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  지은이 : 요시다 슈이치  /  옮긴이 : 이영미  /  은행나무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던 책이다.
사놓고도 왠일인지 다른 책에 밀려서, 혹은 시간이 없어서 계속 못 읽고 있었는데,
조금씩이라도 읽어볼까 하는 가벼운 맘에 펼쳤다가 중간에 손을 못 놓고 새벽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아놔, 안 그래도 요즘 잠이 모자라서 죽겠는데 날 정말 힘들게 한 녀석.ㅠㅠ
그치만 그 많은 호평들과 요시다 슈이치가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꼽은 것이 모두 이해되는 작품이다.
추리소설로 분류되겠지만 정말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니까! >_<




이야기의 발단은 어느날 밤 한적한 미쓰세 고개에서 젊은 여성이 살해된 채로 발견되면서부터.
그녀는 친구들과 바에서 알게 되었던 부유한 집안의 멋진 대학생 마스오와 사귄다고 거짓말하고
그날밤도 그를 만나러 간다고 했지만, 사실은 만남사이트에서 알게 된 유이치를 만나기로 했던 것. 
그녀는 만남사이트를 이용해 여러 남자들을 만나고, 매춘을 하기도 했는데,
23살의 유이치도 그 상대 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사건이 벌어지자 정말로 마스오가 행방을 감춰버리고 자연히 그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도대체 그 날 밤, 미쓰세 고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유이치는 변함없이 일상을 이어가고 다시 만남사이트를 통해 알게 되었던 미쓰요와 만난다.
서른이 다 된 나이에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며 외로움에 지쳐있던 미쓰요와
상처받고 말없는 청년이 되어버린 유이치는 바로 사랑에 빠진다.
그것이 정말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최후선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암튼 이들의 사랑은 보는 사람을 울컥하게 만들 정도로 처절하다. ㅠㅠ


"같이 있고 싶어. 그런데 같이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걸 모르겠어."  
p323




기발한 반전이나 트릭은 없지만, 그냥 전개과정 자체만으로 눈을 뗄 수 없는 책이다.
인물묘사가 어찌나 생생한지, 읽다보면 이들이 가상 속의 인물들이라는 사실이 슬퍼질 정도다.^^;;
게다가 유이치는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ㅋ
키크고 늘씬하고 잘생긴 얼굴에 말없고 우울하고 순정적인 청년이라니!
이거 여자들의 로망 아냐?ㅋㅋ>_<

다 읽고 나면 내가 세상을 살면서 나름대로 분류한 '악인'과 '비악인'이 과연 옳았던 것인지 헷갈려진다.
그때 그 사람은 정말 악인이었을까?
그때 그 사람은 정말 갠찮은 사람이었을까?......


"요즘 세상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은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지.
자기에겐 잃을 게 없으니까 자기가 강해진 걸로 착각하거든.
잃을 게 없으면 갖고 싶은 것도 없어.
그래서 자기 자신이 여유 있는 인간이라고 착각하고
뭔가를 잃거나 욕심내거나 일희일우하는 인간을 바보 취급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안 그런가? 실은 그래선 안 되는데 말이야."  
p448




사실 이 책은 다 읽고 나서, 오히려 한동안 멍하게 있었을 만큼 생각을 복잡하게 만든 책이라,
리뷰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먼가 머릿속에, 가슴속에 맴도는 말들은 많은데 찝어낼 수가 없단 말이지...ㅠㅠ
암튼 마지막에 미쓰요가 하는 이야기는 너무 슬펐다. 아니, 속상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그녀가 헷깔려하는 어느 쪽이 진실이래도 속상하긴 마찬가지...

500페이지에 가까운 짧지 않은 분량이라, 가뜩이나 피곤에 지친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의 피곤을 감수하고서도 전혀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아주아주 좋았던 작품이다.^^
심지어 며칠간 다른 책은 손에 잡히지 않을 것처럼! >_<


"유이치는 등대에서 날 기다린다. 반드시 기다린다.
이제까지 내 인생에 그런 장소가 있었던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곳에 가면...... 그곳에만 가면 날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린다.
그런 장소가 이제껏 있었던가? 30년을 살아온 내 삶에 그런 장소가 있었던가?
나는 그곳을 발견해낸 것이다. 나는 그곳을 향해 가는 것이다."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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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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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3 0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블랑블랑 2010.05.25 14: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이거 정말 잼있죠~^^
      비슷한 내용의 책은 지금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요~
      또 사람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도 달라질 것 같고....^^;;;

  2. 가리 2010.11.01 1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괜찮게 본 책이었는데
    빌려줬디만 별로래요..흑 ㅜㅜ
    굉장히 여운이 남았고요
    다른 추리 소설과 살짜쿵 다른듯...
    머라고 표현을 해야할지..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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