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걸>  /  지은이 : T. 제퍼슨 파커  /  옮긴이 : 나선숙  /  영림카디널



사둔 지는 꽤 됐으나 책꽂이에 꽂아두고 통 눈길을 안 주고 있었는데
며칠 전 꿈같은 3일 휴가의 첫날을 맞아 설레이는 마음에
<캘리포니아 걸>이라는 제목이 눈에 쏙 들어와서 드뎌 읽게 된 책.

좀 생소한 작가와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 상 수상작이고,
저자인 'T. 제퍼슨 파커'는 에드거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라고~

추리소설이긴 하지만 순문학의 분위기도 좀 풍기고
사건만이 아닌,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인물들의 삶과 사랑이 어우러지며 느리게 전개되서
단순히 추리소설만을 원하며 읽는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요즈음 인기를 끄는 일본 추리소설과는 확실히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작품이다.

'톱으로 목이 잘린 아름다운 소녀의 시체'라는, 언뜻 자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읽는 내내, 어딘지 서정적이고 애틋하고 슬픈 느낌이 든 건 나뿐일까....


"난 힘이 없었어요. 뭔지도 몰랐어요...... 나쁜 놈들."   p68




1968년, 미스 터스틴에까지 뽑혔던 아름다운 소녀 '자넬'
버려진 공장에서 톱으로 목이 잘린 채 발견된다.

그리고 그 소녀와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 살았던 베커가의 형제들.
형사인 '닉', 신문기자인 '앤디', 목사인 '데이비드'가 각자의 입장에서 이 사건에 관여한다.

그들은 '자넬'이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며 친오빠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좀 자라서는 약물중독에 빠졌다가 새생활을 시작한 일련의 과정들을 알고 있으며
그녀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마을 저쪽에서 자기 여동생을 겁탈하는 오빠들. 자살한 엄마와 집을 비운 아빠.
괴로움을 잊으려고 약에 취한 가엾은 소녀. 영리한 아이. 예쁜 아이.
쏙 들어간 보조개. 그 지저분한 발레 치마와 기타.
있어서는 안 될 반인륜적인 짓.
아무튼 오늘밤엔 그녀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p80


형사인 '닉'이 사건을 맡아 수사하고 신문기자인 '앤디'가 취재를 해나가면서
'자넬' 주변의 수많은 남자들이 드러난다.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한 남자들, 혹은 그녀를 그저 즐긴 남자들...

이야기는 사건 발생 36년 후,
'앤디'가 '닉'에게 그 당시 체포했던 번임이 진범이 아니었음을 알리며 시작되고,
이들의 어린 시절까지 되돌아가 길고 긴 이야기가 펼쳐진다.


" "그나저나 동생이름은 왜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는 거지?"

리네트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 돌렸다. 부드러운 커튼 같은 검은머리가 그녀의 눈을 내리덮었다.

"이름을 들으면......, 아파요." " 
  p286





소설 시작 부분에서 이미 마지막 부분에 반전이 펼쳐질 것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결말까지 가기 전에 대충 진범이 누구일 것이라는 게 짐작이 간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거~

반전 따위 상관없을 만큼, 호감가는 캐릭터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름답지만 불우했던 소녀 자넬과, 그녀를 어릴 때부터 보아온 베커가의 형제들,
그리고 그들 주위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력적.

뭐라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데, 아, 이거 아주 맘에 들어~ >_<
딱히 슬픔을 호소하진 않지만, 읽는 내내 왠지 맘이 짠하고
책을 덮고 나서는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역설적이지만, 삶의 덧없음과 삶의 의미를 동시에 이야기하는 소설.


"패커스 서클에 차를 세우고 상점들을 바라보았다. 물건을 사고 있는 예쁘고 젊은 가족들.
전에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건물이나 그 일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p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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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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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이 2010.11.25 1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겠어요~ 책도 꽤 두꺼울 것 같네요.
    일본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 같구요..
    근데 문득.. 우리 주위에 실제로 이런 일들을 겪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
    우리의 일반적인 일상은 너무 평범(?)한 듯 하다는.. ^^

    • 블랑블랑 2010.11.25 1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500페이지 조금 넘는 것 같애요~
      글고 뭐...일상이 평범하니까 더 이런 소설을 읽게 되는 것이겠죠~
      전 그래도 평범한 인생이 좋습니다요~ㅎㅎ^^*

  2. ㅇiㅇrrㄱi 2010.11.26 01: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랙캣 시리즈는 이상스럽게 잘 안맞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해서 자꾸 피하게 되는데, 좀더 읽어봐야할 듯 싶네요. 반전의 묘미보다 여운으로 다가오는 캐릭터라... 궁금해지는데요?

    • 블랑블랑 2010.11.26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제각기의 삶과 무게를 가지고 있거든요~
      저도 블랙캣 시리즈는 몇 권 안 읽어봤지만 아직까진 맘에 드네요~^^

  3. 깊은 하늘 2010.11.26 1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 떄 성폭행당한 여자들은 두부류가 있는 것 같아요. 오프라윈프리나 구성애처럼 대단히 성공하거나 죽거나...

    • 블랑블랑 2010.11.26 16: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생각해보면 그 상처를 이겨냈기 때문에 성공한 게 아니라,
      원래 성공할 만큼의 굳은 심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겨낸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나마 이런 사람은 드물고 대부분은 평생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요..ㅠㅠ

  4. 신문깔아라 2010.11.27 17: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톱으로 머리가 잘리다니...ㅡㅜ 잔인한 장면은 많이 안나오죠?

  5. River 2010.11.27 2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뷰, 잘 보고 갑니다. ㅎㅎ 최근에 블랑블랑님 리뷰를 보고 <도착의 사각>을 주문했어요. 저는 현재,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답니다. ㅎㅎ

    • 블랑블랑 2010.11.28 16: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도착의 론도>는 읽어보셨어요? 개인적으론 그게 더 잼있더라구요~^^
      네이버 블로그 운영 중이시구낭~ 이왕이면 주소도 좀 알려주셈~ 저두 구경가고 싶어요~
      단, 제가 네이버 가입이 안 되어 있어서 회원만 댓글 가능인 블로그면 댓글은 못 달아요...ㅠㅠ

  6. River 2010.11.29 0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는 <도착의 론도>를 읽으려고 했는데, 임시품절이 되어 버려서 오리하라 이치의 다른 작품을 사게 되었습니다. ㅠㅠ 주소는 http://blog.naver.com/sideliner007 이에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많이 부족하지만 양해해 주세요.

    • 블랑블랑 2010.11.29 0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족하다니요~~ 포스팅들이 잼있어서 한참 구경하다 왔네요~ㅎㅎ
      제가 읽은 책들도 보이고 해서 더 반가웠어요~
      글구 님 포스팅 보다가 '푸른 문학 시리즈'라는 애니를 알게 됐는데 이거 꼭 봐야겠어요!
      앞으로 종종 놀러갈께요~^^*

  7. River 2010.11.29 0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 앞으로 저도 자주 들릴 게요. ㅎㅎ <푸른문학시리즈>라는 애니메이션은 일본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훌륭한 문학들을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입니다. 아마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ㅎㅎ

  8. 필론 2010.12.10 1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캘리포니아 걸이 에드거 상 수상작이라 읽어보았는데 재미는 좀 덜 하지만 작품성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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