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서 행복하기>  /  지은이 : 강분석  /  푸르메



"귀농 13년 차,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한다.
"귀농이란 말 그대로, 돌아온 거지요."
그래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에게 나는 덧붙인다.
"나를 부르는 곳으로요." " 
  p287


월요일부터 짜투리 시간에 조금씩 읽던 '강분석'의 <지금 이곳에서 행복하기>를 어제 다 읽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직장에 다니다가, 마흔 셋에 남편과 함께 귀농한 저자의
산골에서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집인데,
글 하나가 서너 페이지 정도 분량이라 짬짬이 읽기에 아주 딱이었다.^^

농사 이야기, 주변 사람들 이야기, 음식 이야기 등으로 나뉘어 실려 있는데,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행복을 느낄 줄 아는 그녀가 조근조근 들려주는 소박한 이야기들은
바쁜 일상과 무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조금쯤은 상쾌하게 해준다.

좋은 공기와 좋은 사람들에 둘러 싸여, 직접 기른 농작물로 건강한 먹거리를 해먹고,
멍멍이들과 아침마다 산책을 하며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저자는 행복하다.
게다가 논을 망치며 뛰노는 고라니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는 저자에게
"제 놈이 망쳐야 얼마나 망치겠어. 같이 나누어 먹는 거지, 뭐. 그리고 예쁘잖아!(p68)"
라고 말하는 멋진 신랑까지 있지 않은가.ㅎㅎ^^




대부분의 먹거리를 직접 재배한 걸로 충당하거나, 이웃들과 나눠먹는 산골 특성상,
유난히 먹는 이야기가 마니 나온다.
반찬이 없을 때는 밭을 한 바퀴 돌며 야채를 따오고, 닭장에서 신선한 계란을 몇 알 집어온다.
판매용에서 탈락한 못생긴 팥으로는 팥죽을 쑤어먹고
버려지는 콩잎으로 장아찌를 담그고, 상처난 복숭아로 잼을 만든다.

산골 밥상 이야기는 물론이고, 추억을 회상하며 나오는 음식 이야기들도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읽으면서 계속 침이 넘어가고 허기가 지곤 했다.ㅋ


"어린 시절, 까까머리 오빠들은 커다란 양푼에 보리밥을 쏟아 넣고
잘 익은 열무김치를 듬뿍 넣은 다음 참기름 몇 방을 떨어뜨리고 고추장에 썩썩 비벼
부뚜막 앞에 빙 둘러서서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려고 말도 안 하고
부지런히 숟가락질만 했었다." 
  p179


된장에 피는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해 된장 표면을 문질러주는 된장 마시지 얘기에
'그게 피부 어디에 좋냐'고 물어오는 후배라든가,
봄나물 캐는 아낙의 질문에 짐짓 아는 체를 했다가 망신을 당한 일 등,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산골로 들어가 농사꾼이자 진짜 주부가 된 저자이니만큼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많다.


"고추에 간이 잘 베도록 바늘로 구멍을 내야 하는데,
꼭지 쪽에 뚫는 건지 뾰족한 아래쪽에 뚫는 건지 영 헷갈리는 거였다. (......)
어느 해는 자꾸 묻는 것이 민망해서 손에 잡히는 대로 구멍을 뚫었다.
시간이 지나고, 잘 삭은 고추를 상에 올렸다. 과연 맛있을까?
기대에 차서 삭힌 고추를 덥석 베어 먹던 남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남편 얼굴은 간장 범벅이었다.
꼭지 쪽에 구멍을 뚫어 아래로 고인 간장이 고추 끝을 베무는 순간 사방으로 튄 것이었다.
그해 우리는 지뢰 다루듯 조심조심 삭힌 고추를 먹어야 했다."  
p188


외국인 우퍼(며칠동안 농가에서 숙식을 제공받으며 일을 거들어주는 여행자)들과의 이야기나,
마음이 따뜻한 이웃들과의 이야기도 재미있고,
집에서 기르던 멍멍이들 중에 먼저 세상을 떠난 개투의 가슴 짠한 이야기도 있다.


"개가 두 발로 서서 안길 때면 녀석의 목에 팔을 둘러 안아줘야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개들은 주인이 그렇게 안아준 순간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죽을 때도 그 순간을 기억하며 죽어간다고 한다.
일어서지 못하는 개투의 목을 안고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p275


새끼 오리들을 거둬 보살피려고 했을 때 생긴 끔찍한(?) 이야기도~


"굶어 죽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어 동물병원에 문의하니
개구리를 산 채로 믹서에 갈아서 먹이라 했다.
녀석들을 살리는 것도 중요했지만 살아 있는 개구리를 갈아 먹일 수는 없었다."  
p249


아니, 죽여서 갈아도 될 것을 산 채로 갈으라니,, 동물병원 의사라는 사람이 어찌 저런 망언을!! -0-;;;
저자가 실행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실행했다고 했으면 그 부분에서 책을 덮어버렸을지도 몰라~ㅋ




행복하고 보람있는 산골 생활이지만 다 좋을 수는 없어서,
저자는 고단한 농사일에 관절염이 심해져서 수술을 받기도 하고,
메주를 쑤다가 오른팔 인대가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충분히 행복해 보였고, 그녀의 글 덕분에 나도 며칠간 함께 행복했다.

일상에 지치고 짜증이 쌓여간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반짝거리는 수많은 작은 행복들이 보일 테니까 말이다.^^* 


"중요한 것은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지금 행복할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행복할 것인가."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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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블랑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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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곡물 2010.08.16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농하면 사람들한테 별로 좋지않은 부정적인 인식을 사기 마련인데,
    그런 귀농에 관한 이야기를 에세이집으로 내다니...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기엔 충분한 작품일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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