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 마니아>  /  지은이 : 요네하라 마리  /  옮긴이 : 심정명  /  마음산책



지난 주부터 짬짬이 읽기 시작했던 '요네하라 마리'의 <발명 마니아>를 좀 전에 다 읽었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500페이지가 넘는 이 두툼한 분량이
설마 전부 마리 여사의 발명품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발명품 이야기 맞다.^^;;;
총 100가지의 재미있고 유쾌한 발명품들이 친근감 있는 그림과 함께 꾹꾹 눌러담아져 있다.

드물게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지하철에서도 읽고, 일하다가 짜투리 시간에도 읽고 그랬는데
나도 모르게 킥킥 웃음이 나와서 민망했던 순간이 여러번이었다는...ㅋ

책은 '좀스러운 발명으로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속셈'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일상의 자잘한 불편에서부터 정치문제, 환경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귀여운 아이디어들로 가득 차 있다.
간혹 그럴싸해 보이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황당해 보이는 것들.
하지만 저자의 유쾌한 입담이 더해져서 실효성 여부와 상관없이 아주 잼있다.




저자는 먼저 어떤 불편이나 문제점을 이야기한 후에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이런 저런 방법이나 장치들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이야기하는 중에 '근데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까'라면서
다른 방법을 더 추가하기도 하고, 아예 포기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이 왠지 귀엽고 우습다.
('난 모르겠다' 식의 아주 무책임한 결론으로 끝맺는 경우도...ㅋㅋ)


"이렇게 하면 사고와 테러가 두렵지 않다고까지는 못해도,
비행 중인 항공기가 설령 일부분이 고장 나거나 폭발하더라도
전원이 한꺼번에 추락사하는 비극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캡슐이 낙하한 지점이 김정일 체제하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 경우에는 이것도 팔자라고 포기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후에 귀중한 체험기를 출판해주길 바란다." 
  p305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동물을 배려하고 환경을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이는 발명품들.
예를 들면,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모피코트나 악어가죽가방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된 동물이 직접 사람 몸에 달라붙어 해당물건의 역할을 하는 방법을 드는데,
(뱀을 이용한 팔찌, 악어가 등에 직접 메달리는 악어배낭, 밍크 수십마리가 몸에 메달리는 코트 등.)
우습고 유쾌하면서도, 그 뒤에 깔려있는 저자의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실제로 그녀는 집 없는 개나 고양이를 여러마리 키우고 있었다.




저자의 상상력은 끝도 없이 뻗어나간다.

내시경할 때 쓰는 장치인 파이버스코프를 비데 끝에 달고 변기 앞에 모니터를 설치하면
국소를 더 깨끗이 씻을 수 있을 뿐더러, 항문 부분의 세세한 변화를 조기에 발견해서
질병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하질 않나, (아, 이거 생각만 해도 끔찍!ㅋㅋ)
맹인안내견은 열차요금이 무료라는 말에
자신이 기르는 개들에게 안내견 띠를 둘러 위장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우선 그레이트 피레네 등에 띠를 두르고 산책을 해보았다.
내 속도에 맞추어 조용히 이동한다. 오케이, 됐다.
그런데 갑자기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사람에게 응석을 부리며 바싹 다가간다. 안 되겠다.
다음에는 18킬로그램인 잡종 수컷.
얘는 전봇대나 모퉁이와 맞닥뜨리기만 하면 다리 하나를 들고 오줌을 싼다. 이번에도 실격.
마지막 희망, 14킬로그램 잡종 암컷. 지나치는 개들에게 일일이 짖어댄다.
아아, 똥을 싸버렸다. 이래선 무리다." 
  p21


재밌게 술술 읽히는 이야기들이지만, 읽다보면 요네하라 마리의 광범위한 관심사와 지식에 놀라게 된다.
더불어 읽는 독자도 이런저런 잡다구리한 것들을 잔뜩 알게 된다는...ㅋ^^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말로만 끝내는 게 아니라, 직접 실행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
애완동물의 이동장이라던가, 키높이 양말 등을 직접 만들어보고
실제 상황에서의 문제점까지 다 이야기해준다.^^

머, 그치만 머니머니해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요네하라 마리의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있는 입담!
그녀가 이 방법들을 생각해내기 위해, 진지한 얼굴로 골몰했을 모습을 생각하면 슬핏 웃음이 난다.ㅋ


"성인 남성도 내시처럼 거세하기만 하면 혈중에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하지 않아
머리카락이 빠지는 걱정에서 해방된다.
단, 머리카락을 버리느냐 '남자'를 버리느냐라는 궁극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P269




지난 주 초에 읽기 시작했으니 다 읽는데 일주일 조금 넘게 걸렸다.
같은 주제의 짧은 글이 이어지기 때문에 한 번에 연달아서 너무 마니 읽으면 조금 지겨워진다.
그러니까 이건 짬짬이, 조금씩, 식사 중간중간에 간식 먹듯이 읽어야 하는 책.
책도 두툼하니 일주일 쯤은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보낼 수 있다.^^

참고로 '요네하라 마리'는 2006년 56세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새로운 이야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건 슬프지만,
그래도 그녀의 글이 국내에도 이미 마니 출판되어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ㅠㅠ


"역시 아침, 점심, 저녁을 제대로 얻어먹으면서도 언제나 추위와 비바람을 피할 장소를 확보해야만 한다.
그런 곳이 어디 없을까? 요 2년 동안 머리 한구석에는 언제나 이 테마가 놓여 있었다.
그 보람이 있었는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그 순간 이 발견은 내가 노숙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혼자 가슴속에 간직해야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의 독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다가는 삼류 글쟁이의 앞날이 위태로운 데다
눈앞의 원고료를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여기에 내용을 밝히겠다."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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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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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카엘 2010.09.24 14: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이예요!! 블랑블랑 전 오늘 미루고 미루다가 발명마니아 드디어 샀네요^^ 기대중이에요^^ㅋ

    • 곡물 2010.09.24 2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사실 저도 오늘 리뷰보고 알라딘에서 주문했는데 설레여요~ㅋㅋ

    • 블랑블랑 2010.09.25 1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미카엘님 정말 오랫만이네요~
      곡물님도 연휴 잘 보내셨죠?^^*
      발명마니아는 소소한 이야기 좋아하시거나 마리여사 팬 분이라면 갠찮으실 거에요~
      근데 지루해서 도저히 다 못 읽겠다는 분도 꽤 있으셔서 무턱대고 추천은 못 하겠다는..^^;;;
      두 분 다 잼있게 읽으시기 바래요~^^*

  2. 곡물 2010.11.15 2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다읽었습니다;;;
    근데 200페이지쯤 되니까 상당히 질리는감이 있네요.
    보다보면 피식피식 웃게되는 경우도 있고 놀라운건 이책이 5년정도 전에 나온것같던데 지금이나 되서 이책에나온 비슷한 발명품들이 특허를 받고있더군요;;;
    굉장히 대단하단 생각도 들고...
    순전히 발명에 관한책인줄 알고 봤던 제게는 약간 실망

    • 블랑블랑 2010.11.16 00: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서 제가 이건 조금씩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했자나용~~ㅎㅎ
      한 번에 마니 읽으면 지겨워요~^^;;;
      짜투리 시간에 한 두 꼭지씩 읽기에 쏠쏠한 책이에요~
      글고 전 갠적으로 요네하라 마리를 좋아해서 더 좋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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