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고 쳐박아둔 책 다시 보기' 운동(ㅋ) 제 4탄으로 읽은 '전날의 섬'이다.
읽기 시작한지는 벌써 일주일 가량 되었는데 어제 비로소 다 읽었다.
600페이지가 훨씬 넘는 긴 분량 탓도 있었지만, 조금 난해한 면이 있어서 빨리 읽히지가 않았다.
내가 읽은 건 두 권으로 나온 96년 초판본이고, 지금은 두껍게 한 권으로 나온다.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은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읽은 적이 있는데
둘 다 넘 재밌었지만, 특히 '푸코의 진자'를 읽고는 거의 무아지경이었다.ㅋㅋ
이렇게 재밌고 멋진 소설을 쓰는 사람이 있다니~!!!! >_<
그때부터 에코의 팬이 되었는데, 사실 이 '전날의 섬'은 내가 구입한 건 아니고,
친구가 이사하면서 버리려고 하길래 얻어왔던 거다.ㅋ^^;;;
얻어오긴 했지만, 막상 도통 읽히지가 않아서 이제껏 책장 구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그땐 이 책을 읽기에 내가 너무 어렸었던 거지~~ㅋ




이야기는 17세기를 배경으로 주인공 로베르또가 난파된 배에서 홀로 살아남아
널빤지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바다를 떠돌다가
아무도 없는(실은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또다른 난파선 '다프네'호에 오르게 되면서 시작된다.
다프네의 앞에는 섬이 보이지만 너무 멀어 그곳에 이를 방법이 없고
로베르또는 이 배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과거 경험과 상상을 섞어 소설을 써나가는데
바로 이 현재 배에서의 생활과 로베르또의 소설이 교대로 전개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금이야 날짜변경선이 있어서 상관없지만, 그 이전에는
지구상의 위치에 따라 시간이 다르고, 급기야 하루라는 차이가 벌어진다는 것이 큰 곤란이었다.
때문에 경도를 찾기 위한 국가들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의 주요소재다.
배 위에서 나갈 수 없는 로베르또에게, 눈앞에 보이는 섬이 정확히 하루전의 이 시간이라는 것은
그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데 요게 굉장히 흥미롭다.
사실 그것은 과거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단지 달력상의 날짜에 불과한 것이지만 말이다.



암튼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흥미롭지만, 이 소설은 그닥 흥미진진하지는 않다.
전개가 너무 느리고, 중간중간 에코 자신의 방대한 지식을 자랑이라도 하듯
17세기의 과학, 의학, 철학 등에 관련된 장광설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것 때문에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장광설들도 모두 지루한 건 아니다.
어떤 결론(지금의 시대에서는 당연하거나 혹은 황당하기 그지없는)을 추론해나가거나
논쟁하는 부분들은 실제로 매우 흥미롭다.
또 그 안에서,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세상을 통찰하는 다양한 시각을 엿볼 수도 있다.


"제 일순간의 분노를 달래느라고 우리의 영원한 비애를 요구하는 신을
어떻게 자비롭다고 할 수 있는가?" 
  p87


"믿음을 얻고 싶다면 가장하게.
책략이라는 이름의 광휘로부터 세례받지 않은 것에 완벽이라는 것은 없는 법이네."
   p160


"난해라는 이름의 미늘가시가 달린 글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힘들여서 하는 계시라야 귀에 솔깃한 법이다."  
p161


"영웅의 무용이 무엇인지 아는가? 광기의 문턱에 이른 우울증이네."   p171


"오래 살자면, 무가치하게 보이는 게 상책이야. 금간 항아리는 부서지지 않아."   p180


"우리가 읽는 것 중에 역사보다 더 불확실한 것이 또 있던가?"   p485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사고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책이다.
혹, 어렵다고 느껴져서 잘 읽어지지가 않는 분들에게 조언을 한 마디 하자면,
이해되는 부분은 그 지적탐구의 과정을 충분히 즐기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면서 편하게 읽으라는 거다.
(장광설의 몇 부분을 대충 넘어가도 전체적인 이해에는 큰 문제가 없다.)
머, 이건 학습서나 교과서가 아니니까, 굳이 100% 이해하려고 머리 싸메고 읽기보다는
즐길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즐기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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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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