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  지은이 : 미야베 미유키  /  옮긴이 : 김소연  /  북폴리오

 

 

 

<외딴집>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이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그녀의 미스터리는

어딘지 아기자기하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데가 있어서 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요 <안주>가 출간되었길래 고르는 수고 없이 이걸로 바로 구입해뒀었다.

 

좀 별로였다는 분의 평이 계셔서 살짝 걱정하면서 펼쳐들었는데,,,

아, 역시 내 취향에는 딱 맞아!ㅋ

<외딴집>과 마찬가지로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애틋하고 따뜻하고 짠한 네 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같은 저자의 작품이면서 현대물과 시대물의 느낌이 어찌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거지?ㅎㅎ

(물론 난 그녀의 현대물도 엄청 좋아하지만!^^)

 

 

"사람은 변한다. 몇 살이 되어도 변할 수 있다."   p460

 

 

책소개에서 얼핏 이 문구를 보고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변화를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긍정적인 의미더라.

기묘한 일을 겪거나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를 구원하며 변화해가는 사람들이 여럿 나온다.

 

괴담을 들으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오치카'나,

기이한 존재와의 우정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게 된 습자소 큰 선생,

가짜중 노릇을 하며 먹고 살다가 무시무시한 경험을 한 후 진짜 부처를 찾는 '교넨보',

돌아가신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과 어머니와의 이별을 이겨내는 소년 '나오' 등등...

 

 

 

 

주인공 '오치카'는 과거에 약혼자의 죽음에 얽힌 커다란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주머니 가게를 하는 숙부의 집에 틀어박혀 일만 하며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열일곱 아가씨.

그런 그녀가 우연한 기회에 가게에 방문한 누군가의 기묘한 경험담을 들은 후에

세상에 어둠을 껴안고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되고,

그걸 눈치챈 숙부는 아예 바둑방으로 이용하던 흑백의 방에서 괴담대회를 열게 된다.

 

며칠에 한 번씩 열리는 이 대회에서 듣는 사람은 오직 '오치카' 혼자.

'오치카'는 누군가가 겪은 괴이한 경험을 귀기울여 들은 뒤에 숙부와 숙모에게 이야기해주는데,

그런 과정에서 지혜를 모아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고, 그저 서로 말하고 듣는 것만으로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단편은 그렇게 '오치카'가 듣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

 

 

<달아나는 물>은 물을 먹어치우는 능력이 있는 산속의 오래된 짐승이

한때 홍수피해로 곤란해하던 사람들에 의해 신처럼 모셔지다가

필요가 다 하자 다시 그 사람들에 의해 산속에 홀로 외롭게 봉해진 이야기.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이 짐승은 어느날 산속을 헤매던 한 소년과 만나게 되고

그 소년의 몸에 씌임으로써 갇힌 곳에서 풀려나지만

그때부터 소년이 있는 곳에서는 주변의 물이 모두 말라버리는 기이한 일이 벌어져 곤란을 겪는다.

 

하지만 그속에서도 피어나는 소년과 소녀의 우정이 아주 예쁜데,

신처럼 받들어지다가 버림받은 소녀의 뭔가 삐친 듯한 느낌은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ㅎ

 

 

<덤블 속에서 바늘 천 개>는 쌍둥이 손녀를 못 마땅해한 시어머니의 저주로

언제까지나 같은 행동만을 해야 하는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로,

둘 중 하나가 병으로 죽게 되자 남은 아가씨의 집안에서는 똑같이 생긴 인형을 만들어서

둘 다 살아있을 때처럼 같은 옷을 입히고 같은 음식을 먹이고 같은 행동을 시키는데,

만일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생기면 그 즉시 인형의 몸에 수많은 바늘이 꽂히고,

살아있는 아가씨의 온몸에는 고통스러운 습진이 생긴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죽은 시어머니의 저주 때문이었을까?

개인의 사소한 질투와 죄의식들이 모이고 그것이 집단의 공통된 믿음을 등에 업으면

때로 엄청난 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표제작인 <안주>는 뭐니뭐니해도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 분량도 가장 길다.

 

은퇴한 무사노인이 부인과 둘이 조용하게 살 집을 알아보다가

유령저택으로 알려져 사람이 살지 않는 일명 수국저택을 싼값에 얻어 살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곧 저택에 이미 살고 있던 기묘한 존재를 알게 되고,

원체 심성이 강하고 다정했던 이 노부부는 그 존재에 '구로스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지낸다.

'구로스케'는 형태를 설명하기 힘든 어둠 덩어리 같은 모습으로,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아기처럼 노부부를 잘 따르고, 노부부 역시 그를 귀여워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 행복하고 평온한 동거는 결코 계속될 수 없었으니....

