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일락>  /  지은이 : 황인숙  /  그린이 : 선현경  /  마음산책

 

 

 

'마음산책' 출판사 블로그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이다.

그냥 스치듯이 제목만 언급된 정도였는데 어쩐지 이 제목이 맘에 와닿아서

어떤 내용인지 바로 검색해보고는 내 취향이다 싶어 그 즉시 구입까지 해버렸다.

 

주문하면서 저자 이름이 낯익어서 곰곰 생각하다가

작년에 신간포스팅하면서 관심이 가서 보관함에 찜해뒀던 <해방촌 고양이>의

바로 그 저자라는 걸 깨닫고 아예 사는 김에 둘 다 사버렸지.ㅎ

일단 출간 순서대로 읽자 해서 요 <일일일락>부터 읽었는데, 음, 역시 내 취향 맞아~!! >_<

 

 

 

 

그야말로 일상 속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저자 '황인숙'은 원래 시인으로, 58년생이지만 아마 이 책을 쓸 때는 40대 중반인 것 같고,

미혼으로 옥탑방에 살며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따뜻한 여성이다.

 

매일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다 보니 고정멤버가 생겨버려서

그 녀석들이 기다릴까 봐 잠이 안 깬 상태에서도 밥을 주러 나가기도 하는데,

나중엔 그중에서 너무 어리거나 열악한 상황에 처한 녀석들을 몇 마리 아예 집으로 거두기도 한다.

지금은 아마 세 마리를 집에서 키우는 듯.

아, 난 이것만으로도 이 시인이 넘 맘에 들어!!^0^

(그러므로 이 리뷰는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편애가 듬뿍 들어갔음을 참고!ㅎ)

 

에세이집이라기보다는 그냥 저자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다.

각각의 꼭지들도 딱 그 정도의 분량으로, 대부분 1페이지고 길어봐야 3페이지쯤?

 

중간중간 일러스트도 곁들여있어서 진짜 부담없이 술술 읽을 수 있고,

특히 자투리 시간에 한두 꼭지씩 읽기에 아주 그만이다.

나도 며칠에 걸쳐서 라면물 올려놓고 잠깐, 강아지랑 놀다가 잠깐, TV 보다가 광고 나올 때 잠깐,

하는 식으로 아주 살뜰하니 즐겁게 읽었지~ㅎ^^

 

이야기들은 진짜 별 게 없다.

 

보슬비가 내리는 봄날, 선배와 함께 떡볶이와 김밥을 사들고 찻집에 간 이야기,

헬스장에 다니면서 달리기에 폭 빠진 이야기, 좀 파격적인 원피스를 사입은 이야기,

초밥 뷔페에서 맘껏 먹은 이야기, 누가 버릴려고 내놓은 물건들 속에서 영어교재를 건져온 이야기,

며칠 동안 상처에 바르다가 깨닫게 된 안티프라민의 새로운 효능 이야기,

하다못해 길에서 굴을 사려다 만 이야기까지....^^;;;

 

그런데 이런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 어쩐지 마음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해준다.

 

 

 

 

거기에 또 중간중간 키득거리게 만드는 유머까지~

그냥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만 찾아보자면...

 

 

"팔다리건 피부건 내부 장기건 있는 줄도 모르게 있어야 한다.

건강한 상태의 몸은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두개골 저쪽과 잇몸과 허파와 방광 등이 슬슬 번갈아 소식을 전한다.

그러면 낯설고 두려운 가운데 그 '있음'이 각성되는데,

어떤 때는 가령 '아,바로 거기, 말피기소체' 식으로 세세히 인식한다."   p55

 

 

말피기소체래~~ㅋㅋㅋㅋ

생각해보면 서글픈 이야기인데 이걸 이렇게 웃기게 표현하다니...^^;;;

 

 

"십여 년 전, 거리에서 연립주택 분양 광고 전단을 주었는데 그 문안이 정말 웃겼다.

