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라>  /  지은이 : 후지타니 오사무  /  옮긴이 : 이은주  /  북폴리오

 

 

 

'북폴리오' 리뷰 블로거 활동하면서 받은 책 중에서 가장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워낙 음악에 문외한인지라 '음악 청춘 소설'이라는 말에 살짝 겁을 먹기도 했지만

오히려 개인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음악고등학교 학생들만의 일상이 더욱 흥미를 일으켜서

지루하지 않게 술술 읽힌 잘 쓰인 성장소설.

게다가 청소년기의 섬세하면서도 혼란한 심리를 잘 묘사해서 문득문득 잊혀진 감정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 긴 이야기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나 역시 분명히 겪었지만 이제는 기억조차 아득해진 그 순간이 그리워져서 어쩐지 울컥...ㅠ

 

꿈과 환상 속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되기 시작하는 것일까.

 

 

" '자신은 평범하지 않다.'라는 자의식만큼 평범한 것은 없다."   下권, p287

 

 

 

 

이야기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쓰시마'가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빛나던 그때, 아직 인생의 잔혹한 면을 맛보기 전인 청순했던 시절,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차고, 터무니없이 심각하고 터무니없이 가볍던 그때,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으로 모든 일들을 벼락처럼 받아들이던 바로 그때...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지금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어떤 사건들에 대해...

 

 

"그때, 내가 아직 행복했던 때."   下권, p143

 

 

유복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첼로를 배운 '쓰시마'는

일류 음악고교 입시에 떨어져 할 수 없이 자신의 할아버지가 학장으로 있는 삼류 음악고에 진학하지만,

 대신 학교에서는 실력으로나 집안배경으로나 여러모로 인정받는 학생이 된다.

말하자면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된 거~ㅎ

 

이런 환경이 자의식과잉의 현학적이었던 '쓰시마'의 성격을 더욱 굳히지만

바쁜 학교생활을 해나가면서 나름대로 우정어린 친구도 사귀고 첫사랑을 하기도 한다.

첫눈에 반한 '미나미'를 바라만 보다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서로 사귀는 사이가 되는 과정이라든가,

학업의 일환으로 해마다 오케스트라와 문화제 행사 등을 위해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들은

청춘의 풋풋함과 열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뭐, 이해하지도 못 할 난해한 책들을 읽으며 은근히 우쭐한 기분을 느끼거나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도 청춘의 한 특징이고 나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나저나 음악을 전혀 모르는 내가

소설 속 인물들이 연주발표를 위해 곡을 정하고 팀을 짜서 연습하고 레슨을 받고 하는 이야기들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참 신기~ㅎ

그러면서 뭔가 부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나는 왜 그 시절에 무언가에 그토록 열정을 쏟아보지 않았는지 막 후회도 되고 말이지...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풋풋한 고교생들이 등장해서 꿈과 열정을 펼치는 왁자지껄 밝은 소설일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이미 시작부터 주인공 '쓰시마'가 그 시절 겼었던,

그리하여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린 어떤 사건을 암시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어쩐지 불안하고 조마조마...;;;

 

집안의 권유로 2학년 여름방학 동안 독일로 떠난 단기유학은 모든 일의 시초가 되고,

그로 인해 시작된 비극은 충격과 슬픔으로 당황한 '쓰시마'로 하여금 또 다른 비극을 저지르게 한다.

 

 

"나는 미끄럼틀 같은 운명의 내리막길을 굴러 내려와

밑에 있던 사람들을 들이박았던 것이다."   上권, p261

 

 

 

 

아무튼 '쓰시마'는 그 시절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인생의 방향을 통째로 바꿔버리고,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마치 옷장 속에 들어가 한바탕 환상의 공간에서 모험을 한 후

옷장 밖의 현실세계로 뛰쳐나오는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처럼, 평범하고 흔한 어른이 된다.

그는 더이상 음악으로 구원받지 않으며,

자신을 '고귀한 인간'으로 여기지도 않으며, '니체'도 읽지 않는다.

 

사실 생각해보면 '쓰시마'가 경험한 사건들은 그리 특별하달 것도 없는 것들.

사랑을 하고, 상처받고, 그리고 충동적인 이기심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우리 모두가 살면서 경험하는 고만고만한 비극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이야기가 이토록 격정적으로 다가오고 묵직한 쓸쓸함으로 남는 것은

그것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마주친 첫경험이라는 것,

우리 모두가 지나왔으나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소중한 어떤 순간을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뱃멀미는 언젠가 없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흔들림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

뱃멀미가 가벼워졌다고 해서 배가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해도 잊어서는 안 된다."   下권, p363

 

 

하지만 너무 오래 실망하지는 말 것.

 

배가 완전히 멈췄다고 생각한 그 순간 이후로도 우리는 여전히 각자의 배 위에서 흔들리고 있으며,

우리의 배는 지금도 어딘가를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

 

비록 거친 물살을 가르며 세차게 달리진 못할 지라도,,,

그저 같은 자리에서 맴을 돌며 헤매고 있을 뿐이라 해도,,,

 여전히 나는 지금도 그때처럼 배 위에 있다는 것!

뭐,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그것으로 됐다.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파도에 흔들리면서 항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下권, p368

 

 

 


* 아래 링크를 통해 구매하시면 1%의 알라딘 추가적립금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익월 15일 자동지급, 링크 도서를 포함한 해당 주문도서 전체에 대한 1%)



Posted by 블랑블랑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유쾌통쾌 2012.03.31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갑니다 항상 멋진 책 추천해주셔서 참고합니다^^


Statistics Graph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  » 2019.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