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여자>  /  지은이 : 오쿠다 히데오  /  옮긴이 : 양윤옥  /  오후세시

 

 

 

'오쿠다 히데오'는 딱히 좋아하던 작가는 아니었지만

이번 신작 <소문의 여자>는 설정이나 구성방식이 참 재밌겠다 싶었는데

읽어보니 정말 재밌다!!! +_+

속도감 있게 쭉쭉 읽혀서 정말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다능~

 

특히 이건 여성들에게 더 어필할 만한 작품.

남성들을 유혹해서 파탄에 빠트리는 팜므파탈, 엄청난 악녀에 관한 이야기지만,

여성 입장에서 보자면, 그저 여자나 밝히는 부패한 남성들로 가득찬 사회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으로 느껴지기도 하거든~ㅋ

전에 <걸>에서도 느꼈던 건데 '오쿠다 히데오'가 여성독자의 심리를 찌르는 능력이 있는 듯?^^

 

 

"여자는 남자를 발판으로 삼지 않으면 위로 올라갈 수 없어."   p241

 

 

한 지방도시에 사는 '미유키'라는 여성의 20대 초반부터 후반 무렵까지가

모두 10명의 인물들의 입장에서 시간흐름에 따라 묘사되는 이야기다.

 

이 10명의 인물들은 각자 이런저런 계기로 그녀와 접촉하거나 관계를 맺고 관심을 가지며

그녀에 대한 여러 소문들을 듣거나 관찰하는데, 그때마다 '미유키'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크레임을 걸러 찾아간 중고차 판매점의 사원으로, 마작을 하러 간 마작장의 점원으로,

요리를 배우러 간 요리교실의 같은 수강생으로, 늙은 장인어른의 젊은 애인으로,

혹은 자신이 일하는 보육원에 아이를 맡긴 싱글맘 클럽마담으로 등등...

 

무지 재밌게 읽었던 '누쿠이 도쿠로'의 <우행록>이 떠오르는 구성인데 느낌은 많이 다르다.

아무튼 흥미진진한 방식이지.^^

 

 

 

 

10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맞춰지는 그녀에 대한 퍼즐.

 

고등학생 때까지 별로 눈에 띄지 않던 가난한 집안의 딸 '미유키'는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180도 바뀌어 색기를 풀풀 풍기는 화려한 여성이 되고

졸업 후에는 돈많은 중년 유부남들의 세컨드를 하다가,

60이 넘은 영감과 결혼해 아이를 낳은 뒤 그가 죽자 거액의 보험금을 챙겨 고급클럽을 차린다.

 

그 과정에서 죽은 남자가 모두 3명.

첫 번째 남자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두 번째, 세 번째는 모두 술에 취해 욕조에서 익사.

사고현장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지만 모두 사고사로 처리되고 그때마다 그녀는 이익을 챙긴다.

 

 

"그날 밤에 야나가세의 클럽에서 목격한 이토이 미유키는 요염한 암컷 사마귀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거기에 섣부르게 다가가 살해된 수컷 쪽이 잘못이다."   p393

 

 

클럽을 차린 후에는 돈이 필요한 호스티스들을 돈많은 유부남들과 연결해주기도 하고,

절을 상대로 여러 업체들과 결탁해 엄청난 리베이트를 뜯어내기도 하며,

현 의회 의원과 내연의 관계를 맺어 그의 비밀계좌를 털어가기도 한다.

 

특이할 사항은 '미유키'가 뒤통수를 치는 상대는 모두 탐욕스럽고 부패한 남성들이라는 점.

모두 멀쩡히 처자식을 놔두고 다른 여자를 밝히던 남성들이다.

(결혼까지 한 '야나가세' 영감만은 아내가 없었지만

그 역시 젊어서부터 여자를 밝혀 조강지처를 버리고 배다른 자식들을 둔 인물.)

