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시절, 읽으려고 몇 번이나 도전했지만 끝내 읽지 못했던 책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요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그땐 어찌나 재미없고 지루하던지...

 

하지만 나이들어 이번에 읽게 된 <분노의 포도>는 손에서 놓을 수가 없더라...^^;;;

10대 때는 그렇게도 지루하던 이야기가 이토록 마음에 와닿는 건,

아마도 이제 내가 밥벌이의 고단함을 알게 된 성인이어서일까?ㅜㅜ

물론 나 정도의 고단함을 감히 작품 속 인물들에게 어찌 비교나 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이제 조금은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으니까...

 

참고로 나는 집에 있던 오래된 세계문학전집으로 읽은 거고,

현재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나와있다.

 

 

 

 

주인공 '톰'은 어쩌다 살인을 저질러 감옥에서 4년을 보내고 가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마침 고향에서는 트랙터를 이용한 농업 기계화로 인해 쓸모없어진 소작농들이 쫓겨나는 중이었고

그들은 캘리포니아에서 농장 일꾼을 대대적으로 구한다는 광고지를 보고

많은 수가 그쪽으로 이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들딸 여섯과 사위 등으로 이루어진 '톰'의 대가족 역시

더이상 고향에서는 먹고 살 방법이 없다는 판단하에 캘리포니아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짐을 실어 먼길을 이동할 트럭을 구하는 걸 노려

고물차를 바가지 씌워 파는 악덕 상인이 판을 치고,

그덕에 이들의 캘리포니아행은 시작부터 쉽지가 않다.

어찌어찌 트럭을 구입하고 준비를 꾸려 캘리포니아로 출발하지만

오랜 기간의 이동 중에 할아버지, 할머니의 죽음을 비롯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식구 수는 점차 줄어간다.

 

그리고 힘겹게 캘리포니아에 도착해서도 고난은 끊이지 않는다.

이미 그곳에는 일자리를 간절히 원하는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있고,

부족한 일거리를 따내기 위한 그들의 치열한 경쟁은 임금을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이제 알아듣겠소?

사람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특히 굶주린 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임금이 싸게 먹히는 거요."

 

 

 

 

종일 돌아다녀도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고

어쩌다 일거리를 구해 온가족이 나가 일해도 끼니를 잇기가 힘든 나날이 이어진다.

대지주들은 경찰과 결탁해서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힘을 모으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근처의 식료품 상점은 이들이 교통비를 들여가며 먼 시내까지 나가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내고 무언가를 살 때조차도(그것도 바가지까지 쓰면서도) 대접받지 못한다.

그야말로 여기서 뜯기고, 저기서 뜯기고.....ㅠㅠㅠ

 

횡재나 공돈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일을 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일한 보수로 끼니를 잇고, 스토브를 사고, 임신한 딸에게 우유를 먹일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 소박한 소망이 그들에게는 어쩜 그리도 힘든 것인지...

소설은 결말로 갈수록 더욱 절망적으로 변해간다.ㅜㅜ

 

 

"이윽고 서서히 모든 것 중에서 가장 큰 공포가 닥쳐왔다.

앞으로 석 달은 일이라곤 전혀 없어.

곳간 안에서 사람들은 한데 뭉쳐서 앉아 있었다.

이 공포가 그들을 짓누르고 그들의 얼굴은 공포감으로 파랗게 질렸다.

아이들은 배가 고파 울었으나 먹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최소한의 가드가 없는 자유시장경제가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작품.

 

참고로,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가족의 어머니가 아닌가 싶네.

여성 특유의 모성애로 가족은 물론, 주의의 많은 사람들까지 챙기며 꿋꿋하게 역경을 헤쳐나가고,

식구들이 무언가에 고민하고 흔들리고 절망할 때마다 결단을 내리고 행동한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했던가...

그녀야말로 가족 중에서 가장 강한 인물.

 

어머니, 멋져요!! +_+

 

 

"어머니는 마른 기침을 했다.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하겠느냐가 문제잖아요?"

그녀는 딱 잘라 말했다.

"할 수 있을까, 하고 있다간 우린 아무것도 못하고 말아요.

캘리포니아에도 못 가고 아무것도 못해요.

하지만 하겠다 하면 해야죠. 우린 한다면 되는 거예요." "

 

 

기회가 되면 영화로도 꼭 보고 싶어~~~

 

 

 

 

 

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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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jfjddl 2014.12.19 1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 있는 리뷰네요 http://txt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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