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아베 고보 / 옮긴이 : 이정희 / 문예출판사


후아~ 고작 300페이지 조금 넘는 요 '타인의 얼굴'을 다 읽는데 도대체 얼마가 걸렸는지...
2주일을 훨씬 넘게 잡고 뭉그적거리다가 이제서야 다 읽었다. 왠지 후련~ㅋ
그동안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바람에 밤에 잠깐씩밖에 읽을 시간이 없었던 데다가,
잡기만 하면 몇페이지 못 읽고 졸음이 밀려오는 바람에...^^;;;
머, 그간의 수면부족이 가장 큰 이유이긴 했지만, 더불어 요 녀석이 살짝 지루하기도 했고 말이지~ㅋ




실험실에서 일하는 주인공 '나'는 어느날 액체질소 폭발로 인해 얼굴이 완전히 망가져 버리고,
얼굴과 함께 잃어버린 인간관계의 회복을 꿈꾸며, 피부와 똑같은 가면을 만든다.
이 가면은 본인이 아닌 타인의 얼굴로, 그는 이 가면을 쓰고 타인이 되어 자신의 아내를 유혹하는데,
막상 아내가 유혹에 넘어오자 가면에게 강한 질투를 느끼게 된다.


"얼굴이라는 것은 결국 표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표정이라는 것은...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요컨대 타인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 같은 것이죠.
자기 자신과 타인을 연결해주는 통로 말입니다.
그 통로가 무너진다거나 해서 막혀버린다면, 모처럼 그 곁을 지나가던 사람도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라고 생각하고는 지나쳐버릴지도 모릅니다."
   p35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스토리라인이 단순하고 약간 지루한 면이 있다.
전개방식도 주인공 '나'가 부인에게 사건의 전말을 고백하는 수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실제 벌어진 사건보다는 주인공의 심경 고백이 주를 이루는데,
이 때문에 실제 벌어진 사건의 묘사는 다소 모호하게 처리되고,
그보다는 얼굴을 잃어버린 주인공의 복잡한 상념들이 어지럽게 펼쳐진다.
실제로 이야기 도중에 '아니, 그만 하자.'라는 문장과 함께 말을 끊는 경우가 심심찮게 보이는데
이처럼 주인공의 머리에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을 미처 정리하지 못 하고 쏟아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그때 나는 괴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승복이 승려를 만들고 제복이 군인을 만든다고 토마스 칼라일은 말했지만,
괴물의 마음도 아마 괴물의 얼굴에 따라서 만들어질 것이다.
괴물의 얼굴이 고독을 불러오고 그 고독이 괴물의 마음을 만들어낸다."
   p82




하지만 약간의 지루함을 감수하고라도 여전히 흥미로운 작품이기는 하다.
주인공은 완벽히 타인의 얼굴을 한 가면을 씀으로써, 마치 인격이 분열되는 듯한 양상마저 보이는데
상세한 심리 묘사는 흡사 실제 얼굴을 잃어버린 당사자가 직접 쓴 글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얼굴과 표정이라는 것이 인간의 존재에 있어서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난 사실 모르고 읽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무려 60년대에 쓰여진 작품으로,
일본문학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인 모양이다. 아, 말하고 보니 챙피...^^;;;
암튼, 얼굴의 부재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어 가는 한 남자의 심리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으로,
특히 요런 식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가면이 취하는 방식은 천재적이다......
한 방울의 알코올의 힘조차 빌리지 않고 완전하게 누구도 아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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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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