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관>  /  지은이 : 미치오 슈스케  /  옮긴이 : 김은모  /  북폴리오

 

 

 

오래전부터 블로그에서 몇 번이나 그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시피,

'미치오 슈스케'는 내가 좋아하던 미스터리 작가.

좋아하던.이라고 과거형을 쓴 이유는 지금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왠일인지 그가 이제는 미스터리가 아닌 순수문학, 그것도 성장소설 쪽으로 돌아선 듯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물을 쓸 때부터 10대의 소년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의 성장통과 그 속에서의 혼돈을 뒤섞어 굉장히 독특한 분위기의 미스터리를 만들어내더니,

그 재능에 더욱 집중해서 아예 성장소설을 쓰기로 했나 보다.ㅎ

 

뭐,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좀 섭섭한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난 그의 작품 속에 흐르는 그 아련하면서도 애틋하고 짠한 느낌을 여전히 좋아해!^^

 

 

"누구든 조금만 노력하면 뭔가를 잊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어. 안 그래?

가만히 있어도 사람은 멋대로 많은 일을 잊어버리는 걸."   p304

 

 

 

 

여관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할머니, 갓난아기인 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중학생 '이쓰오'는

초등학교 때 그 동네로 전학왔던 소녀 '아쓰코'와 계속 같은 학교를 다니지만 그저 얼굴만 알던 상태.

 

학교 문화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같은 일을 맡으면서 둘은 조금 가까워지고,

'아쓰코'는 '이쓰오'에게 특별한 부탁을 한다.

초등학교 졸업행사로 학교 운동장에 묻었던 타임캡슐에서 자신의 편지를 바꾸는 걸 도와달라는 것.

 

전학온 이래로 줄곧 동급생들의 폭력과 왕따에 시달렸던 '아쓰코'는

20년 후에 타임캡슐을 파서 내용물을 보게 될 동급생들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괴롭힘을 당했는지 등에 대해 절절한 편지를 써서 넣었지만,

그것이 있는 한 자신은 이 괴로운 과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평범한 내용의 편지로 바꾸고 싶어하고, '이쓰오'는 그녀의 부탁을 수락한다.

 

그러나 일을 무사히 마친 후에, '이쓰오'는 그녀가 자살할 결심임을 알게 되고

그것을 막기 위해 달려나간다.

 

 

"편지를 바꾼 다음, 거기 적은 걸 진짜라고 생각하겠다는 거야?"

 

"그래. (......) 나, 내가 만든 추억 속에서 살아가기로 했어."   p130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

 

고령의 나이에도 활기차고 명랑한 '이쓰오'의 할머니는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로 태어나 고생을 모르고 자랐지만

스스로 집을 나와 여관에서 일을 하며 여관의 안주인이 된 인물로,

가족들에게 늘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자신이 살던 큰 저택의 사진을 보여주곤 한다.

 

그러나 어느날 어린시절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가 우연히 그 여관에 묵게 되고,

그 만남은 할머니가 몇십 년 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들춰내게 된다.

 

어쩌다보니 '이쓰오'는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런 손자 앞에서 할머니는 말을 잃는다.

 

 

"몇십 년 동안 계속 거짓말을 하면......

어느덧 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법이지."   p176

 

 

이야기는 중학생 소녀 '아쓰코'와 고령의 할머니가 겪는 인생의 고비와 함께,

그런 두 인물의 결정적인 사건에 본의아니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이쓰오'의 괴롭고 혼란스러운 심리를 오가며 전개된다.

 

그리고 그속에서 인간이 고통을 이겨내는 두 가지 방법,

'잊는 것'과 '극복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스터리물을 쓰던 작가의 작품답게,

일반적인 성장소설과는 다르게 작품 전반에 걸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게다가 이야기 구조가 주인공 '이쓰오'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데,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줄곧 '아쓰코'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알 수 없도록

묘하게 이야기를 진행시켜서 살짝 서술트릭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할머니의 비극적인 과거의 어느밤 이야기라든가,

'이쓰오'가 '아쓰코'의 자살을 막기 위해 댐으로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장면 같은 것은

그야말로 미스터리 못지 않은 느낌을 준다는...ㅎ

 

 

"자기가 아무리 원해도,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으면 절대 받을 수 없는 법이지."   p210

 

 

어쩌면 '미치오 슈스케'는 그저 성장기의 고통과 혼란을 잘 묘사하는 작가이기 이전에,

그것에 깊이 매료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렇게 집요하게 그것을 묘사하는데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기 전에 겪는 그 혼란스러운 고통이란,

그 시기를 지나온 우리 모두에게 확실히 아련한 매혹으로 다가오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게 힘들 때, 아이들은 자기보다 못한 상대를 보면

그 아이를 따돌리면서 즐거워하는 법이지.......

그건 도대체 어떤 심리일까.

누군가를 비웃는 동안은

자기 자신이 조금 더 나은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지."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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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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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찡☆ 2012.07.24 2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요즘 핫한 소설이더군요. 블랑님 리뷰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저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2. 아잇 2012.07.24 2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엇, 벌써 읽어보셨네요. 전 아직 <달과 게>밖엔…… 흐엉.

  3. 생기마루 2012.07.25 1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따 집에 가는 길에 서점 들르려구요! 이 책도 한번 살펴봐야겠어요 ㅎㅎ
    여름엔 역시 좀 기묘한 분위기의 소설이 땡기죠. 요즘 들어 쫌 달달한 소설도 땡기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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