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  지은이 : 미야베 미유키  /  옮긴이 : 김소연  /  북스피어



분량이 너무 많은 소설의 경우 사놓고도 선뜻 시작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두꺼운 책을 좋아하면서도 그렇다.
소설이란 게 여러 번 끊어읽으면 느낌이 덜 오는 경우가 있어서
이왕이면 죽 이어서 읽을 수 있는 '때'(ㅋ)를 기다리다 보니 자꾸 미루게 되는 거지.ㅎ

'미야베 미유키'의 이 <외딴집>도 그녀의 에도 시대물 중 최고라는 찬사를 숱하게 들었음에도
상,하 권 합쳐 800페이지가 훨씬 넘는 분량 때문에 사놓기만 하고 여태 미루고 있었드랬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읽게 됐는데,
아아~~~ 이거 내가 그동안 읽은(많진 않지만;;) 미미 여사의 작품 중 최고!!! ㅠㅠ


"사람의 마음이란 슬픈 거예요."   上권 p107


민심안정 등의 구실로 진실을 감추고 여론 조작을 하는 위정자들의 이야기 속에
소녀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어린 9살 고용살이 여자아이 '호'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가혹한 운명에 시달려 이리저리 쓸려온 가련한 아이.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바보의 '호'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어떤 가혹한 일에도 '나는 바보니까, 나는 바보라서...'라며 묵묵히 받아들이는 가엾은 아이.

그리고 그 아이의 순수함을 알아보고 조용히 그녀를 지켜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캐릭터 하나하나가 어찌나 매력적이고 가슴 짠한 사연들을 보여주는지....ㅜ


"무서워하면 무서운 것을 보거나 듣게 되는 법이야."   上권 p87




어느날 '호'가 고용살이하며 살고 있는 작은 번에 전직고위관리가 유배되어 온다.
처자식과 부하들을 살해하고 사람들로부터 불길하고 두려운 존재가 된 '가가',
사람이 아닌 악한 것에 마음을 뺏겨 살아있는 귀신이 됐다고 여겨지는 존재다.

그가 유배되어 온다는 소식만으로도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고,
마침 오랫동안 흉가나 다름없던 대저택을 수리해 들어가면서 마을에는 흉흉한 소문이 더욱 증폭된다.

그리고 그를 감시하고 수행하기 위한 무사들로 가득한 이 불길한 저택의 하녀로 '호'가 선택되는데,
저택 구석의 오두막에서 살며 허드렛일을 하던 '호'는 우연한 기회에 '가가'와 마주치고,
'가가'가 '호'의 목숨을 구하면서
모두가 두려워하던 '가가'와, 모두가 천대하던 '호'는 잔잔하지만 깊은 유대를 맺게 된다.

그 와중에 번을 지키기 위한 위정자들의 노력 속에서,
불길한 분위기에 편승해 악행을 저지른 자의 죄가 덮어지고
여러 죄없는 사람들의 삶이 부당하게 희생당하는데,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개인의 삶이란 얼마나 쉽게 희생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할 수록 안타깝고 답답하고 무섭고,,, 가슴아파...ㅠㅠ


"여자와 아이들은 별에 소원을 빈다. (......)
그러나 아무리 무수하게 넘쳐난다 해도 별로 하늘을 메울 수 없다.
별과 별 사이에는 어떤 빛도 비치지 않는 어둠이 있다.

와타베는 깨달았다.
나라는 하찮은 사람의 삶은 그런 틈 사이에 있었던 것이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고, 형태를 이루지도 못하고,
사람들이 어떤 소원도 빌지 않는 별과 별 사이의 어둠에, 내 운명이 그려져 있다." 
  下권 p312-313


소설 속에는 정말 많은 죽음이 등장하고, 그 죽음 하나하나가 모두 가슴 아프고 짠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어쩐지 아름답고, 예쁘고, 감동적이다.

'호'를 모자라고 비천한 아이라며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걱정하고 애쓰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눈물이 쏟아져 나와도 손등으로 북북 문지르며 참아내는 어린 '호'는
조금은 어리숙하지만 너무나도 착하고 성실하고 순수하다.

자기는 쓸모없는 바보라서 일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어서는 안된다며 굶는 아이 '호'가
그녀를 잠시 맡아 돌보며 애정을 쏟던 처녀 '우사'를 '성님,성님'하며 부를 때는 어찌나 귀여운지....^^;;
또 무섭기만 하던 '가가'에게 글과 산수를 배우게 되어 열심히 공부할 때도,
저택 안에서 유일하게 친절하던 젊은 무사 '이시노'가 호빵을 사다주어 정신없이 먹을 때도,
저택에서 도망갈 기회가 생겼는데도 '가가' 때문에 선뜻 결정하지 못 하고
'가가'의 방 마루 밑으로 몰래 기어들어가 작은 목소리로 '호이옵니다~'하며 그를 부를 때도...

