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배신>  /  지은이 : 바버라 에런라이크  /  옮긴이 : 최희봉  /  부키 

 /  2012년  /  14,800원

(* 책 자세히 보기는 하단의 링크 모음 참조!)

 

 

 

"빈곤은 공포와 너무나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p17

 

 

도대체 이걸 언제 읽었는지....ㅠㅠ

사자마자 바로 읽었었으니 넉달은 된 듯...?

덕분에 자세한 내용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리고..... -_-

 

그냥 리뷰를 건너뛸까도 싶었지만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은지라 읽었다는 흔적이라도 남겨두고 싶어서 끄적여본다.

요즘 순 만화책만 읽어서 일반책 리뷰가 너무 없기도 했고....

명색이 책 블로그인데 말이지.^^;;;

 

 

 

 

이미 많이 알려졌다시피 저자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약 3년에 걸쳐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객실 청소부,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월마트 매장 직원 등,

대표적인 저임금 노동을 체험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기록한 책.

 

얼핏 국내의 <4천원 인생>이 떠오르지만,

그것과의 차이점은 '바버라'는 단지 일만 체험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일해서 번 돈으로 직접 숙소를 얻고 끼니를 해결하는 등의 모든 생활을 체험하며,

과연 저임금 노동으로 수입과 지출을 맞출 수 있는지를 시험했다는것이다.

 

어느정도 안락한 생활을 소유하고 학식도 가지고 있는 그녀가

고되고 종종 굴욕적이기까지 한 일들을 하고 그 수입만으로 장기간의 열악한 생활을 견뎠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고 감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

 

 

 

 

암튼 읽은지 너무 오래 되어 이야기가 전혀 정리되지 않으니,

그냥 인상적이었던 구절이나 몇 개 인용해보잣.^^;;;

 

 

"내가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십 년 동안 평균 이상의 의료 혜택을 받고, 고단백의 영양 섭취를 하고,

1년에 400~500달러씩 내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생산성 좋은 가짜 노동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지금까지 몸을 망가뜨릴 정도로 장기간 힘든 육체노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p130

 

 

이 말처럼 그녀에게는 그동안 여유있는 생활을 하면서 관리해온 건강한 몸이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워킹푸어와 100% 같은 조건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몸으로 부딪히며 체험해나가는 모습은 참 존경스럽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장기간의 열악한 생활로 몸이 망가진 사람들이

저임금 노동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물리학의 몇몇 명제가 그렇듯이, 빈곤 속의 삶도 시작 조건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가난한 사람들만 아는 절약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하기 때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수두룩했다.

 

아파트를 구할 때 지불해야 하는 한 달치 집세와 한 달 집세에 상응하는 보증금이 없으니

결국 일주일 단위로 방을 빌리면서 엄청난 방세를 내야 한다.

가전제품이라고는 끽해야 전열기 하나밖에 없는 방에서 살아야 한다면

콩 스튜를 잔뜩 끓여 냉동시켜 놓고 일주일 동안 먹는다든지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주로 패스트푸드나 핫도그 또는 편의점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스티로폼 용기에 담긴 수프 같은 걸 사 먹게 된다.

의료보험에 들 형편이 안 되니 정기 검진을 받을 수 없고,

처방전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약도 구할 수 없고,

그러다 결국에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p47-48

 

 

가난하기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건 불합리한 일이지만

경제적 신용이 자산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ㅜ

워킹푸어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딸린 가족이 없는 홀몸에, 건강하고, 차까지 있는 나 같은 사람이

땀 흘리며 열심히 일을 해도 먹고살기가 아주 힘겨울 정도로 빠듯하다면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다.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임금은 너무 낮고 집세는 너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p268

 

 

나이 들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게 바로 이 집세의 무거움인데

 나야 부모님 집에 얹혀 살고 있으니 당장 집세 걱정은 없지만,

독립을 생각할 때 가장 발목을 잡는 것도 이 문제다.

 

갈수록 전세 매물도 없어져서 집을 구입할 돈이 없는 사람은 월세를 얻을 수밖에 없는데

이 월세가 요즘 어찌나 높은지....ㅠㅠ

높은 월세를 부담하다 보면 돈을 모으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그러다보니 언제까지고 월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거지....

 

 

 

 

"방 안에 있는 내 모습은 바깥에서 훤히 다 보였고,

도로에서 방 안으로 뭐든 들어올 수 있을 듯했으며,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주인 내외가 쫓아와 도와줄 것 같지도 않았다. (......)

