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기행문>  /  지은이 : 유성용  /  책읽는수요일



희안하게 오래 된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을 보면 왠지 늘 정감이 가고
비록 내가 그 세대가 아닐지라도 묘한 향수같은 걸 느끼곤 한다.
그런 취향 탓에 '유성용'의 이 <다방기행문>에도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지.
카페 기행도 아니고 다방 기행이라니!!!ㅎ

그렇다고 일반적으로 많이 보이는 카페기행문을 장소만 다방으로 바꿨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예쁜 장소와 사진들을 보여주며 삶의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은 더더욱 아니고....
아무래도 중심소재로 삼고 있는 '다방'이라는 존재가
이제는 세상에서 밀려나 쇠락할 대로 쇠락한 곳이다보니, 기행문의 내용도 밝을 수만은 없는 게 당연.




말하자면, 가 볼 만한 좋은 다방을 소개해주는 책이 아니라,
'다방'을 소재로 해서 사라져가는 것,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저자의 상념들을 담은 책이다.


"한마디로 다방은 배울 게 별로 없는 곳이다. 물론 커피도 맛없고.
하지만 그곳은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p91




저자는 다방 이름을 보며 이런저런 상상에 잠기기도 하고,
자신의 오래 전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28개월에 걸쳐 했다는 전국다방기행이니만큼 책 속에서는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데,
그 바뀌는 계절과 사라져가는 다방이 어우러져서
읽다보면 뭔가 헛헛하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고....


"길을 제아무리 헤매고 다녀도 그 길이 나의 것이 되지 않듯이
제아무리 전전긍긍 살아도 인생은 결코 나의 것이 되지 않는다."  
p278




머, 그렇다고 모호한 상념과 오래 된 기억들만 어지러이 널려있는 책은 결코 아니니 걱정마시길~

다방 말고도 이발소, 스텐드빠, 주막, 여인숙 등, 사라져가는 많은 곳들이 등장하는데,
배달 나갔다가 손님들끼리 싸움이 나서 돈도 못 받고 울며 들어오는 김양,
고운 말씨로 이야기하다가 말 끝에 "이영감님도 뒈지셨나?"라는 어느 마담,
머리를 다 깎아준 후에 저녁밥 먹고 가라며 끌고 들어가는 이발소 주인 아저씨,
다방을 돌며 화려한 속옷을 파는 속옷 장수 등등,,
우습고 안쓰럽고 그리운 이야기들이 스치듯 박혀있다.




" "오빠는 이제 어디로 가요?"

"포항 가려고."

"포항? 하이구, 거기 자지 같은데." (좆 같은 것도 아니고 자지 같다니 원.)"  
p138


아놔, 이 부분 읽다가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ㅋㅋㅋ


"동양다방, 국일다방, 서해다방, 비목다방, 가정다방, 만나리다방, 세일다방, 모두다방......
그중 눈에 좀 띄는 것이 세일다방이고 가정다방이다.
무엇을 판다고 세일다방이고, 다방에 와서 가정은 왜 찾는단 말이냐."  
p282


다방이름은 또 어찌나 다채로운지....ㅋㅋ




개인적으로 그동안 읽은 기행문들이 주로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만 바라보려는 것들이었는데,
'유성용'의 시각은 그와는 조금 달라서 더 신선하게 읽혔다.


"또 누구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지만,
어쩌면 정체불명의 사랑에 기대어 있는 자, 그들이 유죄다."  
p101


"세상을 과하게 긍정하는 것, 그것도 참 불편한 일이다."   p223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긍정적인 시각이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런 것도 좋지 아니한가!ㅎㅎ




"다방이 남자들을 집 밖으로 꼬실 만한 유흥업소였던 때는 이미 오래전이다.
이제는 커피 한 잔에 1000~2000원 하는 쇠락한 곳이다.
하긴 굳이 다방이 아니라도 세상에서 밀려난 것들은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불온한 것들이 돼버리곤 하지." 
  p333


이 말에는 좀 다른 생각.

불온한 것이라도 세상에서 밀려나면 애틋해진다.




암튼 다방세대인 분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책일 테고,
그렇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도 묘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특히 저자가 찍은 오래 된 장소의 사진들이 책 속 가득 실려있어서 책장 넘기는 재미가 쏠쏠~!^^*




그나저나 이 '타타봉 연구소'가 대체 뭘 하는 곳인지 나는 아직도 궁금....-_-;;;





* 아래 링크를 통해 구매하시면 1%의 알라딘 추가적립금을 받으실 수 있어요~^^
(익월 15일 자동지급, 링크 도서를 포함한 해당 주문건의 총액에 대한 1%)



-- 추천 한 방 꾹! 눌러주심 안 잡아먹어효~!!! (>_<) --
Posted by 블랑블랑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로지나 Rosinha 2011.08.05 1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슬픔 .. 다방기행문 역시 좋은 책 같아요 :) 리뷰 잘 읽었어요.
    어쩐지 '안녕 용문객잔'이란 영화가 생각나네요. 낡은 영화관의 마지막 상영일을 담은 영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인데 기회되시면 한 번 감상해보시길 .. ^_^

    • 블랑블랑 2011.08.05 2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이런 오래되고 그런 것들이 좋더라구요~ㅎㅎ
      '안녕 용문객잔'이란 영화는 처음 듣는데 말씀 들으니까 재밌을 것 같아요.
      함 찾아봐야겠어요.^^


Statistics Graph

최근에 달린 댓글

달력

 « |  » 2019.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