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  /  지은이 : 나시키 가호  /  손안의책



반값으로 구입해 뒀던 '나시키 가호'의 <집지기가 들려주는 기이한 이야기>를 읽었다.
책 자체가 아담하고 분량도 많지 않은 데다가,
7~8페이지 가량의 짧은 이야기들이 연작 형식으로 이어져 있어서
한 자리에서 후루룩 읽기에도, 짜투리 시간에 조금씩 읽기에도, 어느 쪽이나 좋은 책이다.

이런저런 요괴나 기묘한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야기.
봄부터 시작해 이듬해 봄까지 딱 1년에 걸쳐 전개되는 집지기의 이야기는
나무와 연못과 꽃과 바람을 배경으로 왠지 아련한 향수까지 불러 일으킨다.

한마디로 이건 분위기로 승부하는 소설!ㅋ
아, 근데 난 이 분위기 꽤나 좋더라구~^^*


"그래, 자네는 꿈을 꾸고 있었던 걸세.
사람이 된 꿈을 꾸고 있었던 거지."
   p59




주인공은 안 팔리는 글쟁이로, 당연히 생활이 넉넉할 리 없다.
마침 곤란하던 차에, 학창시절 보트를 타고 연못에 나갔다가 행방불명된 친구 '고도'의 아버지가
빈집을 지키며 살아주면 얼마간의 보수를 주겠다는 제의를 하자 흔쾌히 승락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집으로 들어와 살면서 이런저런 기이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우선 첫 번째는 족자에 그려진 강에서 죽은 친구 '고도'가 보트를 타고 나온 것.
그 이후로도 기이한 일들은 끊이지 않아서,
너구리 요괴, 수달 요괴, 여우 요괴 등을 비롯해 주먹보다 작은 도깨비 꼬마, 갓파,
자신이 수달의 손자라 주장하는 벌레잡이 남자 등등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보다 더욱 기이한 것은 다름 아닌 주인공의 태도.
이 작품이 비슷한 류의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것도
비현실적인 경험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바로 이 주인공 때문이지 않을까....


"검고 작은 벌레가 팔 주위를 돌아다니다 팔꿈치 언저리에서 멈췄다.
그대로 거기 자리를 잡나 싶더니 사마귀가 되고 말았다. 긁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아까까지는 분명히 벌레였다.
내 팔꿈치의 작은 사마귀 따윈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이상한 일이다.
사소한 일이니 상관없지 싶어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 이상한 일을 허용할 수 있는 것인지 문득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뭐, 상관없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해 둘 뿐이다."
   p117


이 한 대목만 봐도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듯.^^




요괴들이 등장하지만 분위기는 시종일관 따뜻하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해 낚시를 하는 수달 요괴는 간혹 지나가는 사람을 홀리지만,
홀린 사람이 치뤄야 하는 건 그래봐야 홀로 외롭게 낚시하는 수달 옆에 하루종일 함께 있어주는 것.
정원의 배롱나무는 주인공이 오며가며 쓰다듬어주자 주인공에게 연모의 정을 품고
밤마다 창문을 무섭게 두드리지만, '고도'가 제시한 해결책은 가끔 배롱나무 밑에 가서 책 읽어주기.ㅋ

불쑥불쑥 그림 속에서 튀어나오는 '고도'는 주인공에게 이런저런 조언들을 해주고,
우연히 길에서 만나 기르게 된 강아지 '고로'는 요괴들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주인공을 지켜주고,
'고로'의 밥을 챙겨주는 옆집 아주머니는 주인공이 목격한 요괴 이야기를 전혀 놀라지 않고 들으며,
근처 산사의 스님은 너구리나 여우들이 자신의 모습으로 변신해 주인공을 놀려도 그저 웃는다.

기묘하긴 해도 어딘지 편안하고 조금은 심심하고, 머 그런 이야기들.^^

하지만 읽다보면 가끔씩,
이거 혹시 주인공 정신이 살짝 나가서 혼자 망상을 보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ㅎㅎ


"나는 원래가 몹시 비현실적인 인간이다.
그런데 이 집에 와서 고도와 이야기를 하게 되고 나서,
왠지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져 간다......" 
  p103


암튼 분위기만으로도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이다.
나른하고 따뜻하고 편안하게 가라앉는 듯한 느낌.
어쩐지 애틋하고 아련하고, 문득 잊혀져가는 무언가가 그리워지는 소설이다.^^


"인간 세상은 훨씬 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조만간 도깨비 아이 따윈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이다.
벌레잡이 같은 장사도 세상에서 쫓겨날 게 틀림없다."  
p224-225

 

 

* 2013. 5. 3 현재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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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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