라 걍 한 자리에서 휘딱~




이야기는 대재앙이 일어나 온 세상이 시커먼 재로 덮이고,
문명이 완전히 파괴된 지구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생명이 모두 멸종해버린 이 죽음의 땅에서
한 아버지와 아들이 바다가 있는 남쪽을 향해 하염없이 걸으며,
매일매일 먹을 것과 덮을 것을 찾고, 잔인한 노상강도와 약탈자들을 피해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아버지에게는 이 무섭고 황량한 세상에서 아들을 지키는 것만이 삶의 목적이다.


"제가 죽으면 어떡하실 거예요?
네가 죽으면 나도 죽고 싶어.
나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요?
응. 너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  
p16


모든 자원이 고갈된 세상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서로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아버지와 아들은 여정 중에 꼬챙이에 꿰인 채 구워진 아기의 시체를 발견하기도 하고,
창고에 사람들을 가둬두고 한명씩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치기도 하면서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여정을 계속 해 나간다.


"뒷벽에 웅크리고 있는 것은 벌거벗은 사람들이었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숨으려 했다.
매트리스에는 두 다리가 허벅지까지 다 잘린 남자가 누워 있었다.
뭉툭하게 남은 부분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냄새가 끔찍했다." 
  p127


매일밤 피가 섞인 기침을 뱉는 아버지는 자신이 머지 않아 죽을 거라는 사실을 예감하고 불안해한다.
그리고 마지막 총알 한 발을 아들을 위해 남겨둔다.
끔찍한 일에 직면한 최후의 순간에, 그 총알이 아들을 편히 잠들게 할 수 있도록...


"리볼버에는 총알이 한 알만 남았다.
네가 진실과 직면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런 일은 없을 거야."  
p80


그러나 끔찍한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 치열하고 고단한 여정 중에도 아들은 끊임없이,
길에서 스쳐지나간 아이를,, 노인을,, 개를,, 그리고 부랑자를 걱정한다.


"그냥 배가 고픈 거예요, 아빠. 죽을 거예요.
어차피 죽을 거야.
너무 무서워했어요, 아빠.
남자는 쭈그리고 앉아 소년을 보았다. 나도 무서워. 알아? 나도 무섭단 말이야."  
p292




책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그저 '남자''소년'으로만 지칭된다.
그리고 모든 대사에는 일체 따옴표가 붙지 않는다.
세상의 종말 직전이라는 배경에 이러한 효과가 더해져서 어쩐지 몽롱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저자인 매카시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열 살이 안 된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한 호텔에 함께 묵어 아들이 잠든 사이에 마을을 내려다보다가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너무 늦은 나이에 얻은 아들이다 보니 자신이 그 옆에 오래 있어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머지않아 이 거친 세상에 아들을 혼자 남겨둬야 한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꼈던 걸까?
암튼 이런 애절한 느낌 탓인지, 읽다보면 암울하고 쇼킹한 내용 중에 어쩐지 가슴이 메인다.

이거 영화 얘기 한참 떠들 때도 별 관심 없었는데, 책 읽고 나니 영화도 꼭 보고 싶어졌어.
책에 띠지로 둘러놓은 저 영화 장면도 맘에 들고 말이지!!^^*


"우린 생존자가 아니야. 우리는 공포영화에 나오는 좀비야."   p66



* 책 자세히 보기는 아래 해당 이미지 클릭!!






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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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ick in a box 2010.05.03 15: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르트의 바닷가도 리뷰해주세요^^
    약간 스포일러됬땀;;ㅎㅎ

    • 블랑블랑 2010.05.03 17: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르트의 바닷가는 제가 읽지 않아서...^^;;;
      읽게 되면 리뷰 올리도록 할께요~
      글구 리뷰 쓸 때 결정적으로 스포가 될 만한 부분은 빼고 쓰는데, 그래도 중간중간 스토리가 조금씩 언급되는 건 어쩔 수가 없드라구요~^^

  2. 장희민 2010.07.28 0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드가 최고의 소설로 뽑힌걸 이해할수가 없네요...
    별로 매력도없고 지루하기만 하고...
    남자와 아이의 사랑이 감동적이긴 하지만 쫌 알려진 책에서는 어디서나 찾아볼수있지않나요?

    • 블랑블랑 2010.07.28 06: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느니 하는 건 좀 오버라는 생각이 들어요.ㅎ
      근데 전 지루하지 않던데...
      과하게 평가받은 감은 있지만 잼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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