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그림자를 읽다>  /  지은이 : 질 비알로스키  /  옮긴이 : 김명진  /  북폴리오



가족이나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은 살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충격이다.
게다가 그 죽음이 병사나 사고사처럼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 것일 때의 충격은 몇 배나 더 강력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은 일반적인 죽음과는 다른 특수성을 가진다.

그것은 남은 사람으로 하여금 내가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와,
그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정도의 절망 속에 내몰려 있었음을 눈치채지 못 했다는 죄책감,
앞으로 또 누군가를 그렇게 부주의하게 놓쳐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을 가지게 한다.
(어쩌면 그가 나를 남겨두고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는 배신감까지...)


"킴의 자살 때문에 나는 경계심 많은 엄마가 되었다. (......)
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킴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간 가장 기묘한 선물이었다." 
  p61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사랑하는 누군가를 자살로 잃은 사람의 남은 삶은 상실감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러한 일을 겪은 저자가
여동생이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재구성하고 그녀의 심리를 부검함으로써,
오랜 세월이 흘러도 치유되지 않은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쓴 책이다.
상황을 자세히 알고 정확히 바라보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후회와 죄책감을 덜고, 남은 생에 대한 불안감 또한 경감시켜줄 수 있을 것이므로....


"자살을 이해하는 것은 잡히지 않는 삶의 환영을 이해하려는 것과 같다."   p16




저자는 여동생의 자살 경위와 심리를 확실히 재구성하기 위해 가족의 탄생 시점까지 돌아간다.


"(......) 자살의 서곡이 된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가
우리 내면의 혼란을 잠재우고자 하는 시도인지,
아니면 죄책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아니면, 사랑했던 이가 어긋나기 시작한 시간과 장소, 정확한 순간을 알아내지 못하면,

사랑하는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인생을 끝내버리는 사태를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p249


저자 '질 비알로스키'는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나지만 아기 때 아버지가 사망하고,
후에 재혼한 어머니에 의해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어린 여동생 '킴'을 얻는다.


"킴은 내 아기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그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기나긴 산책을 하고,
한밤중에 일어나 우유를 먹이기도 했다.
나는 킴의 두 번째 엄마였다." 
  p172


그러나 '킴'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새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이는 삐걱거리고 결국 그는 떠난다.
딸들을 사랑하지만 우울증 때문에 감정이 불안정한 어머니 밑에서 네 자매는 자라고,
특히 '킴'이 무의식 속에 품었을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은
그녀의 자존감을 낮추고 남자와의 관계에 집착하는 성격을 형성했을 것이다.


"자살의 비극은 그 일이 일어난 후에야 모든 것이 갑자기 중요해 보이고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p199


그리고 나이 차이도 많고 전과까지 있는 변변치 못 한 남자 '앨런'을 사귀면서
'킴'은 술과 담배, 마약에까지 손을 대며, 늘 그를 잃을까 불안해한다.

결국 '앨런'에게 버림받았음을 깨달은 21살의 어느날,
'킴'은 엄마가 잠든 밤에 차고로 내려가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켠 채 잠이 들어 다시는 깨어나지 못 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결정적인 사건이
외로움과 상처, 무력감의 감정들로 괴로워하던 사람에게 일어나

수년 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자기 복수를 실행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p267




자칫 지루하고 따분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의외로 술술 읽혀서 놀랐다.
불우한 가정환경에 이어진 '킴'의 우울한 연애사는 마치 소설을 읽는 느낌.

게다가 저자는 이 암울한 이야기를 전혀 처량맞거나 궁상맞지 않게 풀어나간다.
원래 저자가 시인이기도 해서 그런지 문장이 절제된 듯 하면서도 아름답고 인상적.

또 그녀가 동생이 떠난 후 그 긴 시간 동안 닥치는 대로 읽어치운
각종 자살 관련 문학작품과 학술서 등의 인용문과 핵심내용들이 지루하지 않게 잘 녹아들어있다.
여러 전문가들의 각종 이론과 그리스 신화의 에피소드들,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과 실제 자살한 유명인사들의 삶 등이 깨알같이 박혀있는데 이것도 아주 흥미로워~

일단은 자살로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에게 가장 추천한다.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카타르시스와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경우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이라도 죽음을 생각해보았거나 절망 속에 빠졌던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절망과 자살과 죽음에 관한 저자의 진지하고도 집요한 탐구는
삶의 본질과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올 것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나약해서, 정신병이 있어서,
혹은 우울증이 있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 모든 점들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눈이 멀 정도로 통절한 심적 고통 속에 있으며,
아마도 그 마지막 파멸의 날 자살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p253



* 아래 링크를 통해 구매하시면 1%의 알라딘 추가적립금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익월 15일 자동지급, 링크도서와 함께 구매한 모든 도서에 대해 적립)



 
Posted by 블랑블랑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유위 2012.03.22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늦게부터는 비가온다고 하네요.
    늦게 들어오실분은 나설때 우산꼭챙겨나사세요.
    좋은날 되시구요~

  2. 판텔리온 2012.03.22 12: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정말 많이 읽으시네요.
    대단하십니다.

  3. 2012.03.22 1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유주 아빠 2012.03.22 15: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화인가요? 예전에 주위사람이 자살하면 같이 우울증이 생긴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전체적으로 좀 우울할거 같은 책이네요 ㅠㅠ;;

    • 블랑블랑 2012.03.22 2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자살한 여동생을 둔 언니가 오랜 세월에도 치유되지 않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려고 쓴 글이에요.
      아무래도 좀 우울하긴 한데 문장들이 인상적이라 막 처량맞고 그렇진 않아요.^^


Statistics Graph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  » 2019.1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