 

아놔, 이 얘기 너무너무 슬프고 짠했단 말이지...ㅠㅠ

외로움을 싫어하는 어린아이같은 존재지만,

외로워야만 하는 숙명을 짊어진 '구로스케'가 어찌나 안쓰럽던지...ㅜㅜㅜㅜㅜ

 

 

"너는 또 혼자가 되겠지. 이 넓은 저택에서 홀로 살게 될 게다.

 

하지만 구로스케.

같은 고독이라도, 그것은 나와 하쓰네가 너를 만나기 전과는 다르다.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거다. 하쓰네도 너를 잊지 않을 게야.

멀리 떨어져서 따로 살더라도 늘 너를 생각하고 있을 게다.

달이 뜨면, 아아, 이 달을 구로스케도 바라보고 있겠지, 하고 생각할 게다.

구로스케는 노래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게다.

꽃이 피면, 구로스케는 꽃 속에서 놀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게다.

비가 내리면, 구로스케는 저택 어딘가에서 이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 게다.

 

얘야, 구로스케. 너는 다시 고독해질 게다.

하지만 이제는 외톨이가 아니란다.

나와 하쓰네는 네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p441

 

 

<으르렁거리는 부처>는 가짜중 '교넨보'가 떠돌이 생활 중 어느 산속 마을에서 겪은 사건으로,

 20가구 정도의 적은 인구로 구성된 이 산골 마을에서

공동체의 평화를 흔드는 마을의 한 젊은이를 혼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그를 임신한 아내와 함께 외딴 오두막에 가둬두게 되고,

그와중에 아내가 뱃속의 아이와 함께 굶어죽으면서 남자의 분노가 무시무시한 일을 일으킨다.

 

수록된 단편 중 제일 무서워.ㅎ

 

 

 

 

이야기 하나하나도 물론 재밌지만 뭣보다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잔뜩 나와서 더 맘에 드는 작품이다.

 

사려깊고 인정많은 여주인공 '오치카'는 물론이고,

'오치카'를 친딸처럼 염려하는 다정한 숙부와 숙모,

천연두로 얼굴이 온통 얽었지만 그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하는 '오치카'의 인간 부적 '오카쓰',

습자소에 다니며 공부도 열씨미 일도 열씨미 하는 고용살이 소년 '신타',

'오치카'와 살짝 러브라인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무사출신의 습자소 작은 선생 '아오노',

우락부락한 모습이지만 다정한 마음을 갖고 있는 가짜중 '교넨보' 등등....

 

이들이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끼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난 정말 너무 좋더라고~ㅎㅎ

 

원래 1편격인 <흑백>까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이거 읽고 났더니 안 읽고는 도저히 안되겠다.ㅋ

<흑백>에는 주로 무섭고 오싹한 이야기들이 나온다니 그것도 궁금하고~^^

 

게다가 '르 지라시' 3호에 실린 미미여사의 말에 의하면,

이 '미시마야 변조 괴담'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거고,

여주인공 '오치카'는 이야기 속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나이를 먹어갈 거라고~

아웅,, 나 이런 시리즈 넘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요건 1편부터 시작해서 나올 때마다 싸그리 몽땅 읽어줘야지!ㅋㅋ

 

 

"맛있는 차, 예쁜 철쭉, 좋은 날씨. 그런 작은 것이 바로 행복이지요.

하지만 고민을 하나라도 안고 있으면 어떻게 해도 그런 것들을 보지 못하게 되고 말아요."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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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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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봉잡스 2012.09.21 2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정보 잘 보고 갑니다..^^

  2. 퐁고 2012.09.21 2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 미스터리 소설들은 책소개를 보면 마치 전설이나 민담을 보는 것 같은데
    사실은 과학적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일본인들 특유의 환상과 현실의 버무리기
    능력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3. 유쾌통쾌 2012.09.22 0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볼때마다 책을 읽으시는 양에 놀랍니다...
    전 너무 안읽어서....ㅜ

  4. 이런저런이유 2012.09.22 0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주말입니다.
    토요일. 일요일등 주말입니다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5. +요롱이+ 2012.09.22 20: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정보 감사해요..^^
    잘 보구 갑니다..!!

  6. 초록샘스케치 2012.09.22 2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되니 참 좋네요.
    평소 접하지 않던 부분이라 더 새롭구요...ㅎㅎ

  7. 어듀이트 2012.09.24 15: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하고 힘찬 한주의 시작 되시길 바래요~

  8. 아유위 2012.09.24 1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즐거운 월요일입니다.
    이번한주도 즐겁고 보람찬 한주 되셔요.

  9. 아레아디 2012.09.24 1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온한 오후시간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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