아우, 진짜 너무 귀엽고 애틋하고 가슴이 막 저릿저릿....ㅜ




캐릭터들의 죽음에는 모두 슬픈 진실들이 존재하고,
이 진실들은 사람들 모르게 덮어지고 조작된다.
그리고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알면서도 그냥 모르는 척 눈감는 사람들....


"믿으면 거짓도 진실이 되지.
거짓인 줄 알면서도 거짓을 계속 믿는 척하는 것은 괴롭지만,
정말로 믿어 버리면 훨씬 편하다." 
  上권 p162


"어중간하게 똑똑한 것은 어리석은 것보다 불행한 법일세.
그것을 알고도 똑똑함을 선택할 각오가 없으면
지혜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 스스로를 위하는 길이야." 
  下권 p120


뭐, 이런 게 오래전의 일이기만 하겠는가....
그후로도, 또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지...

씁쓸하고, 안타깝고, 짠하고, 가슴아프고, 슬프고,,, 그리고 아름다운 이야기.

이 긴 분량을 하나도 지루한 줄 모르고 읽어내려가다가
결말 즈음에 이르러서는 정말이지 울컥울컥하면서 눈물까지 찔끔했다니까~ㅠㅠ

그밖에 에도 시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보는 깨알같은 재미도 있다.
조개로 염색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 이야기라든가,
'히키테'라는 관직에 대한 이야기(파출소 순사 정도 되려나?)라든가,
함께 살며 일하는 고용살이 하인들이 늙거나 병들어 일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등등...
(나 이거 전부터 궁금했다구~^^;;;)

확실히 좋은 소설이란 이야기꾼의 재능만으로는 부족하고
꼼꼼한 조사와 관련지식이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듯.^^


"가가 님 같은 분은, 주위에 있는 자들이 평소에는 억누르고 있는 그런 시커먼 것들을 떠오르게 하지요.
가가 님의 독기가 어떻다느니 홀려서 이상해진다느니 하는 것은
바로 그자가 본래 속에 감추고 있던 것을
가가 님을 구실 삼아 밖에 내보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원인은 자기 자신이지요. 어둠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下권 p48-49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은 꼭꼭 읽어보시길!! >_<


 

 

 

* '미야베 미유키' 시대물 모음!!^^

 

 * 아래 링크를 통해 구매하시면 1%의 알라딘 추가적립금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익월 15일 자동지급, 링크 도서를 포함한 해당 주문건의 총액에 대한 1%)

 


-- 추천 한 방 꾹! 눌러주심 안 잡아먹어효~!!! (>_<) --

Posted by 블랑블랑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명태랑 짜오기 2011.11.15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차' 읽었었는데,
    두꺼운 책장이 빨리빨리 넘겨질 만큼, 타이트한 추리가 흥미로웠던 기억이 나네요.
    '외딴집'도 읽어봐야 겠네요~^^

  2. BAEGOON 2011.11.15 1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무서울것 같네요 ㅎㅎ
    두껍지만 않으면 저도 도전을 해보고 싶은데^^
    오늘도 즐거운책소개 잘 보고 갑니다^^

  3. 아레아디 2011.11.15 22: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딴집,,왠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요..ㅎ
    맞는지 아닌지 직접읽고 확인해봐야겟어요.ㅎ

  4. 별이~ 2011.11.16 0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짓도 믿으면 진실이 된다.. 왠지.. 마음에 들어오네요^^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 행복한 저녁 되세요^^

  5. 미카엘 2011.11.24 2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랑블랑님 오랜만이예요 ㅠㅠ
    암튼 저도 미미여사 시대물 중에 외딴집 진짜 진짜 진짜 좋아해요
    다른 시대물 시리즈 중에 메롱도 괜찮아요 ㅋ 아니 읽으셨으려나요 ㅎ
    왠만해선 같은 책 두 번 읽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책은 두 번읽고도 생각나는 부분 있으면 또 보고 그랬어요 ㅋ

    • 블랑블랑 2011.11.26 0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카엘님 진짜 오랜만이네요~~
      전 미카엘님 블로그 가끔 갔었지요.ㅎ
      미카엘님 블로그 가면 아기자기 귀여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요즘처럼 앞으로도 계속 포스팅해주세요~^^

      글고 메롱은 아직 안 읽었어요.
      제가 사실 미미여사 시대물에는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근데 이거 <외딴집>이 너무 좋았어서 이젠 관심 좀 가져볼려구요~ㅎ
      <메롱> 추천해주시니 담번엔 그걸로~^^
      암튼 <외딴집>은 읽는 동안도 재밌었지만 읽고 나서 여운도 많이 남더라구요.

    • 미카엘 2011.12.02 1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오히려 미미여사 시대물을 좋아하는편이예요^^ ㅋ
      외딴집은 좀 우울했지만 메롱은 좀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요^^ 약간 샤바케랑 비슷하기도 한데 이것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와서 좋아요^^

    • 블랑블랑 2011.12.02 2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카엘님 덕분에 '메롱' 엄청 읽고 싶어졌어요~ㅎㅎ
      '샤바케' 같이 아기자기한 시대물 넘 좋아요~^^*


Statistics Graph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  » 2019.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