 

새벽 4시쯤 되었을 때 문득 내가 겁쟁이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한 여성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과

어떤 이유에서든지 잠시 가난한 사람들 틈에 섞여서 살고 있는 여성들은

이중 자물쇠와 경보 장치와 남편과 개가 있는 집에 사는 여성들보다

정말로 경계해야 할 것들이 많다."   p208-209

 

 

이거 특히 여자 입장에서 굉장히 공감갔던 부분.

 

수입이 적어서 쪼들리게 사는 여자가 혼자 살 집을 구할 때 이것저것 따지는 걸 보고

어떤 남자가 '머리 빈 여자'라고 칭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남자 말로는 돈이 별로 없으면 무조건 집세가 싼 집에서 살면서 악착같이 모아야 하는데,

위치니 뭐니 하며 이것저것 따지는 것 자체가 생각이 없는 배부른 행동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그건 혼자 사는 여자의 입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지.

혼자 사는 여자가 경계하고 피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는 알기나 하는 걸까?

혼자 사는 여자는 입지에서부터 집구조까지,

남자라면 모를 안전에 대한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점심을 과자나 핫도그 빵으로 때웠다가

근무 시간이 끝날 때쯤이면 현기증이 나 기절할 지경이 되는 것을,

차가 '집'이 되기도 하는 상황을,

몸이 아프거나 부상을 입어도 이를 악물고 '참고 일해야' 하는 상황을,

병가수당도 의료보험도 없으니 오늘 하루 일을 못하면

당장 내일 식료품을 살 돈조차 없는 절박함을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p287-288

 

 

저자는 일을 구하고, 그 일을 하고,

그렇게 얻은 수입으로 집세와 식비, 의복비 등 생활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고 들은 동료들의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는데

진짜 절박한 사연들이 줄줄....ㅠㅠ

 

 

"......그녀는 오로지 도리토스 과자만 먹었다.

그것도 어제 먹다 남은 반 봉지인지, 작은 봉지를 새로 산 건지 양이 아주 적었다.

로잘리는 (남자 친구와 남자 친구의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다는데도)

집에 먹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점심 끼니거리 살 돈마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내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다 주겠다고 했더니 결국 수중에 89센트조차 없음을 고백했다. (......)

 

도대체 어떻게 8시간,아니 어쩌면 9시간 동안 일하며 버티는 걸까?

"그게요." 로잘리는 마지못해 인정했다.

"가끔씩 어지럽기는 해요." "   p113

 

 

 마음 아픈 사연들이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고단하고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ㅜㅜ

 

 

 

 

"자기의 시간을 1시간당 얼마라고 판다는 것은,

처음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겠지만 사실은 인생을 파는 것이다."   p252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돈으로 바꾸며 살아가고 있겠지만,

적은 돈에 너무 많은 시간과 체력을 지불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나 역시 워킹푸어에서 딱히 멀리 떨어져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읽으면서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도 상당했고...^^;;;

 

가난한 것은 결코 게으르거나 노력을 덜 해서만이 아니며(물론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무엇이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고 함께 고민해봤으면~~

 

 

 

 

이 <노동의 배신>을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더니

저자의 다른 '배신 시리즈'인 <긍정의 배신>이랑 <희망의 배신>도 읽어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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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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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팡 2014.07.05 16: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난은 공포와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는 말이
    책 속에서 실존적으로 와 닿네요.
    저임금 노동의 빈곤은 적은 시간에 너무 많은 체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책 속의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2. james1004 2014.07.05 18: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며가며 이책 많이 접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노동의 새벽'같은 책인줄 알았네요 ㅋ^^ㅋ...

    리뷰를 너무 임팩트있게 해주셔서 제가 읽을 책이 줄어드는 느낌입니다~~감솨~

  3. 세이메이 2014.07.06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슬퍼지고 허무해지는 느낌이지만 한번쯤 짚고 넘어가봐야 되는 문제들이 있는 거 같네여,,^^
    저도 읽어봐야겠어여.*^^*

  4. 열매맺는나무 2014.07.06 16: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러가지로 공감이 많이 가는 책입니다. 꼭 읽어 봐야겠군요.
    더불어 딸들에게도 읽혀야겠습니다. 아이들 취직하면 식비나 주거비를 독립했을 때 보다 싼 가격으로 얼마큼이라도 받아야겠어요. 미리 맞는 예방주사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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