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  지은이 : 요시다 슈이치  /  옮긴이 : 권남희  /  은행나무


<악인>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책.
그냥 평범한 청춘소설처럼 진행되지만 결말에 반전이 있다고 해서 궁금했었는데,
마침 알라딘에서 반값으로 판매하길래 덥썩 구입해놨던 책이다.

아직 두 권밖에 안 읽은 '요시다 슈이치'지만 뭔가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뭐랄까,, 군중 속의 고독 같은 거? 외로움, 쓸쓸함, 머, 그런 게 있다.
이게 '요시다 슈이치'의 색깔인가?

암튼 <악인>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




도쿄의 한 작은 맨션에 동거 중인 네 남녀가 있다.
남자 둘, 여자 둘로, 모두 20대의 청춘남녀. 하지만 그들이 연애관계로 얽혀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어느날 18살의 남자아이 하나가 우연히 눌러앉으면서 동거인은 모두 다섯 명이 된다.

소설은 이들의 일상 이야기가 한 명씩 화자를 바꿔가며 진행되는데,
앞 장에서 관찰자의 눈으로 보여지던 것들이 다음 장에서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되는 방식.

21살의 대학생인 '요스케'는 친한 선배의 여자친구에게 반해 그녀와 관계를 맺고,
미모의 23살 '고토미'는 인기배우와 비밀연애를 하며 그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생활의 전부다.
24살의 '미라이'는 잡화점에서 점장을 맡고 있지만 실제 꿈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술꾼 여성이고,
28살의 '나오키'는 독립영화사에 근무하는 청년이다.
그리고 18살의 '사토루'는 밤마다 남창 일을 나가며, 빈 집에 몰래 들어가는 취미를 가진 소년.

각자가 독특한 상황들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이들의 동거생활은 평온하게 흘러간다.


"어쩌면 이 집의 공동생활은 그런 것들을 끌어들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지도 모른다.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야기해도 괜찮은 것만 이야기하기 때문에
이렇게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는지도."  
p38




전개과정 동안 이들이 보여주는 나름 유사가족의 모습은 유쾌하고 훈훈하기까지 하다.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는 '사토루'를 위해 검정고시 공부를 가르치기도 하고,
인기배우인 연인의 아이를 임신한 '고토미'를 위해 대신 애인을 만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며,
'요스케'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일 수 있도록 함께 거짓 연극을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어딘지 위태위태한 느낌을 피할 수가 없는데,
그것은 이들 모두의 이야기 속에서 언급되는 공통된 의식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동거생활을,
불쑥 들어와서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또 불쑥 나가는 인터넷 채팅방에 비유하기도 하고,
18살의 '사토루'는 그들의 생활을 '친구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는 진실은 이들의 평온함이 어떤 비정함에 기초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살고 있는 나는 틀림없이 내가 만든 '이 집 전용의 나'이다. (......)
따라서 실제의 나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 함께 사는 요스케, 고토, 나오키, 사토루가
나처럼 ' 이 집 전용의 자신'을 만들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들도 실제로는 이 집에 존재하지 않고,
결국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p133




솔직히 기대했던 만큼의 충격적인 반전도 아니고, 읽다보면 대충 감이 오기도 하지만,
이들의 생활 이야기는 그것 자체로 아주 재미있다.
재치있는 문장도 많아서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나오는 부분도 여러 곳.

그리고 곱씹을 수록 먼가 섬찟하다.
구성원 중 한 명의 쇼킹한 비밀보다도,
그것에 아무런 상관도 없어하는 나머지 동료들의 쿨함이 더 무서워. -_-;;;;

우리의 인간관계라는 게 실은 다 그런 거 아닐까, 하는 의혹이 들게 하는 이야기.
왠지 슬프고 씁쓸해진다.


 
눈에 띄는 구절 몇 개 더~!!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처럼
거북이가 한 걸음 한 걸음 열심히 앞으로 나갔기 때문에 이긴 게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기어가는 모습을 토끼에게 들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p34


"사람이란 건 말이다, 따라가면 달아나는 법이야."   p113-114


"그런데 말야, 편리한 것들은 대체로 품위가 없어."   p131


"자기만 잘 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훌륭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무리 자신이 똑바로 달리고 싶어도 발밑이 진흙탕이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거야."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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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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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1.03.01 2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랑해요

    가끔은 이런 댓글도 정신건강에 좋아요 _지나가는 네티즌

  2. 2011.03.01 2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River 2011.03.02 2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퍼레이드'는 제가 첫 번째로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입니다.
    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

    • 블랑블랑 2011.03.02 2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이 넘 좋았어요.
      <사요나라 사요나라>랑 <동경만경> 사뒀는데 이것들은 어떠려나...
      <사요나라 사요나라>는 리버님 블로그에서 보고 관심가지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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