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작은 새>  /  지은이 : 가노 도모코  /  옮긴이 : 권영주  /  노블마인



일상 미스터리라고는 하지만, 어딘지 좀 아련하면서도 묘한 분위기가 있는 독특한 연작 단편집.
취향을 좀 많이 탈 것 같은 느낌의 소설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맘에 들어!
전에 읽은 <나선계단의 앨리스>도 좋았었는데, 이 작가 아무래도 딱 내 취향인 듯.ㅎ

바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상 속의 소소한 수수께끼 풀이도 좋고,
가끔 튀어나오는 재치있고 귀여운 유머도 좋고,
은근한 로맨스도 좋고,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도 좋다.^^


"인간은 복잡하고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재미있는 거예요. 안 그래요?"   p281


'달걀받침'이란 뜻의 '에그 스탠드'는
20대 후반이나 그보다 조금 더 위로 보이는 여자 바텐더가 혼자 운영하는 바.


"달걀을 세우려고 열심히 애쓰는 게 인생이란 생각 안 들어요?
개중엔 겨우 한 개 갖고 애먹는 사람도 있고, 혼자 다섯 개, 여섯 개씩 세우는 사람도 있어요. (......)

세상은 원래 꽤 불공평하니까요.
처음부터 달걀을 세우기 쉬운 평평하고 튼튼한 테이블을 갖고 있는 사람이랑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거든요.
핸디캡 레이스에서 약한 말이 더 무거운 중량을 달고 뛰는 일도 부지기수예요. 그러니까... (......)

아무리 애써도, 몇 번을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사람은 한번 에그 스탠드에 달걀을 맡겨보라고,
그런 생각으로 붙인 이름이에요. 제법 괜찮죠?" 
  p232


어느 날 '게이스케'는 우연히 보게 된 '사에'에게 끌려 그녀에게 다가가고,
그녀의 단골 바인 '에그 스탠드'에 따라가서 듣게 된 그녀의 어릴 적 수수께끼를 풀어준다.
이것을 계기로 둘은 '에그 스탠드'에서 자주 데이트를 하게 되고,
주로 '사에'가 경험한 알 수 없는 일들을 '게이스케'가 풀이해주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수수께끼 자체는 좀 심심하기도 하고, 풀이과정도 살짝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섬세한 문장들 덕분에 어쩐지 반짝거리는 느낌의 소설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는데,
이야기만 듣고도 예리한 통찰력으로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게이스케'와
당당하고 씩씩하고 정의로운 '사에' 커플은 물론이고,
세심한 관찰력과 따뜻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바 주인 '이즈미',
명석한 두뇌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에'의 어릴 적 친구 '다케시',
'게이스케'와 '사에'가 바에서 얘기를 하고 있으면 어느순간 불쑥 나타나서 끼어드는 노신사 등등.


"나는 그가 내내 그곳에 있었는지, 아니면 방금 왔는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카운터에서 자연히 돋아났는지도 모른다.
장마 걷힌 뒤의 버섯의 일종처럼."  
p140


갑자기 튀어나와 말을 건 노신사를 묘사한 부분인데, 넘 귀엽고 센스있는 표현 아냐?ㅎㅎ


게다가 개인적으로 로맨스를 그닥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속 '게이스케'와 '사에'의 로맨스는 굉장히 맘에 든다.
'게이스케'가 '사에'의 이런저런 점들에 순수하게 감동하며 좋아하는 심리표현 같은 것들도 예쁘고,
확실히 연인관계인지 뭔지 살짝 애매모호하게 진행되다가
결말에 가서 슬쩍 보여주는 둘 사이의 은근하지만 단단한 애정은 더 예쁘다.ㅎㅎ


"질투할 때조차 그녀는 이렇게 솔직하다. 마치 빠른 직구 하나로 승부하는 투수처럼.
그러니 나는 쑥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리고 어쩐지 미안하기도 하다. (......)

사에는 옳다. 언제 어느 때나 옳다.
게다가 여자는 항상 남자에게 승리를 거두게 되어 있다. (......)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나는 사에에게 무조건 항복했다는 것을 실감했으니까.
겸양을 사에의 미덕으로 거론할 수 있을 만큼 그녀에게 푹 빠졌으니까." 
  p286




딱 꼬집어 설명하기는 좀 힘들지만, 분위기 자체가 아주 맘에 드는 일상 미스터리 소설이다.
스케일은 좀 작은 듯 하지만, 역시 이런 섬세한 소설은 여성작가만이 쓸 수 있는 듯.
그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자잘한 통찰 같은 것들도 통통 튀어나오고~^^


"그 애는 알고 있었던 거야.
다른 사람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환상을 만족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걸.
백설 공주는 살결이 하얘야 해. 신데렐라는 발이 기적처럼 작아야 하고.
이야기가 시작되려면 일종의 환상이 필요한 거야." 
  p102


암튼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수수께끼와 트릭이 아니라,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뭣보다 '게이스케'와 '사에'의 은근한 사랑얘기다.ㅎ
그러고 보니 이건 어쩌면 로맨스가 들어간 미스터리물이 아니라,
미스터리가 가미된 지능적인 로맨스물일지도...ㅋ


"뭔가가 되고 싶었던 사람. 뭔가가 될 수 없었던 사람.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소망해도 달걀을 세울 수 없었던 사람들.
설령 사기라 해도 에그 스탠드로 달걀을 세울 수 있다면,
그래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옳을지 모른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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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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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레아디 2011.07.20 2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책한권 추천받고 가네요^^

  2. 와비 2011.07.21 0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좋은책 추천받고 가네요~ 다음에 시간되면 읽어 보고 싶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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