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관람차>  /  지은이 : 미나토 가나에  /  옮긴이 : 김선영  /  비채



'미나토 가나에'의 책은 <고백> 하나를 읽었을 뿐이고,
그 책을 꽤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닥 호감은 안 가는 작가였다.
그래서 그 뒤의 <소녀>라든가, <속죄>라든가 하는 책들이 나왔을 때도 거의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출간된 <야행관람차>는 설정이 왠지 끌려서 읽어보게 됐다.
어쩐지 <우행록>이 살짝 떠올랐거든...^^

읽기 전에 들은 바로는, 대체로 <고백>보다는 별로라는 평이 많아서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오옷!!! 난 이 <야행관람차>가 <고백>보다 훨씬훨씬 재밌던 걸!!!!!!+_+


"언덕길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버티는 사이에
자신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일그러졌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니
살짝만 등을 떠밀려도 균형을 잃고 굴러 떨어지고 만다." 
  p315




소설은 언덕 위에 위치한 고급 주택가의 두 가족이 중심이 된다.

먼저, 의사 아버지에 아름다운 어머니, 의대생 큰 아들, 유명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어머니를 닮아 잘 생기고 반듯한 막내아들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가정의 표본인 '다카하시' 가족이 있다.

그리고 그 맞은 편으로 동네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집이 하나 있는데,
이 집에는 무능하고 소심한 아버지와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 일을 하는 어머니,
그리고 부모에게 히스테리 부리기가 일상인 망나니 딸로 이루어진 '엔도' 가족이 산다.

어느 날 밤,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사건은 늘 시끄럽던 '엔도'가가 아닌, 평화롭게만 보이던 '다카하시'가에서 벌어지는데,
피해자는 의사 아버지로, 그의 아름다운 부인이 장식품으로 머리를 쳤노라고 자백한다.
당시 큰아들은 기숙사에서 지내는 중이었고, 딸은 친구네 집에 자러 가서 막내아들만 있던 상태.
그러나 막내는 사건 이후 어디론가 도망을 가서 행방불명이 되고,
과연 살인을 저지른 것이 어머니인지 막내인지 하는 의혹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내민다.


"우리 편인 척 다가오는 호기심 많은 속물들에게 마음을 허락해서는 안 돼.
우리가 알고 싶은 사실만 알아내는 거야.
쓸데없는 감정은 내보이지 마. 지금처럼 중얼거려서도 안 돼. 알겠지?" 
p311




이야기는 '다카하시' 가의 세 남매와, '엔도'가의 세 식구,
그리고 동네 토박이인 참견쟁이 아줌마가 끊임없이 번갈아 중심에 서며 진행된다.
즉, <고백>처럼 화자가 바뀌면서 각자가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하는 구성은 아니지만,
이 작품 역시 같은 상황이나 사건을 여러 인물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구성.
중심인물이 바뀔 때마다,
답답하고 얄밉고 속터지고 재수없기만 하던 인물들이 이해됐다가 말았다가 그러는데
아, 이런 거 너무 재밌다니까~~ㅋ


"언덕 위에 살면서 고통을 느끼는 이는 언덕 밑으로 내려가야만 하는 사람들뿐이다.
아야카의 학교, 어머니가 일하는 슈퍼마켓, 아버지의 회사. 모두 언덕 밑에 있다."  
p126


게다가 캐릭터 하나하나의 이야기도 모두 재밌어!
누구나 그렇겠지만, 각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아픔과 고단함이 있다.

하지만 이 캐릭터들 중에서 절대 이해해주고 싶지 않은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바로 '엔도'가의 망나니 중학생 딸로,
엄마에게 할망구, 아줌마, 당신, 저 여자 등등의 호칭을 쓰며 어찌나 방방 뜨는지,
옆에 있으면 진짜 두드려 패고 싶을 정도. -_-;;;
나중에 아주 매운 맛을 본다. 아우, 통쾌해~~ㅋㅋㅋ




비록 쇼킹한 반전은 없지만, 전개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읽을 수록 흥미가 점점 고조되는 데다가,
마지막쯤에서는 통쾌함과 울컥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소설이다.
사건 이후 연락을 피하던 '다카하시'가의 딸 친구가 악의적인 아줌마와 맞닥뜨리자
분노하며 친구를 옹호하는 장면에서는 눈물까지 찔끔했다니까...^^;;;

사람들은 사건의 겉모습만을 볼 수 있을 뿐이고 진실은 오직 그 가족들의 입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다카하시'가의 총명한 세 남매는 남은 가족들을 위해 힘겨운 선택을 하고
사건의 그림을 새롭게 그려낸다.
옳은 선택은 아닐지 몰라도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맘에 드는 결말.


"가족 안에서 일어난 사건에 타인의 판결은 필요 없어."   p326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불행에 호기심을 번뜩이며 우스개로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공격하고, 또 때로는 그 불행을 위안삼아 재기를 노리기도 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악의, 나약함 등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아주아주 흥미진진한 소설. ^^


"남의 불행을 보아야만 실감할 수 있는 행복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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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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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엠코 2011.04.18 1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엄.. 저는 적어도 <고백>보다 '별로다'라고는 말한 적 없어영 ㅠㅠ
    <고백>과 이 소설의 차이는 글에 나온 표현으로 '쇼킹한가 아닌가'가 가장 크지 않을까 싶은데 어느 정도 자극을 주는 소설이 아직까지는 더 끌리는 독자로써 <고백>이 조금 더 와닿았었어요. 이 소설도 결코 나쁘지는 않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딱 기대한 만큼만 좋았던 소설이었달까..

    • 블랑블랑 2011.04.18 2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딱히 엠코님 얘기가 아니라 그런 분들이 꽤 계시더라구요~
      저도 자극적이고 쇼킹한 소설이 좋아요~ㅎㅎ
      근데 묘하게 전 <고백>은 좀 별로였거든요. 물론 읽을 때는 잼있게 읽었었지만요.^^;;;
      책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혹은 읽는 시기에 따라, 다 달라지는 거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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