 

여성인물들에게는 오히려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여성을 꼬여 호텔에 데려간 후에 약속한 돈을 주지 않고 오히려 협박하는 능글맞은 중년남성과

친인척의 상가와 결탁해 폐기처분할 식재료를 수강생들에게 팔아치우는 요리교실 강사 등을

혼내주는 장면들은 무지 통쾌함.ㅋ

 

 

 

 

읽다보면 세상 남자들에 대한 절망 같은 게 느껴진다.ㅎㅎ

등장하는 남성들이란 게 어찌 그리 하나같이 색에 약하고 여자를 밝히는 것인지....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나체 스시'와 '미역술'은 압권....

(접시 대신 알몸으로 누워있는 여성의 몸 위에 회를 얹어 먹는 것과,

그 누워있는 여성의 음부에 술을 부어 빨대로 마시는 것.)

아, 뭐 이런 것들이....-_-;;;

 

아무튼 중년의 유부남들은 물론이고 60 넘은 영감에다가, 절의 주지, 정치인,

도쿄 공대를 나와 고향의 부패한 시스템을 바로잡으려던 젊은 엘리트(역시 유부남^^;;)까지,

모두 '미유키'의 색기에 넘어가 인생 끝나거나 신세를 망친다.

 

몇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다 아는 사람들인 지방소도시의 특성상,

담합, 낙하산 인사, 뇌물, 부정결탁 등의 온갖 비리와 부패로 똘똘 뭉친 남성들의 사회에서

그야말로 '미유키'는 '가난한 젊은 여자'라는 약자의 신분으로 한판 굿을 벌인다.

 

 

"유들유들한 그의 행태에는 매번 속이 부글거린다.

그들에게 죄책감이 전혀 없는 것은 모두 다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더니, 정말 딱 맞는 말이다."   p278

 

 

작품 속 남성들은 끊임없이 '미유키'나 젊은 여자에게 지분거리고 음란한 상상을 하고,

나름대로 그에 대한 소소한 댓가들을 지불하며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한다.

애인해주는 댓가로 매월 일정한 돈을 지불하는 것을 제외하고도,

그들은 초밥을 사주거나, 구하기 어려운 티켓을 구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미유키'는 이 구조를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

소소하게 받아주고 받아내는 게 아니라, 확실히 주고 철저하게 뜯어내는 것.ㅎㅎ

 

오, 뭔가 시원해~!!ㅋㅋㅋ

 

 

 

 

그리하여 작품 속 여성과 남성의 '미유키'에 대한 반응은 확연히 갈린다.

남성들은 그저 그녀의 '색기'에 집중하고 압도되지만,

여성들은 그녀의 당당한 태도, 거침없는 말과 행동 등에 감탄한다.

내세울 것 없고 무기력하던 여성들은 처음에는 '미유키'를 보고 '어머,어머~'하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그녀를 동경하고 응원하게 된다.ㅋ

 

 

"미사토는 갑자기 이토이 미유키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지금은 이나코시의 애인이지만 그런 의원 따위, 어차피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 정치인이다.

미인계를 써서 감쪽같이 돈을 뜯어낸 끝에 죽인다고 해도

그건 그 나름대로 장한 일인지도 모른다."   p393

 

 

아마 이 작품을 읽는 남성독자와 여성독자의 느낌도 많이 다를 것이다.

여성들에게는 일정부분 통쾌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여지겠지만,

남성들은 억울할 수도, 부끄러울 수도, 화가 날 수도 있겠다.

 

뭐, 나도 실제 세상 모든 남성들이 이렇게 단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튼 혹시라도 패가망신하지 않으려면 알아서 조심들 하라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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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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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artyLUV 2013.06.24 18: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 리뷰! 좋습니다~^^ 앞으로 자주 들러보겠습니다.

  2. 가씨네 2013.06.24 18: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읽은지 너무 오래된것 같네요. 시간내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3. 쟝파스타 2013.06.25 0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 잘 봤습니다^^

  4. dieZrin 2013.06.30 2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제일 사랑하는 일본현대소설작가 ♥
    저는 사놓고 어느 더운날 선풍기 바람 쐬면서 보려고 아끼는 중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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