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소리 마마>  /  지은이 : 기리노 나쓰오  /  옮긴이 : 이은주  /  황금가지


<아웃><잔학기>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
<아임 소리 마마>라는 제목만으로도 기리노 나쓰오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역시 그녀의 작품 중에 <아웃>만한 것은 다시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궁지에 내몰린 여성의 섬뜩하리만치 생생하게 묘사되는 심리는 역시 인상적이고,
그 중심에 서있는 주인공의 캐릭터는 여전히 강렬하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이코는 기리노 나쓰오의 어떤 캐릭터보다 강렬하며, 동시에 찝찝하다.
창녀인 엄마에게서 태어나 바로 버림받은 뒤, 매춘여관의 붙박이장에서 학대받으며 자란 아이코는
선악에 무감각한 인간이 되어버린다.
이야기는 그녀가 저지르는 수많은 악행들의 기록과도 같은데,
그녀는 그저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걸리적거리거나, 혹은 필요하기만 하면, (심지어 단순한 질투로도.)
아무 느낌없이 불을 지르고, 살인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아이를 유괴한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러니까 과거의 인간관계를 이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결국 타인이기 때문에 어떤 번거로운 일이 생기거나 귀찮아지면
그만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해버리기 때문에 처리해야만 한다.
그래, 그래, 그런 거야 하고 아이코는 간단하게 결론에 도달했다.
그것이 아이코가 살면서 깨달은 지혜였다." 
  p142-143


그야말로 끔찍하고, 지긋지긋하고, 불쾌하기까지 한 캐릭터.
그녀가 절망과 고통으로 보낸 성장기의 상처들이 중간중간 보여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엾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불쾌한 캐릭터다.
소설 속에서도 아이코는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미움을 받는데,
이 때문에 비뚤어진 것인지, 아니면 비뚤어졌기 때문에 미움을 받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있어. 비참한 이야기.
나는 '왕엄마'의 붙박이장에서 잠을 잤어. 눈이 내리는 추운 날에도.
담요 한 장밖에 없어서 추위로 벌벌 떨면서 '왕엄마' 이불 속으로 들어갔지.
전기담요를 따뜻하게 켜고 잠들어 있었거든. 잠시 동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
그랬더니 날 때리며 다다미로 내쫓았어. 들어오지마. 넌 기분 나쁜 아이야 하면서.
눈 속으로 쫓겨나는 것보다 붙박이장 안에 있는 편이 훨씬 낫잖아 하면서."  
p147


그녀는 어머니의 유품인 흰색 구두를 보물처럼 간직하며, 때때로 구두와 대화를 나누는데,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러서야 밝혀지는 그녀의 태생에 관한 진실 역시 불쾌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임 소리 마마>라는 제목의 의미는 결말에 가서야 알게 된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답게, <아임 소리 마마> 역시
사회적 약자인 여성, 그것도 상처투성이로 구르는 여성의 처절한 이야기지만,
캐릭터 자체가 너무 악의적이라 가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오히려 조금 찜찜한 작품이다.
아이코는 자신의 악행을 변호해줄 충분한(사실 절대 충분할 수는 없겠지만.)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기리노 나쓰오는 이것들을 무리하게 연결짓지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다 읽고 나면 어쩐지 우울해지는(절대 슬퍼진다는 게 아니다.) 작품이지만,
어딘지 무미건조한 듯한 문장들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아이코의 강렬한 캐릭터는
가슴 한 구석에 묵직하게 박혀서 오랫동안 남는다.

며칠 전에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작품인 <그로테스크>를 사놨는데 이것도 얼렁 읽어봐야지~^^*



* '기리노 나쓰오' 책 모음!!




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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