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  지은이 : 와타야 리사  /  옮긴이 : 정유리  /  황매



그끄저께 시간이 없어서 반만 읽고 그저께 마저 읽을 예정이었는데, 중간에 살짝 외도(?)하는 바람에
결국 어제 저녁에야 드뎌 끝을 본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이다.
사실 15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에다가 페이지당 글자수도 널널해서,
책 빨리 읽는 사람은 1-2시간, 늦게 읽는 사람도 한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수 있는 작품인데
본의 아니게 며칠이나 걸려버린...;;;
그치만 결단코 재미없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이 소설은 재밌다.^^

'놀랍게도'라는 말을 앞에 붙인 것은, 내가 거의 기대를 안 하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알라딘에서 다른 책 주문하면서, 구간도서에만 적용되는 쿠폰을 기한 전에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책 중에 대충 한 권 골라 넣은 책이었던 데다가,
내심 '19살밖에 안 된 애가 잘 쓰면 얼마나 잘 썼겠어,,'라는 편견이 있었단 말이지~^^;;;
흠,,, 근데 이거 꽤 갠찮다.ㅋ^^




이야기는 고교의 과학실험수업에서 '다섯명이 적당히 한 조를 만들라'는 선생님의 한 마디로
아이들 사이에 한순간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화자인 '하츠'는 유일한 단짝친구인 '키누요'가 새로 사귄 그룹으로 가버리자
'니나가와'라는 남학생과 함께 '적당히 조를 만들지 못 한' 잉여인간으로 남게 된다.
'니나가와'는 '올리짱'이라는 연예인에 관계된 흔적들을 쓸어모으는 일명 오타쿠로,
그녀를 제외한 모든 인간 관계를 거부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이기도 하다.
과거 '올리짱'의 촬영현장에서 우연히 그녀와 몇 마디를 나눠본 경험이 있는 '하츠'는
이 경험 때문에 '니나가와'와 아주 조금씩 관계를 맺게 되면서 그를 관찰한다.


"기분이 어수선했다. 니나가와에게 나란 여자아이는
'올리짱과 만난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p30




한마디로, 이 소설은 관계맺기에 문제가 있는 여주인공 '하츠'의 '니나가와' 관찰기다.
주변과의 소통을 완전히 단절한 채 살아가는 '니나가와'는, '하츠'와 닮은 듯 하면서도 달라서,
'하츠'는 웅크리고 있는 그의 등짝을 볼 때마다 발로 걷어차 주고 싶다는 묘한 충동을 느낀다.
그것이 단순히 한심한 감정 때문인지, 아님 좋아하는 것인지, 하츠는 알지 못 한다.


"나 따윈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넋을 잃고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는 이쪽 세계에서 이미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런 걸 반복하다 보면 언젠간 아예 이쪽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나도 모르게 그의 팔을 붙잡았다."  
p107


친한 무리가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외톨이가 된다면 그 외로움보다 창피함이 더 견디기 힘든
청소년 시기의 미묘한 심리를 굉장히 섬세하게 잘 묘사해 놓았다.
학창시절 학년이 바뀌어 새로운 반이 될 때마다, 단짝 친구를 만드는 게 최우선 과제였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굳이 외톨이었던 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충분히 공감이 갈 만한 것들이다.


"가장 고통스러운 건 수업 사이사이의 쉬는 시간.
떠들썩한 교실에서 나는 폐의 반 정도밖에 공기를 들이마시지 못한다.
어깨부터 서서히 굳어져가는 압박감.
내 자리에 가만히 앉은 채, 반 아이들이 까불며 떠드는 한쪽에서
전혀 흥미가 없으면서도 다음 시간의 교과서를 펼쳐보거나 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긴 10분."  
p145


주인공의 감정흐름도 은근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오고,
읽다보면 두 주인공의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왠지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 속에서 조금은 아프게 성장해가는 그들의 모습에 갠히 내 가슴이 짠하기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할 때 심사위원이었던 무라카미 류는 이 작품에 대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기교를 자랑하지도 않는다'고 평했다지만,
갠적으로는, 아무래도 감성 넘치는 19살의 작가가 쓴 글인 만큼 좀 넘친다 싶은 문장들이 보인다.
그치만 아직 스물도 안 된 나이에 이 정도의 소설을 써냈다니, 왠지 배가 살짝 아프다.ㅋ>_<


참,,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흔히 블로그나 미니홈피에, 어딘지 몽환적인 사진과 의미심장해 보이는 글귀를
붙여 올린 것들이 많은데, 거기서 본 적이 있던 낯익은 글귀 몇 개를 이 책에서 발견했다.
출처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몰랐는데, 요기서 가져간 것들이었군...ㅋ 왠지 반갑....^^


"터진 상처를 보기가 무서우니까 이렇게 반창고를 붙이는 거야."   p50


" -왜 라디오를 한쪽 귀로만 듣고 있어? (......)

-이렇게 해야 귓가에서 속삭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
   p65


" -아픈 거 좋아해?

아픈 게 좋다고 한다면, 나는 분명 그를 더 이상 발로 걷어차고 싶지 않을 것이다.
걷어찬 쪽도 걷어 채인 쪽도 기분 좋다니, 왠지 불쾌하다."  
p125



* 추천 성장소설 자세히 보기!!





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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