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그래>  /  지은이 : 교고쿠 나쓰히코  /  옮긴이 : 권남희  /  자음과모음



그동안 봐왔던 '교고쿠 나쓰히코'의 작품들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다.
아, 교고쿠 씨는 기괴한 이야기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요런 책도 좋네요!^^
그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굉장히 술술 읽히고 분량도 많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미스터리 소설 치고는 쇼킹한 사건도 일어나지 않고, 대단한 반전도 없지만,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단순한 플롯과 반복되는 패턴만으로 이런 효과를 내다니!!
역시 '교고쿠 나쓰히코'는 내 영원한 완소작가!!ㅎㅎ


"사람은 억지를 쓰는 존재다.
이치에 맞든 맞지 않든 억지를 쓰다 보면 그럴듯해진다.
교활하고 빈틈없이, 사람은 언제나 자기 형편에 맞도록 사실을 왜곡하고 이어 붙여
스스로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p135





'아사미'라는 20대 여성이 살해당한다.
그녀는 계약직 사원을 하며 여성전용맨션에서 혼자 살던 여성으로,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후, '겐야'라는 청년이 그녀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로 찾아온다.
그는 '아사미'의 상사, 옆집여자, 애인, 엄마, 사건담당형사에게 '아사미'에 대해 알려 달라고 하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아사미'라는 가엾은 여성의 모습이 조금씩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아사미'에게 상처를 주었음이 드러나고
그때부터 그들의 변명이 시작된다.

'아사미'에 대해 알고 싶다는 '겐야'에게 그들은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에 바쁘다.
자신의 힘든 처지와 직면한 문제들을 늘어놓고, 자신이 지금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에 대해 떠든다.

시종일관 자신은 머리가 나쁘고 말을 잘 못 한다며 소심하게 질문을 하던 '겐야'는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사람같이 돌변해서 독설을 퍼붓는다.
"그럼 죽지그래."라는 말과 함께.




이야기는 '겐야'가 방문한 사람들 각각의 시점으로 차례로 진행되고,
모두 거의 동일한 패턴을 취한다.
'겐야'가 찾아오고, 옥신각신하며 대화가 이어지고, 그들의 변명과 신세한탄이 시작되고....

그러나 소심하게 존댓말로 이야기하던 '겐야'가 "그럼 죽지그래"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반말로 독설을 쏟아내는 순간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즉, 총 여섯 명의 시점으로 진행되니, 여섯 번의 카타르시스를...ㅎ


"힘들다, 힘들다...... 그야 그랬겠지.
하지만 그 정도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어, 이 아줌마야.
모두 힘들다고.
당신만 특별히 힘든 게 아니란 말이야." 
  p205


"당신은 입만 열면 핑계군.
하나부터 열까지 핑계, 핑계."  
p207


"정말로 도저히 어떻게도 할 수 없으면, 그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면 죽는 수밖에 없잖아?
죽고 싶지 않다면 참아. 둘 중 하나야."  
p266


"불행은 어째 전부 남 탓이네.
하지만 말이야, 당신의 불행은 뭐든지 전부, 통째로...... (......)
당신 탓이야." 
  p208


특히 압권은 '아사미'의 엄마로,
어린 나이에 생각없이 놀다 임신하여 '아사미'를 낳고는
평생 이 남자 저 남자를 전전하며 딸을 방치하다시피 키우고,
결국 빚을 잔뜩 져서 급기야 딸을 사채업자에게 팔아넘기고도
자신이 남자복이 없는 탓이네, 애 키우느라 힘들었네, 하면서 자기변명과 불평만을 늘어놓는 그녀에게
'겐야'가 독설을 퍼붓는 장면은 그야말로 유쾌,상쾌,통쾌!!ㅋ




이야기 자체는 큰 굴곡이 없지만, 읽다보면 어느 순간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가 엽기적이거나 쇼킹해서가 아니라,
주인공 '겐야'가 내뱉는 신랄한 독설들이 나를 향한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말이지...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늦더위 때문이었는지, 암튼 난 왠지 식은땀까지 나는 것 같더라구....^^;;;;

결말은 앞부분부터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지라 큰 감흥은 없었지만,
어떤 반전의 소설 못지 않게 충격적이다.
설명하기 조금 미묘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충격적인 게 아니라,
이 소설을 통해 바라보게 된 내 자신의 삶이 충격적이라고나 할까.....
투덜대고 한탄을 늘어놓는 게 얼마나 한심하고 찌질해 보이는 짓인지 아주 확실히 깨달았음.ㅋ

아무튼 이제 나는 전처럼 맘놓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못 할 거 같아.
징징거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겐야'가 툭 튀어나와서 "그럼 죽지그래."라고 쏘아붙일 거 같거든...^^;;;


"세상에 어떻게도 안 되는 일이란 건 없어."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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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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