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  지은이 : 히라야마 유메아키 
/  옮긴이 : 권일영  /  이미지박스



2007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1위 수상작이기도 하고,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이라는 길고도 희안한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해서
덜컥 사놓긴 했지만 어쩐지 막상 읽으려니 무서워서 펴들지 못 하다가
어느 지루한 밤, 드뎌 꺼내들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확실히 무섭고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하고 광기로 가득 찬 단편집.
너무나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라, 마치 악몽의 조각들을 붙여놓은 듯한 느낌이다.

너무 잔인한 묘사가 많아서 혐오감을 일으키는 이야기들인데,
신기하게도 중간에 책을 놓을 수가 없어서 쭉 읽게 된다.
전에 다른 리뷰에서도 말한 적이 있듯이,
역시 인간이란 더럽고 추하고 잔인한 것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호기심을 갖기 마련인 듯...-_-
(소설의 내용만큼이나 이 사실도 혐오스럽지만...;;;)


"오메가는 코웃음을 치며 피투성이 파인애플처럼 보이는 데바의 머리를 끄집어내더니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귀 부분을 누르기 시작했다.
게의 등딱지를 밟아 깨는 듯한 소리와 함께
뭉크의 '절규' 같은 표정을 지은 데바의 얼굴이 갈라졌다.
오메가는 그 틈새에 손가락을 넣더니 두개골을 잡아당겨 열고
안에서 희고 축축한 스펀지같은 것을 건져내 먹기 시작했다."  
p122




팔 한쪽을 제외한 사지를 전부 절단당한 채,
배변용 상자에 고정되어 유일한 팔로 끝없이 레버를 당기는 수형자들,
인육을 먹어치우는 기이한 형상의 인간,
유원지의 관람차에서 유유히 염산을 마시고 녹아내린 혀를 앞좌석의 커플 앞에서 뱉어내는 남자,
손가락, 발가락을 하나씩 자르고 부수며 대상을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게 하는 고문기술자,
사람의 등가죽을 벗겨 그곳에 지도를 그려 시체매장장소를 표시하는 연쇄살인범,
어린 의붓딸을 수월하게 강간하기 위해 칼로 소녀의 음부를 찢으려는 의붓아빠 등등,,,

그야말로 쇼킹하고 끔찍한 이미지들이 가득한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등장인물들의 정신상태도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라,
읽다보면 내 정신까지 막 이상해지는 느낌...^^;;


"웃었다, 웃었다, 웃었다, 웃었다. 그래, 그래, 그래......
웃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때는 웃어야 해.
그래, 그래, 그래. 그런 거야, 그런 거야.
웃어넘겨. 어떻게든 되겠지. 인생이란 하찮은 것이니까."
   p328




살짝 '오츠이치'를 떠올리게도 하는데, 그의 작품보다 훨씬 '불쾌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에도 어딘지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이 깃들어있다.

학대받는 소녀, 왕따당하는 소년, 이유없이 여러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노숙자 노인,
연인이 떠날 것을 염려하는 남자, 자신이 인간이라 믿는 안드로이드 등....


"가장 소중한 것,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모두 떠난다.
내 삶은 그런 인생이었다." 
  p218-219


인상적인 설정이나 장면들도 꽤 많았는데,
잔인한 일을 일상적으로 하며 살아가는 고문기술자가 꿈속에 평화로운 오두막을 지어놓고
꿈과 현실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정신을 지킨다는 설정의 이야기도 그렇고,
끔찍한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한 연쇄살인마가 소녀를 안아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날 부른 게 너냐?'라고 말하는 장면같은 것도 아주 인상적!


"죽음은 불행이 아니야.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지. 슬픈 일이지만 불행은 아니지.
나 또한 지금 분명히 죽어가고 있는 인간 가운데 한 명이야."

"죽음이 결승선이겠네.
거기 도착할 때까지 죽도록 고통을 받는 거겠지?"
   p304-305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지만, 아무에게나 추천은 못 하겠다.
그저 불쾌하기만 한 경험이 될 사람도 있겠고,
혹시 '잔인한 행동'과 '용감한 행동'을 구분 못 하는 덜 떨어진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도...
(약한 대상에게 잔인한 짓 하면서 자신이 용감한 걸로 착각하는 살짝 모자란 사람들은
이런 잔혹한 이야기 읽으면 흥분상태에 빠질 수 있으니 삼가하길.^^;;;)

암튼 강렬함 하나만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단편집이다.
책을 덮고 나서도 그 기괴한 이미지들이 머릿 속을 떠돌 것이다. 아마도 꽤 오랫동안...
(마침 현재 반값 할인 중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이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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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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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레아디 2011.07.16 1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추천 잘받고 갑니다^^

  2. 여강여호 2011.07.17 10: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같이 심약한 사람은 선뜻 집어들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한편 저자가 의도하는 메세지를 찾고 싶은 호기심도 생기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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