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굴 가이드>  /  지은이 : 김미월  /  문학과지성사



1년 넘게 찜해 놨던 '김미월'의 <서울 동굴 가이드>를 이제서야 읽었다.
알라딘 평점도 9.4로 아주 높아서 양껏 기대하고 읽었는데,
다 읽고 난 소감은 음,, '너무 너무 좋다!'까지는 아니고 '꽤 괜찮다' 정도?^^
술술 읽히고 전체 분량도 300페이지가 안 되서 금방 읽었다.


"여자가 십여 개의 립스틱들을 색깔별로 나누다 말고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얼굴이 마치 꽃밭 같아요.
여드름투성이 기환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는 자신을 가리키는 말 중에 그렇게 예쁜 단어를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p214




전부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각각의 주인공은 모두 20대의 젊은 남녀들.
그들은 하나같이 가족, 혹은 가족처럼 가까운 누군가에 얽힌 상처를 가지고 있다.

미성년의 엄마에게 태어나 버림을 받았다거나,
존경하던 아빠가 재혼으로 생긴 의붓딸에게 손을 댄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거나,
어린 시절 배다른 여동생을 못된 아이들 사이에 방치해 버렸다거나,
칼을 휘두르는 동네 미친 남자 앞에서 단짝 친구를 버리고 혼자 도망갔다거나 등등...

그리고 그 상처 때문에 그들은 세상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 한다.


"확신할 수 있는 것만을 말해야 한다고 믿는 그녀에게 세상만사는 늘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확신할 수 없는 것과 확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그러니 늘 할 말이 궁할 수밖에 없었다."  
p178


자신의 주변에 뭔가 경계를 쳐놓고 살아가는 이들은 상처의 기억을 봉인해 둔 채로,
게임 속 캐릭터를 현실의 자신보다 더 현실적으로 돌보기도 하고,
타인의 자기소개서 따위를 대필해주는 일로 수많은 타인의 삶을 살기도 하며,
옥상에 자신만의 공중정원을 비밀스럽게 가꾸기도 하면서,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유지해나간다.


"글 밖에 있을 때보다 글 속에 있을 때 나는 더 행복하다.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디서든 행복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p246




굉장히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들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닥 무겁지 않다.
비록 주인공들은 큰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고통을 직접적으로 떠들어대지 않고 묘하게 낙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낙천적인 모습이라는 게 '다 잘 될 거야'라기보다는, '안 되도 그만'이라는 쪽이랄까,,
암튼 일종의 '포기'에서 비롯된 삶의 방식으로 다가와서,
전반적으로 무덤덤한 듯 흘러가는 이야기들 속에 한결같이 외로움이 느껴진다.
아, 이 분위기 꽤 맘에 들었음.ㅋ

다만 수록된 이야기들의 기본 골격이 대체로 비슷한 편인 데다가,
결말 또한 모두 '암시는 주되 살짝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이런 방식이 여운을 주는 꽤 매력적인 결말이긴 하지만.)
아홉 편이나 되는 비슷한 이야기를 연달아 읽다 보니 나중에는 좀 지겨운 느낌이...^^;;;
음,,, 아무래도 한 번에 다 읽지 말고 좀 나눠읽었어야 했을까?ㅎㅎ


"만약에 내가 갑자기 죽으면, 내가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의 아이디들은 어떻게 될까?
메일함에 저장된 이메일들은?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까.
(......)
자신이 죽은 후에도 줄기차게 들어오는 광고 메일, 사망 소식을 듣지 못한 사람이 보낸 안부 메일,
블로그를 찾은 이들이 남기는 방명록, 쪽지......
자신이 영원히 읽지 못할, 자신에게 보내진 글들을 떠올리자 그녀는 끝을 알 수 없는
아주 깊고 컴컴한 호수 밑바닥에 홀로 누워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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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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