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동화>  /  지은이 : 오츠이치  /  옮긴이 : 김수현  /  황매


참 이상하다.
'오츠이치'의 작품 중에 <GOTH>보다 이 <암흑동화>가 훨씬 잔혹한 묘사가 많은 것 같은데
어째서 이건 19금 딱지가 안 붙어있는 걸까?
'오츠이치'의 소설들이 다크계의 경우에는 대체로 잔혹한 묘사들이 있긴 하지만
내가 읽은 것 중에서는 이 작품이 최고인 듯.^^;;;;

내용에 대해서도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는데, 읽고 보니 이거 꽤나 초현실적인 이야기.
안구 이식을 받은 뒤 이상한 장면들을 보기 시작하는 여고생과
누군가에게 아무리 상처를 입혀도 그 대상이 죽지 않는 신비한 능력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아주 그로테스크하다.
어느 겨울 눈 내리는 날, 거리에서 한 소녀가 땅바닥에 허리를 굽히고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나미'로, 지금 막 지나가는 사람의 우산에 찔려 눈알이 통째로 빠진 것이다.-0-;;;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요. 어디 그 주변에 제 왼쪽 눈이 떨어져 있을 텐데......"   p31


이 사고로 나미는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되고,
적극적이던 원래 성격과 달리, 소극적이고 불안한 성격이 되어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그러던 중 안구이식을 받게 되는데, 그 후로 나미는 이상한 장면들을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가즈야'라는 안구 기증자의 망막에 남아있던 장면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안에 무서운 범죄의 기록이 숨겨있음을 깨닫는다.

어느 파란 벽돌집의 지하실 창문으로 가즈야가 본 광경.
그것은 1년 전 실종된 한 여고생이 팔다리가 잘려진 채 살아있는 모습이었고,
뒤이어 범인에게 들킨 가즈야는 길 아래로 도망가다가 굴러 차에 치인다.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자신의 과거를 모두 잃고 가즈야의 과거를 간접체험해오던 나미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가즈야가 살던 곳으로 향한다.





이야기는 나미의 시점 뿐 아니라, 범인의 시점으로도 교대로 진행된다.
범인은 어렸을 때부터 동물이든, 사람이든 아무리 찌르고 자르고 해도 그 대상이 죽지 않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인물로 (단, 목을 잘리거나 심장이 훼손되면 죽는다.),
때때로 고양이의 몸통을 잘라보기도 하고 길 가던 여자를 절벽 아래로 밀어뜨리기도 한다.


"원래대로라면 우리는 벌써 죽었어야 합니다. 당신은 신의 자식이 분명해요.
당신이 상처 낸 것은 그 순간부터 죽음에서 멀어지죠.
다친 곳에서 넘쳐나는 생명의 격류가 느껴져요. 그 무서운 모순.
당신은 항상 누군가를 살려요
죽음으로 추락해 가는 자연의 섭리에서 해방시켜요......"  
p238


소설 속 잔혹한 묘사의 핵심은 바로 이 범인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거나 사용해서 만든 장면들.
그가 지하실에 모아놓은 기괴한 형상의 인간들에 대한 묘사는 꽤나 불편하다.
사지가 잘린 소녀, 상반신만 잘려 서로 붙어버린 남녀, 겉과 속이 뒤집혀 내장이 밖에 나온 남자 등...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범인에 의해 상처입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행복해한다는 것.^^;;;




'오츠이치'는 아직 좋아하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에는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나는 그의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잔혹함 속에 깃들여진 애틋함이나 쓸쓸함 등을 좋아하는데, 
왠지 이 <암흑동화>는 그런 면에서도 별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가즈야에게 나미가 느끼는 그리움이라든지,
과거를 통째로 잃어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흔들리는 모습 등, 충분히 여지가 있지만
어쩐지 내게는 이 얘기가 그저 잔혹하게만 느껴진다.

내가 볼 때 '오츠이치'의 매력은 단편에서 더 강하게 발휘되는 듯.
<GOHT><ZOO>는 아주 인상적이었지.^^

암튼 앉은 자리에서 뚝딱 읽히는 소설임은 분명하다. 쉽고 흥미롭고,, 자극적인!ㅋ
책 속에는 범인이 쓴 동화가 앞부분과 중간 부분에 반으로 나뉘어 나오는데 요것도 또 하나의 재미.^^
(까마귀가 눈 먼 소녀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람들의 눈을 파내고 다니는 이야기다.)


"비가 내릴 것처럼 먹구름이 덮인 하늘을 날면서 까마귀는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 번 소녀로 하여금 빛과 색깔을 느끼게 해 줄 수만 있다면
온 세계가 온통 피로 물들어도 좋다고." 
  p17



* '오츠이치'의 잭들 자세히 보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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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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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주 오는사람 2011.01.21 2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엇! 이거 서점에서 앞에있는 까마귀부분만 읽어봤었는데 흥미롭더라구요!
    나중에 꼭 끝까지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들릴께요 !

    • 블랑블랑 2011.01.22 15: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인적으로 팍 꽂힌 소설은 아닌데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설정들 때문에 페이지는 훌훌 넘어가요~
      저도 자주 뵙길 기대하겠습니당~ 감솨요~^^

  2. 유리사막 2011.02.19 0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츠이치의 다른 작품은 모두 다 읽었는데 이 작품만은 읽다가 중간에 멈췄어요.
    ZOO나 Goth도 잔인함이 있기는 했지만, 이 '암흑동화'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이건 뭐랄까.... 역겨웠어요.
    하나의 작품을 두고 저런 표현은 잘 안 쓰는데, 이 작품은 진짜 역겹더군요-_-;
    오츠이치.. 저도 아직 좋아하는 작가인데, 이런 작품은 안 썼으면 좋겠어요.
    어둡고, 엽기적이고, 음침함으로 똘똘뭉쳐서.. 읽기가 너무 힘들어요..

    • 블랑블랑 2011.02.19 14: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이건 좀 별로였어요~
      너무 잔인한 묘사도 그렇지만, 머랄까, 오츠이치만의 그 어딘지 애틋하고 쓸쓸한 분위기가 별로 안 느껴지더라구요.-_-;;;

  3. 뚝이 2011.05.27 1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책도 읽으려고 대기 중이랍니다. 기대하고 있어요. 단편이 너무 좋네요.ㅋ

    • 블랑블랑 2011.05.27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이건 좀 별로였어요.
      <GOTH>랑 <ZOO>를 읽고 '오츠이치'의 왕팬이 됐었는데 그뒤로 읽은 작품들이 살짝 기대에 못 미쳐서 요즘은 좀 시들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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