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고양이 눈>  /  지은이 : 최제훈  /  자음과모음

 

 

 

"집에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어둠 속에서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보았네

내가 키우는 새끼 고양이는 세 마리 뿐인데

하얀 고양이, 까만 고양이, 얼룩 고양이

나는 차마 불을 켜지 못했네"

 

 

그냥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지무지무지 독특하고 매력적인 소설.^^

 

이야기 자체도 혼란스럽고 모호한 데다가

요즘 계속 잠이 부족하고 피곤한 상태로 읽어서 그런지 그야말로 정신없었지.^^;;;

그냥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이려니 하고 읽었는데 이것은 공포소설? 혹은 환상소설?ㅎ

 

총 4개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이 전혀 다른 이야기인 듯 하면서 어느 순간 교묘하게 얽히고,

그 얽히는 부분들이 묘하게 어긋나있어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어진다.

근데 이 분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또 희안하게 흥미로워서 도저히 책을 놓을 수가 없어!ㅎㅎ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

무한대로 뻗어나가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파이처럼."   p282

 

 

가끔 그럴 때가 있다.

한바탕 꿈을 꾸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깼는데

아직 잠이 덜 깨서 막 꾸던 꿈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잘 안 갈 때.

이 소설은 꿈과 현실이 뒤엉키는 바로 그 짧은 순간을 닮아있다.

 

 

 

 

첫 번째 이야기, <여섯번째 꿈>.

 

연쇄살인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 '실버 해머'의 회원 여섯 명이

어느날 카페 주인의 초대를 받아 외딴 산장에 모인다.

하지만 정작 초대한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여섯 명은 눈보라 속에 발이 묶인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한 명씩 살해당하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언제부터 환영이 시작된 걸까요?

처음 오영수 씨가 살해당했을 때부터?

아니면 이곳에 도착한 이후부터?

'실버 해머'에 가입했을 때?

 

어쩌면......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p48-49

 

 

두 번째 이야기, <복수의 공식>.

 

복수를 해야 하는, 혹은 받아야 하는 이유를 가진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서로 연관이 없는 듯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맞물렸다가 어긋난다.

 

예를 들어, 어느밤 일란성쌍둥이 남매가 단 둘이 집을 보다가 강도의 침입을 당하고,

간질을 앓던 남자아이는 그 와중에 발작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사건에 연관된(혹은 연관된 둣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뒤틀린다.

남자아이의 이야기에서는 여자아이가 강간을 당한 후 자살하고,

여자아이의 이야기에서는 남자아이가 발작 중 사망하고,

강도의 이야기에서는 자신에게 덤비는 남자아이를 잘못 차서 죽게 만든다.

 

이런 부분들이 기시감이랄까? 상당히 묘한 느낌을 만들어내는데,

말하자면 다른 이야기려니 하고 읽다가 문득 어라? 아까 그 얘기네?하다가 또,

어? 아닌가? 막 이런 식.ㅎ

 

 

"에스키모들이 늑대를 사냥하는 법을 아시나요? 간단합니다.

짐승의 피를 묻힌 칼을 얼음 위에 꽂아두고 기다리는 거예요.

피 냄새를 맡고 다가온 늑대가 칼날에 묻은 피를 핥아 먹습니다.

그러다가 제 혀를 베여 피를 흘리죠.

하지만 차가운 금속에 이미 혀의 감각이 마비된 늑대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칼날에 계속 묻어나는 자신의 피를 핥아 먹고,

그것을 핥느라 또 피를 흘리고, 또 핥아 먹고......"   p113

 

 

세 번째 이야기, <π>.

 

번역 일을 하며 자신이 번역하는 소설 속에서

아무도 눈치 못 챌 만한 사소한 무언가를 바꾸거나 죽이는 걸 은밀한 즐거움으로 삼고 있는 남자.

그는 어느날 신비스러운 여성을 만나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고,

그날부터 밤마다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에 잠들지 못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 속 폐쇄미로에 갇힌 한 남자.

악몽같은 일들을 거치고 자살시도를 했다가 정신병원에서 깨어난 남자는

자신이 폐광에 갇혀 49일만에 구조된 후 정신착란을 겪는 중임을 알게 된다.

그가 겪었다고 믿었던 일련의 일들은 모두 칠흙같이 어두운 폐광 속에서 본 환각들.

 

하지만 어느 순간 현실과 환각이 뒤엉키면서 그는 다시 혼란스러워진다.

어쩌면 지금 이 모든 것이 환각이고, 나는 아직 폐광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폐쇄된 미로에 갇힌 사람은,

얼마나 헤매어야 그 미로가 폐쇄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까?"   p179

 

 

네 번째 이야기,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어느날 도서관에서 묘한 소설책을 한 권 발견한 남자.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무명여배우는 자신이 맡은 '살로메'를 마지막으로 연기한 날,

돌아가는 길에 부랑자같은 한 남자를 차로 치게 되고

그를 집에 데려다줬다가 결국 살인을 저지른다.

도대체 그녀와 그 남자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설을 다 읽지 못 한 채 '나'는 눈수술을 받아 3주일간 암흑 속에서 생활하게 되고,

그 암흑 속에서 이야기의 진상을 스스로 만들어나간다.

 

 

"모두들 무엇엔가 마음을 빼앗기고 싶어 하잖아.

그래야 자기 마음을 물끄러미 오래 들여다볼 필요가 없으니까."   p20

 

 

 

 

 

사실 줄거리를 말하기가 좀 곤란한 소설이다.

 

저 4개의 이야기가 또 은밀하고 교묘하게 엮이는데,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모든 이야기들이 서로 얽혔다가 분해되었다가 연결되었다가 해체되는 정말 미로같은 이야기.

 

그리고 그 모호함 속에서도 결코 독자의 흥미를 놓지 않는다.

어쩜 이렇게 정신없으면서도 이리 재미있을 수가 있는지!! 어우 이거 완전 내 스타일!!ㅎㅎ>0<

 

 

"저만치 입을 벌리고 있는 암흑을 향해 걸어 들어갈수록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과연 저 끝에서 나는 무엇을 마주치게 될 것인가?

가장 두려웠던 건, 걷고 또 걸어도 결국 아무것도 마주치지 않을지 모른다는......"   p315-316

 

 

우리 모두는 쉼없이 기억을 조작하고 자신만의 환각을 더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살아있기 위해 늘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어 줄 뿐인지도...

 

 

"자, 이야기를 계속해봐. 잠이 들지 않도록."   p363

 

 

*** 덧.

 

"저렇게 질기게 흔적을 남기며 사라지는 것들은, 참 추해요."   p226

 

이거 등장인물 누군가가 노을을 보며 하는 말인데,

보통 아름답다고 느끼는 노을을 시각을 따라 이렇게도 볼 수 있다는 게 좀 충격이었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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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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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쥬르날 2012.06.09 03: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의미심장한 소설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
    미스터리물은 저와는 쪼쿰 맞지 않는 것 같은 생각도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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