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  지은이 : 오츠이치  /  옮긴이 : 김수현  /  황매



자기 전에 책이나 잠깐 읽어볼까 해서 꺼내들었던 '오츠이치'의 <베일>.
분량이 200페이지 정도로 짧기도 하고,
워낙 쉬운 문장으로 술술 읽히는 책이라 두 시간도 안 되어서 다 읽은 것 같다.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역시나 '오츠이치'스러운 이야기들.




첫 번째 이야기인 '천제요호'는 '오츠이치' 특유의 호러판타지.

주인공 '야기'는 소년 시절 귀신과 가까워지고,
어쩌다 영원한 생명을 갖는 대신 몸을 넘기겠다는 계약을 하게 된다.
그후로 그는 몸의 어딘가가 다치거나 상할 때마다 그 부분이 괴상하게 재생되어
결국 온 몸을 붕대로 감추고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쿄코'라는 친절한 여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집에서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살며 꿈에 그리던 평범한 생활을 시작하지만,
누군가의 악의에 찬 호기심은 결국 그를 극한의 절망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시작되는 잔인한 복수!

'야기'의 편지와, '쿄코'를 중심으로 하는 시점이 번갈아 나온다.
인간의 호의와 악의가 대비되고,
영원한 생명은 축복이 아니라 끔찍한 저주임을 보여주는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인 'A MASKED BALL - 그리고 화장실의 '담배'씨, 나타났다 사라지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이야기다.

고등학생인 '우에무라'는 흡연을 위해 학교 구석에 거의 버려진 화장실을 출입하는데,
어느날 타일벽에 '낙서하지 말라.'라는 글이 써진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그 옆에 그에 대꾸하는 또 다른 사람의 낙서가 보이고,
결국 '우에무라'까지 합세해 타일벽을 이용해 총 5명이 낙서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러다가 첫 번째 낙서의 주인이 학교에 깡통이 너무 많다는 말을 남긴 뒤
학교 안의 자판기가 모두 망가뜨려지고,
주차공간을 잡아먹는 한 선생님에 대한 말 뒤에는 차가 심하게 훼손되는 사건이 잇다르고,
마침내 꽁초를 아무데나 버린 특정 여학생이 목표물이 되면서 살해위협을 받게 된다.

'우에무라'는 여학생을 지키기 위해 낙서의 주인을 밝히기 위한 계략을 꾸미는데...

개인적으로 첫 번째 이야기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화장실 타일벽을 게시판처럼 사용하며 여러명이 익명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 자체도 흥미롭고,
그 낙서의 주인들이 은근하게 모두 밝혀지는 결말도 맘에 든다.^^
그리고 묘하게 유쾌한 느낌.ㅋ




근데, 나름 재밌게 읽긴 했는데, 어째 읽을수록 '오츠이치'는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GOTH>가 제일 좋았고, 그 다음 <ZOO> 정도까지가 딱 좋았던 듯.
확실히 흥미로운 설정의 자극적인 이야기들이라 한 번 펼치면 금방 마지막장을 넘기게 되지만,
다 읽고 나면 그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만 남는 것 같아서 왠지 허탈하다.

기괴함과 공포 속에 섞여있는 어딘지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은 여전히 좋아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었다기보다는 그냥 신기한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은 역시 허무해.^^;;;
머, 물론 가끔은 그런 이야기가 필요할 때도 있긴 하지만.ㅎㅎ



* '오츠이치' 소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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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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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엠코 2011.04.11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츠이치 작품 중에서는 <암흑동화>가 제법 끌리더라구요. 새빨간 표지에서부터 뭔가 취향을 많이 탈 것 같은 삘이지만 설정도 독특해서 맘에 들었구.. 이 소설도 눈에는 들어왔지만 <A MASKED BALL>의 스토리가 조금 눈에 가는 것 말고는 그렇게 관심이 생기지는 않..... ㅠㅠ

  2. 제드™ 2011.04.11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번째 에피소드가 저도 끌리네요!

  3. 뚝이 2011.05.27 1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흔하지 않은 소설가인데 어떻게 알게 돼셨는지 궁금하네요.

    전 오츠이치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된건 군대에 있을땐데요. 여름과 불꽃과 나의 시체라는 쇼킹한 제목 때문에 끌려서 보게 됐죠. 그런데 제가 책 읽는 속도가 매우 느려서 단편을 즐겨 보게 됐어요. 왠걸. 이건 너무 재밌더군요. 단편인데도 더 이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할 정도로요. 그래서 전역하고 그의 소설인 goth와 zoo를 읽게 됐어요. 역시나 너무 재밌더군요. 지금은 zoo를 읽는 중이지만 재밌는 소설가를 한 명 더 만난 기분이네요.

    근데 제가 알지 못했던 오츠이치의 소설을 여기서 또 찾게 되네요. 어서 zoo와 goth를 읽고 베일도 읽어봐야겠네요. 너무 기대되는데요.

    • 블랑블랑 2011.05.27 1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츠이치'는 이쪽 장르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라 미스터리 팬들은 거의 다 알고 있어요.^^
      국내출간작도 무지 많은데, 개인적으로 <GOTH>와 <ZOO>가 최고인 것 같아요.
      여러 권 읽다보면 좀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지만, 그래도 독특한 감성을 가진 작가인 건 분명하죠.
      <여름과 불꽃과 나의 시체>를 17살에 썼다니 확실히 재능도 있는 작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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