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행록>  /  지은이 : 누쿠이 도쿠로  /  옮긴이 : 이기웅  /  비채


한동안 크리스마스네, 연말연시네 해서 통 책을 들춰도 못 보다가,
정말 오랫만에 뒤늦게 2011년의 첫스타트를 끊으며 읽은 책이
바로 이 '누쿠이 도쿠로'의 <우행록>이다.

제목도 표지도 인상적이지만, 내용은 더더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완전 재밌어!!! +_+




일단 첫 페이지에는 영양실조로 굶어죽은 3살짜리 여자아이 사건과
그로 인해 아동학대죄로 체포된 아이 엄마의 기사가 실려있다.

그리고 이어서 시작되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일가족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
30대 중반의 젊은 부부와 그들의 어린 두 자녀가 어느날밤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하는데,
이 소설은 사건 이후, 부부의 주변인물들이 그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르포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웃 아줌마, 입사 동기, 대학 친구, 전 애인 등등의 이야기 속에서
과거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나오고,
그것들을 통해 피해자 부부의 캐릭터가 점차 세밀하게 그려진다.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졸업하고 빼어난 외모까지 겸비한 이 부부는
얼핏 좋은 성품까지 가진 완벽한 인물들로 보이지만,
과거의 여러 일화가 이어지면서, 그들 역시 적당히 이기적인 별 거 없는 인간이었음이 드러난다.


"인간이란 말이죠, 항상 자신과 주위를 비교하면서 누가 위인지 아래인지를
졸렬하리만치 의식하고 판단하는 생물이니까요.
자기보다 위에 선 인간이 있으면 재수 없어하고,
자기보다 밑에 있는 인간은 무시하는 것. 그게 인간이죠." 
  p91


그리고 이야기하는 사람의 시점이 바뀔 때마다 중간중간 나오는 한 여성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이 여성은 자신의 오빠를 상대로 과거의 이야기들을 떠드는데,
무책임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초등학생 때부터 친부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하고,
그로 인해 엄마의 질투를 받아 매를 맞고,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며 살아온 끔직한 이야기다.
그녀의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충격적!


"역시 부모가 변변찮으면 아이가 자기 힘으로 행복을 거머쥐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새삼 절감하고 절망하고 말았어."  
p312


그리고 이 별개로 보이던 세 가지의 이야기는 결말에서 하나로 모아진다.
(영양실조로 죽은 아이 사건, 살해당한 일가족,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낸 여성)




겉으론 훌륭해 보이는 사람이 알고 보면 다 그렇고 그렇다거나,
화자가 바뀌면서 사건의 그림이 조금씩 달라진다거나 하는 형식은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물론 쇼킹한 아동학대 이야기도....

하지만 이 <우행록>이 좀 더 가슴에 무겁게 꽂히는 건 좀 다른 이유에서다.


"작품 속에서 기술되는 인물은 피해자인 다코 부부다.
이들 부부야말로 메인이자 전부다.
그런데도 다코 부부보다 그들에 대해 증언하는 인터뷰이들의 인상이 점점 강해지는 건 왜일까."  
p323


해설에 나와있는 이 말처럼, 이야기를 듣다 보면 피해자인 부부보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의 성품이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이웃 아줌마처럼 별다른 감정 없이 보인 그대로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본능적인 악의가 이야기 중에 풀풀 풍겨서 어딘지 섬찟한 느낌을 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화자들이나 이야기 속 부부의 일화, 사건의 진상 등은,
딱히 해꼬지를 당하지 않더라도, 시기와 질투, 열등감만으로도,
인간이 타인에 대해 얼마나 무서운 악의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 대한 부당한 악의와 분노 말이다.




오랫만에 읽은 책이라 더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역시 흥미롭고 재밌고 여운이 무겁게 남는 썩 갠찮은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누군가에게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어질 것.
내 마음 속에 들어있는 자잘한 악의들을 들킬까 두려울 테니 말이다.


"타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과 같다.
무언가에 대해 말할 때, 인간은 '자신'이라는 필터를 통해 그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라는 편견을 씌운 평가밖에 못한다.
그 속에서 도드라지는 것은 평가하는 이의 성격과 사고방식이다.
타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p325-326 (해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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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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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크야 2011.01.16 14: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우... 책이 약간 무섭네요 ㅋ
    좋은 정보감사합니다.

    리뷰 중간에 인간에 대한 정의가 참 신선하네요 ㅋ
    요새 소설책은 거의 안읽어서 기회가 닿으면 이책도 읽어야겠어요 ㅎ
    리스트에 추가 ~ ㅋ

  2. River 2011.01.17 2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간만입니다. ^^ <우행록>, 아주 예전에 서점에서 잠깐 읽어 보고는 사려고 마음먹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금은 잠시 잊고 있었던 참입니다. 다시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네요. 조만간에 꼭 읽어야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3. 봉피리 2011.01.20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랑블랑 이라...어디서 많이 들어본 별명 같은데..혹시 저 모르세요?? 만화열전 이라고.. ㅋㅋ 오디오 드라마 조금 보유하고 있어서 필요하시면 공유해 드릴까 해서요...한 100기가 정도 됩니다 관심 잇으시면 kkuussaa@nate.com 으로 쪽지 한통 남겨주세요 그럼 이만~

    • 블랑블랑 2011.01.20 22: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글쎄요... 잘 기억이...^^;;;
      요즘은 오디오드라마에 대한 열정이 시들었는데 다시 불붙으면 그때 부탁드릴께요~
      암튼 말씀만으로도 넘 감솨하네요~ 감솨감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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