분양 받는 분에게는 세 달간 이불 빨래를 해준다는 둥,

전 가구가 분양되면 자기는 봉급이 오르고 과장으로 승진한다는 둥,

분양이 미달되면 회사가 부도나서 사장은 감옥 가고 자기는 사식 넣어주러 다니게 된다는 둥,

개그 같은 애걸 협박조 문안을 보고

돈이 있으면 당장 분양 신청을 해서 그걸 쓴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p48

 

 

이건 저자가 웃긴 게 아니라 광고문안을 쓴 사람이 웃긴 거였지만, 암튼 웃겼어!ㅋ

 

 

"반말을 나누던 사람이 갑자기 존댓말을 해올 땐,

나를 오해했든, 이해했지만 그걸 용서 못하겠든 필경 무슨 곡절이 있는 게다.

곡절이 있어도 떳떳하게 평소대로 말할 것이지, 짐짓 거리를 두고 거드름을 떠는 존댓말이라니!

서운함과 불쾌감으로 써늘해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쏘아붙이고 싶다.

 

"어따 대구 존댓말이야?!"   p70

 

 

끄악~~ 너무 귀여워~~ >_<

 

 

 

 

 

하지만 요렇게 웃기다가도 일상 속에서 느끼는 슬픔들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한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인지라 주로 그에 관련한 안타까움들...

 

 

"요즘 내 심정은 나치 치하에 유대인 이웃을 둔 독일인 같다.

수난당하는 고양이들을 도울 힘도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p95

 

 

"안락사를 시킬 때 시키더라도 살아 있는 동안 그렇게 두는 게 아니다!

내가 사람이라서 다행이었고, 또 사람인 게 부끄러웠다."   p136

 

 

그리고 이렇게 길고양이를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은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서,

쓸데없는 택시비를 아끼고 버스나 지하철을 많이 이용해야지 했다가도

금방 택시운전사분들의 수입이 걱정되서 부자들이 자가용 대신 택시 좀 많이 탔으면 바라기도 하고,

가난한 나라의 노점상에서 싸게 구입해온 물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는

값을 깎는 바람에 상인의 장사가 헛수고가 된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맘이 여리고 성품이 따뜻한 것 같은데, 어찌 보면 소심한 이런 면들도 귀여워.ㅎ

 

 

 

 

뭐,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유쾌한 책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홀로 사는 저자이다 보니 간혹 외로움과 서글픔이 묻어나기도 한다.

 

주변 친구들이 다 결혼을 하고 또 동갑내기 친구가 장가간다는 말에

마치 숨바꼭질을 하다가 마지막 술래가 되어 해저문 공터에 혼자 남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야기는

일러스트까지 한몫해서 그 막막한 외로움이 가슴에 확 와닿더라구~^^;;;

 

사진상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적나라한 늙음' 때문에 사진 찍기가 싫다는 이야기도 왠지 쓸쓸하고...

 

하지만 역시 그녀라면 언제나 잘 해나갈 거라는 걸 믿게 된다.

우리가 매일 똑같고 지루하다고 불평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과 아름다움과 슬픔과 생각할꺼리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그 능력으로 말이지.^^

 

 

 

 

사는 게 너무 시시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 읽어보면 딱 좋을 책이다.

읽다보면 어쩐지 마음이 훈훈해지면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문득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가 하는 깨달음과 함께

왠지 앞으로 더 열심히, 성실히, 알뜰히 모든 순간들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은밀한 즐거움은 작은 덤이다.ㅎㅎ

 

(단, 취향에 따라서는 너무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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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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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프리카의 눈물 2012.04.10 16: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명을 괄시하는 요즘 세상에 참 훈훈한책 같네요

  2. gomidarak 2012.04.10 22: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세한 리뷰 덕분에 책 한권 읽은 기분이네요 ㅎ

  3. 찡☆ 2012.04.11 08: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겠어요! 고양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정말 부끄럽죠. 마치 해충인 양..; 지구는 인간이 전세낸 곳이 아닌데 오만함이 아주 그냥 하늘을 찌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다른 생명을 배척할 권리는 없는데 말이죠.

  4. coolpoem 2012.08.10 19: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황인숙 시를 짧게 얘기하면 '부풀어 오른다'라는 느낌이죠. 한없이 맑고 가볍고 또 그래서 두둥실 떠오르는...
    이런 책을 낸지는 몰랐네요. 그런 일상의 사소함이 별 다르지 않는 우리의 삶과 똑같은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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