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송곳니>  /  지은이 : 노나미 아사  /  옮긴이 : 권영주  /  시공사



읽어본 누군가가 하도 칭찬을 하길래 줄거리 파악도 전혀 안 된 상태에서 무작정 사놨던 책이다.
알고 있던 건 경찰소설이라는 거, 개가 나온다는 거,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개 추격씬이 인상적이라는 거 정도...?

이번에 국내에서 <하울링>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면서 다시 급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뭣보다 영화 포스터에 씌여진 '늑대개 연쇄살인'이라는 문구에 확 꽂혔지.ㅋ
개가 나온다는 건 알았어도 그냥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거든~
늑대개의 연쇄살인이라.... 어쩐지 굉장히 슬프고 마음 짠한 사연과 결말을 보여줄 것 같잖아?


"사람을 공격하는 훈련을 받은 개. 그것도 특정한 사람만을 공격하도록."   p234




어느날 밤,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온 한 남자의 몸에 갑자기 불이 붙어
건물 화재로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남자는 심한 화상으로 사망하고, 그의 벨트에서 발화장치가 발견되면서 수사대가 꾸려진다.

한가지 특이할 만한 점이라면 죽은 남자의 다리에서 발견된 커다란 짐승의 이빨 자국.
그리고 연이어 개에게 목을 물어뜯겨 죽는 피해자들이 생기고,
이 사건들이 '질풍'이라는 이름을 가진 늑대개의 소행임이 밝혀진다.

발화장치를 이용한 방화와 늑대개의 연쇄살인은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어떤 목적을 가진 인간에 의해 특수한 훈련을 받은 개라는 것을 알아낸 수사원들은
더이상의 살인을 막기 위해 '질풍'을 쫓는 마음이 바빠지는데....

이야기는 경시청 형사부 기동수사대인 '다카코'와 베테랑 형사 '다키자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기본 줄거리 자체도 흥미진진하지만 이 두 사람 각각의 심리도 굉장히 재미있다.

남성사회라 할 수 있는 경찰조직에 오랫동안 몸 담아온 '다키자와'는
다소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인물. 그때문에 아내도 떠나고 자식들과의 관계도 삐걱거린다.
'다카코'는 결혼에 실패하여 이혼하고 혼자 산지 1년째인 30대 여성으로 오토바이 전문 수사원이기도 하다.
이 둘이 파트너가 되어 함께 수사를 해나가게 되지만,
'다키자와'는 애송이 여형사에 대한 적의와 반감을 숨기지 않고,
 '다카코'는 사사건건 자신을 무시하고 빈정대는 그의 언행에 이중고를 겪는다.

소설은 이 두 사람의 시점이 번갈아 나오면서
각자 본인의 심리와 서로에게 보여지는 모습 두 가지를 모두 묘사하는데 요게 바로 큰 재미 중 하나.
'다카코'가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겉으로 꾹꾹 참는 모습이
'다키자와'의 시점에서 보면 속을 알 수 없는 냉철함으로 보인다거나 등등...

그러나 소설의 구조상 당연하게도, 이 둘은 사건을 겪어나가면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뭐, 그렇다고 작위적으로 깊은 유대와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럭저럭 서로를 인정하게 된달까? 그 정도~^^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바로 늑대개 '질풍'.
늑대와 개를 교배해서 태어난 존재인 만큼, 보통의 개를 넘어서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데,
특히 가족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고 외로움을 잘 타는 성격인 '질풍'의 필사적인 살인행각은
묘하게 마음을 짠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주인이 사라진 후에도 홀로 절박하게 고단한 살해 임무를 이어나가는 슬픈 늑대개.....


"머릿속에 아직 본 적이 없는 늑대 개가 꼼짝 않고 기척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가엾은 살인견이 되어 버린 고독한 존재.
지금 어디 있니. 뭘 하고 있니. 아직 이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노리고 있어?
  p237


대상이 인간이 아닌 개인 만큼 '질풍'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진 않지만,
질풍을 바라보는 사람들, 우연히 한 번 마주친 사람들의 시점을 통해 묘사되는 모습들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안쓰럽고, 감동적이다.
'질풍'의 살인장면을 목격한 왕따 초등학생 '마요'에게는 강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으로,
잠시 몸을 피한 어느 집 마당에서 마주친 노파에게는 덩치는 크지만 겁많고 소심한 모습으로....


"보면 안 된다,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마요의 마음속에서 뭔가가 경고했다. 심장이 쿵쿵 뛴다.
마요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깜박거렸을 때의 그 매력적인 생물의 얼굴이 머리에 박혀 있었다.
그래, 그 얼굴은 마요를 못살게 구는 얼굴이 아니었다. 훨씬 강하고, 다정하고, 귀여웠다.
그것은 마요에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약속이야, 라고."
   p207


마지막 쯔음의 추격장면은 정말 인상적이다.
'다카코'가 오토바이로 '질풍'을 쫓는 걸 바라보는 '다키자와'의 느낌처럼,
쫓고 쫓긴다기보다는 그저 함께 달리는 것 같은 느낌.
줄곧 '질풍'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과, 잡고 싶지 않다는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던 '다카코'는
그 긴 추격 동안에 '질풍'과 묘한 교감을 나눈다.


"그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싸우려는 것이 아니다. 일대일로 맞붙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의문에 답해 주기만을 바랄 뿐.
왜 나를 배신했는가. 왜 나를 버렸는가. 왜, 왜......
  p460




음, 근데 생각보다 결말은 조금 임팩트가 떨어지지 않나 싶다.
생각했던 대로 슬프고 가슴아픈 결말이지만, 그래도 난 훨씬 큰 감정의 폭풍을 기대하고 있었거든.
확실히 곱씹을 수록 마음이 아리긴 하지만 너무 깔끔하게 끝내버려서 왠지 좀 섭섭....^^;;;

요즘 영화화 기념인지 반값 할인 판매를 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이 기회에 한 번 읽어들 보시길~^^

아, 이거 영화로도 보고 싶다~
원작에서의 섬세한 심리묘사는 기대할 수 없겠지만,
'질풍'이 달리는 추격씬을 직접 영상으로 보고 싶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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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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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유위 2012.01.26 09: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좋은책정보 잘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읽고싶은 리스트가 쭈욱 정리되고 있어요.ㅎㅎ

  2. 지나가는나그네 2012.01.26 15: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어붙은 송곳니라,, ㅎ ~ 함 봐봐야 겠네요 잘보고 갑니다. ㅎ

  3. 미카엘 2012.01.27 0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마도 저도 결말 때문에 이 책 내용에 가물가물하지 않았나 싶어요.
    분명 읽을땐 재미있게 읽은 것 같은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왠지 기억이 잘 안 나는... 그런 책이 몇 권 있는데 읽을 때마다 새 책 읽는 기분이예요.
    제 머리가 안 좋은 건지...;; ㅋ 반대로 '벚꽃 흩날리는 계절에... ' 나 ' 살육에 이르는 병' 이나
    기억에 강하게 남는 건 오히려 한번 읽고 나서는 손도 안 대게 되고. 좀 잔인한건 갖고 있기에도 꺼름칙해져요. ㅋ

    • 블랑블랑 2012.01.28 1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생각보다 결말이 너무 후다닥 끝나버리는 느낌이더라구요.
      좀 더 슬픔과 감동의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해줘도 좋았을 텐데 말이죠.ㅎㅎ
      저도 기억력이 저질이라 어떤 책들은 조금 지나서 다시 읽으면 새 책 읽는 기분이에요~ㅋ
      미카엘님 말씀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책들은 오히려 한 번 읽고 다시는 손을 안 대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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