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소설>  /  지은이 : 교고쿠 나츠히코  /  옮긴이 : 김소연  /  손안의책

 

 

 

'교고쿠 나츠히코'는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 어지간한 책은 다 볼 생각이긴 하지만

이 <싫은 소설>은 마침 알라딘에서 반값할인판매에 들어갔길래 잽싸게 구입해 읽었지.ㅎ

 

그냥 미스터리려니 했는데, 그것보다는 환상소설 쪽?

뭔가 예전 TV시리즈 '환상특급'이 생각나는 분위기...

평들을 보니 호불호가 꽤 갈리는 것 같던데

난 '환상특급' 시리즈 좋아해서 그런지 개인적으론 재밌게 읽었다.

 

인간의 '싫다'는 감정 하나를 아주 극한까지 증폭시켜서 보여주는 작품.

 

 

"이 애는 다르다. 이 애는――.

정말 아이일까.

――아니.

사람일까?"   p31

 

 

 

 

총 7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고,

각 에피마다 주인공이 바뀌면서 그들이 직접 자신이 체험하는 싫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싫은 아이, 싫은 노인, 싫은 문, 싫은 조상, 싫은 여자친구, 싫은 집, 싫은 소설.

 

그냥 기묘하다기보다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이다.

어느날부터 집안에 기괴하게 생긴 아이가 돌아다닌다든지,

집에 얹혀지내는 노인이 밤새 침대밑에 숨어있는 둥 수상한 행동을 해댄다든지,

옷장 모서리에 발가락을 심하게 찧고는

옷장을 치워버렸는데도 그 빈 공간에서 여전히 발가락을 찧어 뼈에 금까지 간다든지 등등...

 

어쩐지 으스스한 이야기들이라 밤에 혼자 읽자니 살짝 무섭...^^;;;

 

 

"예를 들면 그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사람이 사라지고 없었다.

방은 텅 비어 있고, 화장실에도 어디에도 없었다.

 

일단 남편을 출근시키고 나서 찾으러 가려고 했더니――그 사람은 복도에 서 있었다.

지금껏 아침 일찍 어딘가에 나갔다가 어느새 돌아온 것이라고, 지금껏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

그때 그 사람은 복도의, 우리 침실 문 앞에 서 있었다.

그것은――침실에서 나온 참이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하룻밤 내내 침실 안에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침대 밑에――말이다.

 

그 사람은 침대 밑에 숨어들어가 좁은 틈새에서 숨을 죽이고, 우리 부부의――"   p98-99

 

 

암튼 각 에피소드에는 중심인물의 주변인으로 '후카타니'라는 남자가 매번 등장한다.

친구, 동창, 직장동료 등으로...

때로는 길게 등장하고 때로는 아주 잠깐 등장하기도 하는데,

그는 각 에피의 주인공들로부터 그때마다 해당 사건들을 듣고

막연히 요즘 자신의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가 바로 '후카타니'의 이야기.

어느 정체모를 헌책방에서 소설책을 한 권 사오는데 그게 바로 이 <싫은 소설>이고,

그는 책 속에 자신과 자신이 들었던 그 기묘한 사건들이 등장하는 것에 깜짝 놀라는데...

 

 

 

 

기괴하고 불가사의하던 사건들이 마지막 에피에서 설명이 되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환상특급> 같은 분위기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장면에 그 <환상특급> BGM 나오면 아주 딱일 듯.ㅎㅎ

대신 전편들의 주인공들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는 조금씩 이야기가 나온다.

 

암튼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싫어, 싫다를 연발하며 정말 싫은 감정들을 묘사해서,

읽는 내내 덩달아 끈적끈적 불쾌한 기분이 드는 작품.

아마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 더 그렇기도 했겠고...

 

근데 이런 것도 좋은 점이 있는 게,

다 읽고나니 오히려 내 지루한 일상이 무척 상쾌하게 느껴지더라능~ㅋㅋ^^

 

 

"이야기도 통하지 않는다.

폭력도 통하지 않는다

쫓아내도 두들겨 패도 돌아온다.

그리고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그저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내가 싫어하는 일을, 내가 꺼리는 행위를,

오직 그것만을 되풀이한다.

논리도 통하지 않는다.

부탁해도, 협박해도, 아무것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런 무서운 여자는. 그런.

 

싫은 여자친구는.

――죽이는 게 제일이야."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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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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