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  지은이 : 기리노 나쓰오  /  옮긴이 : 김수현  /  황금가지



한마디로 끔찍하고 비참하고 처절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중심은 도시락공장의 야간 파트타임일을 하는 네 여자.
이들은 함께 힘든 공장일을 하면서 가깝게 지내는 사이로,
여자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일한 회사에서 결국 인정받지 못 하고 떨려나 가족과도 단절된 마사코,
못생긴 외모에 허영심만 가득해서 비싼 옷과 차를 구입하느라 사채까지 끌어쓰는 구니코,
반신불수의 시어머니 수발과 비뚤어진 딸들의 뒷바라지로 허리 펼 날이 없는 요시에,
호스테스와 도박에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둔 야요이 등,
하나같이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자들이다.


"설사 죽는다 해도, 이것으로 좋아. 나는 절망하고 있었으니까" (......)
"무엇에."
"살아가는 데에."


그러던 이들의 답답한 일상에 어느날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는데,
힘들게 모은 적금을 도박으로 탕진하고 폭력까지 휘두른 남편을 야요이가 홧김에 죽여버린 것.
야요이로부터 이 사실을 들은 마사코는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의 범행은폐를 도와주기로 하고,
요시에와 구니코를 끌어들여 함께 시체를 토막내어 쓰레기로 위장해 버린다.
하지만 시체는 발각되고, 때마침 살인전과가 있는 불법도박장 업주 사타케가 범인으로 지목되는데,
이 때문에 평온하던 인생이 꼬여버린 그는 실제범인들에게 복수를 계획한다.
그리고 네 여자의 인생은 전혀 다른 길로 구르기 시작한다.


"그래. 다음은 브레이크 망가진 자전거가 비탈길 굴러가는 것 같은 거지."
"아무도 멈출 수 없다는 말이니?"
"부딪히면 멈춰."




얼핏 보면 먼가 네 여자의 끈끈한 유대라든가 의리 같은 걸 이야기할 것 같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들은 그저 자신의 이유로 협력하고, 또 같은 이유로 배신하고 미워한다.
그리고 그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무책임함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용의 특성상 시체를 토막내는 장면이라거나 살해 장면 등 잔인한 묘사가 꽤 나오지만,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서도 왠지 섬뜩하고 우울해지는 이야기다.

여자는 나이를 먹으면 더러워진다고 생각해서 여고생만을 좋아하는 사채업자 주몬지라던가,
죽음과 함께 해야만 성욕을 느끼는 사타케 등,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많은데,
주인공인 마사코의 경우는 너무 냉철하고 강해보여서 오히려 무서울 정도지만,
(실제로 다른 등장인물들도 모두 그녀를 은근 두려워한다.)
읽다보면 어쩐지 가련하게 느껴지는 독특한 캐릭터다. 꽤 매력적~
다만, 결말 부분에서 사타케에 대한 마사코의 심리는 좀 이해가 안 되는...^^;;;

야요이에게 수고비를 한 번 받은 뒤, 더 뜯어내기 위해 협박을 하는 구니코라든가,
살인을 저질러놓고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 하고 안이하게 행동하는 야요이,
가출 후 몇년만에 돌아와 아이를 떠넘기고 사라졌다가 돈을 훔쳐 다시 달아나는 요시에의 딸 등,
답답하고 짜증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줄줄 나온다.
머, 이 중에서도 단연 최고봉은 구니코라 할 수 있는데, 결국 가장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




아, 여러말 할 것 없이 이 책 정말 너무 재밌다! +_+ 

1, 2권 합쳐서 700페이지가 넘는 꽤 긴 분량이지만 스토리 전개도 빠르고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 흥미진진해서 아주 그냥 후루루룩 읽히는 책이다.
어둡고 섬뜩한 이야기지만, 여성작가라 그런지 묘한 분위기가 있어서 더 맘에 든다.
게다가 등장인물들 각각의 결말도 대체로 후련~^^
그치만 역시 'out'한 곳에 소외되어 상처받은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다 읽고 나면 어딘지 맘 한 쪽이 짠하면서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은 이게 처음인데,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무럭무럭~
'밀리언셀러 클럽'에 그녀의 다른 작품이 '잔학기' 등 몇 편 더 있던데 함 읽어봐야겠다.
'밀리언셀러 클럽' 책들은 종이질이라거나 디자인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맘에 들지 않지만,
흥미로운 작품들이 꽤 많고, 또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좋다는~ㅋ (보통 20~30%의 짭짤한 할인율^^)


"자신만의 자유가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것이다.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면 새로 문을 찾아 열 수밖에 없다."




* '기리노 나쓰오' 책 모음!!



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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